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전남 나주시 다도면 불회사 입구에는 투박하고 길쭉한 자연석을 거칠게 다듬어 사람 모습으로 새겨진 벅수가 서있다. 불회사는 백제시대 동진으로부터 온 마라난타(서기 384년 백제입국) 스님이 세운 절이라고 전하는 유서깊은 절인데, 산길을 돌아서 오르는 절 입구에 귀한 벅수가 세워져 있었다. 이 벅수는 경사져 오르는 길 양 옆에 서로 마주보며 서있는데, 마치 천진난만한 어린아이가 제멋대로 흙으로 빗은 듯 투박하면서도 정다운 모습으로, 조선시대 천진불을 조각하듯 욕심없는 불모조각가가 한국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철학이 그대로 구현된 것이다. 불회사의 벅수는 높이 1.5m정도로 장승처럼 높고 크지도 험상굿지도 않고 정답고 아담하다. 벅수를 2기로 양 옆에 새긴 것은 벅수도 남녀로 쌍을 이루게 한 것이며, 남자는 긴 수염과 상투를 튼 모습으로 표현하였고, 여자는 부드러운 느낌의 미소가 보이도록 표현하였다. 남자 벅수의 몸에는 '하원당장군' 여자 벅수의 몸에는 주장군이라고 새겨져 있다. 절 입구의 벅수는 불교의 수호신인 사천왕이나 금강역사와는 또 다른 의미의 한국인의 토속신으로 또 다른 의미의 신성구역으로 들어가는 경계를 표현한 것으로 본다. 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한가위는 잘 쇠셨습니까? 환한 보름달은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여러 날 쉬시면서 힘을 채우셨으리라 믿습니다. 오늘 우리가 만날 토박이말은 하늘과 땅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붙들어 한데 담은 ‘꽃구름’입니다. 이 말은 두 가지의 눈부신 바람빛(풍경)을 우리에게 안겨 줍니다. 하나는 하늘에 있고, 다른 하나는 땅에 있습니다. 먼저, 하늘에 피어나는 ‘꽃구름’을 만나보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꽃구름’을 '여러 가지 빛을 띤 아름다운 구름'이라고 풀이하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여러 가지 빛깔로 어우러져 아른거리는 아름다운 구름'이라고 그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그려줍니다. 해가 뜨거나 질 무렵, 하늘이 온통 붉고 노랗고 자줏빛으로 물들 때 예쁘게 피어오르는 구름, 바로 그 모습이 ‘꽃구름’입니다. 마치 하늘에 커다란 꽃이 핀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지요. 이처럼 아름다운 말이니, 우리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 속에서도 그 빛을 환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꽃구름이 일고 있는 하늘 어디쯤을 한 마리의 어린 제비가 날아가고 있다고나 할까. - 최명희, 『혼불』 하지만 때로는 그 아름다움이 닿을 수 없는 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산림청 국립수목원(원장 임영석)은 최근 전라남도 진도군 명도와 병풍도 섬의 숲에서 갯꼬리풀(Pseudolysimachion sieboldianum (Miq.) Holub)의 새로운 자생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갯꼬리풀은 일본 특산식물로 알려져 왔으나, 2017년 전라남도 진도군 명도에서 국내 첫 자생지가 확인된 바 있다. 이번 국립수목원의 현지조사에서는 명도뿐만 아니라 병풍도에서도 갯꼬리풀의 분포가 추가로 확인되었다. 명도에서는 약 5㎡ 범위 안에서 20여 개체가, 병풍도에서는 약 20㎡ 범위 안에서 30여 개체가 발견되었다. 이들은 접근이 어려운 해안 절벽 틈에서 자생하고 있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추가 자생지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사는 영암국유림관리소의 협조를 받아 산림보호단속선을 활용하여 진행하였으며, 이번 발견은 전남 진도군의 섬뿐만 아니라 가까운 시ㆍ군 섬에도 분포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국내 희귀식물 평가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갯꼬리풀은 건조한 해안 환경에서 자생하는 특성상 내염성(식물이 높은 염분환경에서 살 수 있는 성질)과 내건성(식물이 가물을 잘 타지 않고 견디는 성질)이 뛰어나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곡성군(군수 조상래)이 가을 정취가 절정에 이르는 오는 10월 18일부터 19일까지 황화코스모스가 활짝 핀 동화정원에서 가을 음악회 '시월에 어느 멋진 날'을 연다. 올해 초 유채꽃이 활짝 피었던 동화정원에서 이미 봄의 향기를 가득 담은 음악회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는 가을의 주인공 황화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핀 공간에서, 다시 한번 계절의 낭만을 음악과 함께 전할 예정이다. 음악회는 18일부터 19일 이틀 동안 낮 1시 30분부터 저녁 5시까지 진행되며, 자연과 음악, 체험이 어우러지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가족, 연인, 친구 등 누구와 함께해도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자리로 기대를 모은다. 공연은 모두 3팀이 무대에 오른다. 섬세한 선율로 가을의 분위기를 더할 전자현악듀오를 시작으로, '미스트롯3'와 '골 때리는 그녀들' 등에 출연하며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스페인 출신 가수 라라 베니또가 감미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이어 깊고 풍부한 음색으로 사랑받는 팝페라 그룹 레디스가 웅장한 하모니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공연과 함께 다양한 가을 감성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화분 만들기, 갓 열쇠고리ㆍ전통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어린 시절 텔레비전에서 기아 체험 행사를 보며 ‘왜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은 굶주릴까?’라는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음식은 넘쳐나고, 인간은 배고프다》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세계적 환경과학자 바츨라프 스밀은 인류가 30% 이상의 식량을 과잉 생산하는데, 8억 명이 굶주리고 있는 현실을 분석한다. 왜 인류가 특정 동식물에 의존하게 되었는지 역사적 사례를 토대로 차근차근 짚어내며, 현대 사회의 식량 낭비와 불공정한 분배, 비효율적 유통이 어떻게 기아를 심화시키는지 그 구조적 모순을 통계와 데이터로 명쾌하게 해부한다. 더 나아가 배양육(줄기세포를 배양액 속에서 키워서 만드는 살코기), 유기농과 같은 새로운 대안의 가능성과 한계를 검토하며, 무엇을 먹을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묻는다. 이 책은 식량 과잉과 기아의 공존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하며, 개인과 공동체, 정부 모두의 책임 있는 참여를 촉구한다. 식량문제와 환경, 지속가능성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륙도(五六島) 있는 것 안 보일 때 있는 인생 (초) 안 보이는 것 볼 때 있는 인생 (심) 안 보일 때 다섯 보일 때 여섯 (빛) 나고 사라짐, 유무형의 공존 (돌) ... 25.10.10. 불한시사 합작시 부산의 오륙도는 잘 알다시피 다섯 개나 여섯 개로 달리 보이는 섬들로 유명하다. 동쪽에서 서쪽 방향으로 방패섬, 솔섬, 굴섬, 촛대섬, 수리섬, 등대섬 등으로 불리는 부산의 대표적 표징 같은 섬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방패섬과 솔섬이 조수가 빠지면 다른 섬처럼 뵈지만, 조수가 들면 연결되어 하나로 보이기에 그렇게 불렸다. 바다속 작은 섬들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왜 오륙도를 떠올리는가? 본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준다. 5와 6이 아니라 수면 아래로 내려가면 섬은 사라지고 모두 하나, 한 뿌리임을 깨닫게 하는 귀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해양의 관문인 부산바다에 서 있는 유구한 천연의 상징물이라 할 만하다. (옥광)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합작시의 형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마침, 손님은 하나도 없고, 미스 K 혼자서 빈 식당을 지키고 있었다. 그녀는 음악을 듣고 있었다. 알바생은 이미 퇴근했다. 혼자서 심심하던 차에 K 교수가 방문하니 미스 K는 반갑게 맞아준다. 손님이 없더라도 12시가 넘어서 식당 문을 닫는다고 한다. 미스 K의 숙소인 K리조트는 식당에서 3분 이내 거리에 있다. 이해가 된다. K리조트 방에 가봐야 기다리는 사람도 없이 썰렁할 것이다. 차라리 식당에서 마무리 일을 하면서 음악이라도 듣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K 교수 입에서 술 냄새가 나는 것을 알아채고서 미스 K가 묻는다. “술 드셨어요?” “네, 서울에서 열린학회 모임에 갔다 오는 길입니다. 1차로 저녁식사, 2차는 맥주, 3차는 노래방 가서 최신곡을 세 곡이나 불렀답니다.” “운전은 어떻게 하셨어요?” “나는 모범생이잖아요. 모범택시를 타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택시를 1시간 동안 문밖에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택시를 돌려 보내세요. 이따가 제 차로 집에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러면 그러지요 뭐. 잘 되었네요. 오늘은 일진이 좋은 날인가 봐요.” K 교수는 택시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리문화신문>에는 한자말 ‘가치(價値)’ 대신 우리말 ‘값어치’란 말을 씁니다. 그랬더니 어떤 분이 ‘가치’와 ‘값어치’는 같은 말이 아니라면서 바꿔서 쓸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관해 진주에서 ‘토박이말바라기’ 상임이사(맡음빛)를 하고 있는 이창수 님께서는 오히려 ‘값’이나 ‘값어치’가 ‘가치를 껴안는 폭 넓은 말이라며 ‘값’이나 ‘값어치’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우리문화신문에 글을 올렸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값어치’를 “일정한 값에 해당하는 분량이나 가치”라고 풀이했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일정한 값에 해당하는 쓸모나 가치”라고 풀이해 놓았습니다. 또 우리 말꽃지음몬(문학작품)에도 이 말을 부려 써서 사람의 소중함과 삶의 무게를 멋지게 나타냈는데 예를 들면 안정효 님의 《하얀 전쟁》에서는 “죽음의 값어치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의 무게로 측정된다.”라고 표현했다면서 꼭 ‘가치’란 말을 쓸 필요가 없음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면서 “‘값어치’의 뜻풀이 속에는 ‘가치’의 뜻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물건값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성과 쓸모까지 아우르는 큰 그릇이지요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올해로 10회를 맞이한 여성연극제 개막작으로 이상희 연출의 <낙월도>가 뽑혔다. 천승세 작가의 원작을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지난 5월 천승세 희곡열전에서 <낙월도×맨발>로 공연되어 작품성을 인정받은 화제작이다. 천승세 작가 특유의 향토적 문체가 만들어내는 율동적인 운율과 함께 휴머니즘을 자아내는 이 작품은 이상희 연출의 무대적 미학 또한 동시에 선사해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상희 연출가는 연극 <낙월도>가 제10회 여성연극제의 개막작인 만큼 기존 공연보다 한층 더 수준 높은 공연 예술로 관객들과 만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억압 속에서도 삶과 자유를 향해 몸부림치는 민중의 의지를 그려낸 <낙월도>를 통해, 침묵을 강요받은 이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는 작품으로 도약과 연대를 모색해 온 여성연극제의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작품을 기대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낙월도>, 비정한 인간 사회에서 발견하는 숭고한 인간애 창조하는 배우들의 움직임, 탁월한 오브제 활용으로 공연의 즐거움 선사 이상희 연출가는 <낙월도×맨발> (2025),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20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남양주시(시장 주광덕)는 10월 9일(목) 제579돌 한글날을 맞아 봉선사에서 남양주 운허체 배포식을 열었다. 이번에 공개된 남양주 운허체는 근현대 불교학의 큰 스승인 운허 스님의 친필을 바탕으로 제작된 서체로, 스님의 사상과 필체의 특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남양주시와 (사)운허기념사업회가 공동 제작했으며, 한글날인 10월 9일부터 남양주시 누리집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남양주 운허체는 스님의 글씨에서 느껴지는 단정함과 소박함, 힘 있는 필획을 그대로 담아내 디지털 시대에도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서체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배포식은 봉선사 개산대제와 연계해 진행됐으며, 홍지선 부시장을 비롯해 조성대 시의회 의장,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등 주요 인사와 시민 300여 명이 참석했다. 남양주시는 이번 배포식을 계기로 남양주 운허체를 시정 홍보물, 공공시설 안내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홍지선 부시장은 "한글날에 맞춰 남양주 운허체를 공개하게 돼 의미가 크고, 운허 스님의 정신과 글씨가 오늘날 서체로 재탄생해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어 뜻깊다"라며 "앞으로도 지역의 역사적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