[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궁궐. 임금이 나랏일을 보는 ‘궁(宮)’과 문 쪽에 있었던 망루인 ‘궐(闕)’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구중궁궐’이라 할 만큼 깊었던 이곳에서 무수히 많은 일이 일어났고, 수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인생을 일구었다. 이광렬이 쓴 이 책, 《조선시대 궁궐 사람들의 숨은 이야기》는 온갖 희로애락이 넘실댔을 이곳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 쓴 책이다. 온천욕과 비자금 등 다른 역사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내밀한 이야기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임금의 여가생활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온천욕이었다. 특히 세종과 세조, 현종이 온천을 참 좋아했다. 오늘날에도 유명한 ‘온양온천’은 그 명성이 세종 시절부터 자자했다. 세종이 왕후와 왕세자, 문무 군신 50여 명과 수천 명의 호위 병사와 함께 떠날 때면 그 행렬이 대단했다. 바다와 가까운 온양은 왜구의 침략이 있을 수 있어 경호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세종이 온양온천으로 행차할 때는 수많은 기병을 온양 10리밖에 배치해 놓기도 했다. 세종은 온양온천에서 씻은 뒤 눈병이 크게 좋아지자, 이곳을 더욱 즐겨 찾았다. (p.73) 세종은 온천욕으로 눈병에 많은 효과를 보았다고 합니다. 하루는 도승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서울역사편찬원(원장 이상배)이 서울문화마당 제25권 《서울의 현대소설》을 펴냈다. 송민호 홍익대 교수가 쓰고 권은 한국교통대 교수가 감수한 이번 도서는 서울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현대소설을 통해 서울의 역사와 문화, 사회상을 조명한다. 서울역사편찬원은 서울의 각종 문화와 서울 사람들의 삶을 읽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기 위해 <서울문화마당>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 《서울의 현대소설》은 서울역, 인력거, 전차, 택시, 버스 등 교통수단의 변천사와 함께 서울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먼저 이수일과 심순애로 유명한 조중환의 《장한몽》, 한용운의 《박명》을 통해 서울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보여준다. ‘근대의 상징’ 이었던 서울역 정거장과 대합실은 근대 서울사람들의 격동하는 삶을 보여주는 거울이 되었다. 《장한몽》에서는 연인에게 배반당해 냉혈한이 된 수일이 서울역에서 떠나는 친구를 몰래 배웅하는 모습을 통해 수일의 인간미를 보여주는 장소로, 《박명》에서는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색주가로 팔려가는 순영이 등장한다. 이어 현진건 《운수 좋은 날》, 박태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통해 서울 시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이순신. 이 이름 석 자는 끊임없이 불러낸다. 불멸의 장군, 효자, 그리고 충신 … 어찌 보면 공동체가 배출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인물의 전형으로, 일은 물론이고 인격 또한 나무랄 데가 없었던 ‘완벽한 인재’의 본보기다. 무엇이 이러한 완벽한 인간을 가능케 했는가. 그 배경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 책이 《태교신공과 이순신》이다. 성당에서 사목 중인 김일영 신부가 쓴 이 책은 한 인간을 길러낸 뿌리, 곧 정신문화의 지혜를 다룬다. 그 비결은 첫째, 어머니 변 씨의 훌륭한 ‘자녀교육’이었다. 변 씨가 이순신을 낳기 전 꿈을 꾸었는데, 신선의 풍악 소리가 나며 붓과 칼을 든 선녀 두 명이 나타났다. 붓에는 ‘효당갈력(孝當竭力)’, 칼에는 ‘충즉진명(忠卽盡命)’이 쓰여 있었다. 효도는 마땅히 있는 힘을 다해야 하고, 충성은 목숨을 바칠 각오로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아버지 이정은 경건한 마음가짐과 태도로 글을 읽고 마음을 수련했고, 어머니 변 씨는 날마다 새벽기도를 드리며 마음을 정갈히 했다. 둘 사이에 낳은 아들 네 명은 모두 복희, 요임금, 순임금, 우임금에서 이름을 따 ‘희신’, ‘요신’, ‘순신’, ‘우신’이라 하였다. 네 아들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조용한 날들 2 - 한강 비가 들이치기 전에 베란다 창을 닫으러 갔다 (건드리지 말아요) 움직이려고 몸을 껍데기에서 꺼내며 달팽이가 말했다 반투명하고 끈끈한 얼룩을 남기며 조금 나아갔다 조금 나아가려고 물컹한 몸을 껍데기에서 조금 나아가려고 꺼내 예리한 알루미늄 세시 사이를 찌르지 말아요 짓이기지 말아요 1초 안에 으스러뜨리지 말아요 (하지만 상관없어, 내가 찌르든 부숴뜨리든) 그렇게 조금 더 나아갔다 24절기 가운데 동지, 이날 우리 겨레의 가장 흔한 풍속으로는 팥죽을 쑤어 먹는 일이다. 팥죽에는 찹쌀로 새알 모양의 단자(團子) 곧 ‘새알심’을 만들어 죽에 넣어서 끓여 만드는데, 식구의 나이 수대로 넣어 끓이는 풍습도 있다. 원래 팥죽은 붉은색으로 귀신을 쫓는다는 뜻이 들어있다. 동짓날 팥죽을 쑨 유래는 중국 형초(荊楚, 지금의 후베이ㆍ후난 지방)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나온다. ‘공공씨’의 망나니 아들이 동짓날 죽어서 전염병귀신이 되었는데 그 아들이 평상시에 팥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전염병귀신을 쫓으려 동짓날 팥죽을 쑤어 악귀를 쫓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겨레는 단순히 귀신만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92) 김덕형은 늘 화원으로 날쌔게 달려간다. 꽃만 바라보고는 하루 종일 꿈쩍도 하지 않는다. 꽃 아래 자리를 마련해 그대로 누워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손님이 와도 아무 말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김덕형이 미쳤거나, 멍청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손가락질하고 비웃는다. - 《백화보》 서문 중에서 꽃은 참 아름답다. 보기에도 좋고, 쓰기에도 좋다. 식물이 생명의 절정에서 피워 올린 꽃은 때로는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고, 때로는 따뜻한 옷감이 되어준다. 옛사람들도 꽃을 예사로 보아 넘기지 않았다. 꽃을 심고, 관찰하고, 애지중지했다. 설흔이 쓴 이 책, 《따뜻하고 신비로운 역사 속 꽃 이야기》에는 꽃에 심취한 이들이 여럿 나온다. 꽃을 너무 좋아해 ‘꽃에 미쳤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김덕형과 목화씨를 가져와 목화를 대량으로 재배한 문익점이 대표적이다. 김덕형은 실학자이자 《북학의》로 유명한 박제가와 같은 시대에 살았던 인물이다. 김덕형은 꽃 그림을 잘 그리기로 소문난 화가였다. 당대의 이름난 화가였던 표암 강세황도 인정한 실력이었으니 과연 출중했던 듯싶다. 그는 새벽부터 밤까지 꽃만 보며 꽃 그림을 그렸다. 굉장히 세밀하게 줄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어느 늦은 저녁 나는 - 한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올라 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 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 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이 '청소년 유해 성교육 도서'로 지정해 경기도 내 학교 도서관에서 폐기 처리된 소설 《채식주의자》의 작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는 소식이 그동안 우울했던 우리의 마음을 가을 하늘처럼 푸르게 했고, 언론에는 관련 기사로 도배가 되었다. 한강 작가는 지난해 《채식주의자》로 "아름다움과 공포가 절묘하게 버무려진 작품"이라는 평과 함께 노벨 문학상 다음가는 세계 으뜸 문학상 ‘부커상’을 받았다. 그뿐만이 2014년에 내놓은 장편 소설 《소년이 온다》는 노벨문학상 수상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평가를 받는 작품으로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키다 계엄군의 총에 쓰러진 열여섯 살 소년 동호를 중심으로 5월 광주를 정면으로 다룬 책이다. 한강은 《소년이 온다》를 펴낼 때 "소설을 쓰는 동안 거의 매일 울었다. 세 줄 쓰고 한 시간을 울기도 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또한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해서 쓸모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확실한 쓸모가 없는 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 꾸미개 곧 장신구도 그렇다. 꾸미개가 없다고 해서 크게 불편하진 않지만, 꾸미개가 있으면 일상이 훨씬 풍요로울 수 있다. 박세경이 쓴 이 책, 《곱구나! 우리 장신구》는 일상을 아름답게 가꿔주었던 전통 꾸미개를 다룬다. 지금도 특별한 날에는 꾸미개를 즐겨 착용하지만, 예전에도 일상을 빛내주는 용도로는 꾸미개만 한 것이 없었다. 혼인이나 과거급제처럼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 꾸미개는 특히 빛을 발했다. 꾸미개에 얽힌 옛사람들의 생활 모습도 정겹다. 돌잔치, 혼인, 장원급제, 장례와 같이 굵직굵직한 삶의 큰 사건에는 늘 꾸미개가 있었다. 일생에 몇 번 찾아오지 않는 중요한 순간들을 가장 예를 갖추어 진중하게 맞이했던 진심이 느껴진다. 그 가운데 장원급제 때의 차림과 꾸미개가 특히 눈길을 끈다. <춘향전>에 나오는 이몽룡처럼 과거에 급제한 사람은 연두색 앵삼을 입고, ‘복두’라는 관모를 쓰고, 복두에 어사화를 꽂았다. 어사화는 보라색, 노란색, 다홍색 등 다양한 색깔로 만든 꽃으로 임금이 내린 꾸미개였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별 - 신경림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 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 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 가면 검정 대리석에 새긴 국보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天象列次分野之圖刻石)>이 있다. 이 각석의 크기는 높이 200.9㎝, 두께 11.8㎝, 너비 122.8㎝다. 조선 왕조를 수립한 태조 이성계는 왕조의 정통성과 권위의 표상으로 새로운 천문도 갖기를 염원했는데 이에 1395년(태조 4) 권근 등 12명의 천문학자는 천문도를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에 새겼다. 이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은 동아시아의 전통시대에 제작된 석각천문도를 대표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 이 천문도는 중국 남송의 ‘순우천문도(淳祐天文圖, 1241년)’ 각석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석각천문도인데, 새겨진 별의 숫자에 있어서는 순우천문도의 1,434개를 넘어 1,467개의 별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순우천문도’와는 달리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체질이 정말 심리와 관련이 있을까? 상대방의 체질을 알면 사고방식도 짐작할 수 있다는 생각은 솔깃하다. 하긴 마음과 몸이 별개가 아닐진대, 이렇게 체질로 상대방을 파악할 수 있다면 맞춤형 의사소통으로 갈등을 훨씬 줄일 수 있을 터이다. 성격 심리학자이자 사상체질 전문강사인 류종형이 쓴 이 책, 《류종형의 사상체질 실전 심리학》은 상대방의 체질에 맞추어 소통하는 방식을 알려준다. 조선시대 이제마가 창시한 ‘사상체질 의학’을 심리학과 접목하여 인간관계에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소통법을 담았다. 체질과 관련된 심리는 우리가 인지하는 의식심리와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무의식심리로 나뉜다. 사상체질 심리학은 무의식심리에 더욱 주목하면서, 상대방의 무의식심리를 알면 일터에서도 조화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p.46) 자신의 체질을 이해했다면 다른 체질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합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체질을 이해하면 파트너로 일할 때 아주 유용하지요. 태양인과 소음인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소양인과 태양인은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태음인과 태양인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적절한 대응책을 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대추 한 알 - 장석주 저게 저 절로 붉어질 리가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 일 게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니 둥글게 만드는 것 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이제 추분이 지나고 완연한 가을이 되었다. 그 사이 벼는 익어 고개를 숙이고 농촌 마을에는 여기저기서 붉은 고추를 말리는 풍경이 아름답다. 그뿐이 아니다. 대추는 역시 붉게 물들어 단맛이 입안에 쏴 하니 퍼지는 때다. 충청북도 보은군에서는 오는 10월 11부터 10월 20일까지 보은읍 뱃들공원과 속리산 일원에서 <보은대추 축제>를 연다고 밝혔다. 보은은 예로부터 왕실에 진상하는 대추의 명산지로 《세종실록 지리지》 <충청도 청주목 보은현> 편에도 “토공(土貢)은 꿀ㆍ밀[黃蠟]ㆍ느타리ㆍ석이ㆍ종이ㆍ칠ㆍ지초ㆍ대추ㆍ족제비털ㆍ호도ㆍ잣[松子]ㆍ노루가죽ㆍ삵괭이가죽이요, 약재는 연꽃술ㆍ인삼ㆍ오가피ㆍ백복령ㆍ승검초뿌리[當歸]ㆍ수뤼나물[葳靈仙]ㆍ북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