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미스 K가 운전하는 그랜저는 최초 모델인 ‘각 그랜저’가 생산 중단되고 1992~1998년 사이에 생산된 ‘뉴 그랜저’였다. 소형차인 프라이드를 8년째 타는 K 교수가 그랜저를 타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승차감이 아주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 위를 미끄러져 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작은 차보다 큰 차를 선호하는가보다 이해가 되었다. 자기가 타는 프라이드는 소달구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차를 바꿀 때는 좋은 차로 바꾸고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 날 정도였다. 차 안에 있는 여러 가지 액세서리도 요란했고 오디오도 아주 훌륭했다. 마침 비발디의 ‘사계’ 가운데 봄이 경쾌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조수석에 앉아서 왼쪽으로 눈동자를 살짝 돌려 슬쩍슬쩍 훔쳐보는 미스 K의 옆 모습은 아름다웠다. “미인은 정면만이 아니라 옆 모습도 아름다운가 보다”라고 K 교수는 생각했다. 운전하는 미스 K가 먼저 말을 꺼내었다. 대화는 미스 K의 모교인 이화여대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되었다. 미스 K가 대학원에 다니면서 미스코리아 경연대회에 출전했는데, 당시 학칙상 미인대회에는 나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대회에 나가려면 퇴학을 감수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날씨알림 때문인지 참으로 그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침부터 덥습니다. 불볕이 여러 날을 쉬지 않고 내리 쬐니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여름 말미(방학, 휴가)가 있으니 다들 시원하게 잘 보내고 오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해발쪽'입니다. 이 말은 어제 알려드린 '해발리다'와 이어지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입이나 구멍 따위가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조금 넓게 바라진 모양'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는데 풀이말에 나오는 '바라지다'의 본디꼴 '발아지다'와 '발리다'가 서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아이들이 보고 싶어하는 빛그림(영화)를 보여줬습니다. 한 아이의 돌잔치를 곁들여 먼저 하고 맛있는 군것을 먹으며 볼 수 있게 해 주었지요. 환한 얼굴로 해발쭉 웃는 아이들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이렇게 쓸 수 있겠습니다. '해발쪽'과 비슷한 말로 '해발쪽이'가 있으며 '해발쪽'의 움직씨(동사), 그림씨(형용사)는 '해발쪽하다'입니다. '입이나 구멍 따위가 여럿이 다 또는 자꾸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조금 넓게 바라지는 모양'은 '해발쪽해발쪽'인데 이 말의 움직씨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2025년 7월 25일 자 조선일보 사설의 제목은 “또 4대강 보 공격 시작, 이성 잃은 낡은 진영 논리”였다. 제목이 매우 자극적이어서 읽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다 읽고서 필자는 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관심 있는 독자는 아래 주소의 조선일보 사설을 읽고서 이 글을 읽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5/07/25/M63UTIHQOFHLJHYSPXNW3ZE6UM/ 2025년 7월 현재 우리나라 국론 분열의 대표적인 사업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다. 4대강 사업으로 한강에 3개, 낙동강에 8개, 금강에 3개, 영산강에 2개, 모두 16개의 대형보가 만들어졌다. 4대강의 수심을 최소 6m로 유지하기 위하여 4억 5,000만 톤의 모래를 파내었다. 대형보의 상류에 생긴 16개의 호수에 담긴 물은 모두 7억 2,000만 톤이나 된다.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사업이라는 4대강 사업에 들어간 돈은 15년 전에 22조 원이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홍보한 4대강 사업의 목적은 1) 수질 개선 2) 홍수 방지 3) 가뭄 해결 4) 지역 발전 등 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날마다 조금씩 더 더워질거라는 날씨알림을 들으며 배곳(학교)으로 왔습니다. 지난해 햇볕에 익어버린 꽃동이(화분)가 있었는데 이렇게 몇 날 더 불볕더위가 이어진다면 또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햇볕을 덜 받는 곳으로 옮겨주어야겠습니다. 뜨거운 햇볕도 잘 견디는 푸나무가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듯이 더위를 잘 견디는 사람도 있고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처럼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이 견디기 어려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밖이 아닌 안에서 일을 할 수 있음을 고맙게 생각하며 하루를 엽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해발리다'입니다. 이 말도 처음 보시는 분들은 많이 낯설 텐데 처음 보신 느낌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이 말을 처음 본 아이들은 '누구한테 얻어 맞았다' 또는 '누구한테 졌다'는 말같다고 했습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쓰는 '너 나한테 발렸다'와 같은 말에 있는 '발렸다'와 비슷해 보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어울리지 않게 벌어지게 하다'는 뜻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풀이를 보지 않더라도 이 말의 짜임을 보면 뜻을 어림할 만한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고즈넉한 산사를 지날 때면 스님의 독경 소리와 처마 끝에 매달려 있는 풍경소리를 듣게 됩니다. 풍경은 불구(佛具, 부처 앞에 쓰는 온갖 법구) 강운데 하나이지만 요즘은 단독주택의 처마에 걸어놓기도 합니다. 종은 대부분 사람의 힘을 빌려 소리를 내지만, 풍경은 오로지 바람의 힘을 빌려 소리를 냅니다. 풍경은 세상을 경계하라는 수행자의 나태함을 깨우치는 역할을 합니다. 공이는 물고기 모양을 하고 있지요. 물고기는 잠을 잘 때도 눈을 감지 않으니 항상 깨어있으라는 의미이지요. 이 세상은 서로 공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깊은 산속, 절의 마루에 앉자 땀을 식히고 있으면 풍경이 있어 바람 소리가 아름다운지 바람이 있어 풍경이 아름다운지, 그 연결과 공생의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네가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네가 있는 것이니 인생은 이렇게 더불어 사는 소중함이 있는 것이지요. 풍경은 또한 삶의 변화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풍경 소리는 다채롭게 변화하니까요. 마치 우리 삶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듯이 말입니다. 때로는 부드럽고 평화로운 소리로, 때로는 강렬하고 역동적인 소리로 우리에게 다가오지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도 많이 뜨거울 것 같습니다. 아침에 받는 햇볕이 어제보다 더 뜨거운 느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날씨를 알려 주시는 분이 어제보다 더 더울 거라고 하더라구요. 뒤통수에 햇볕의 따뜻함을 느끼며 해를 등지고 걸어오는 길에, 이슬이 내린 잔디밭을 지나왔습니다. 오늘따라 이슬이 맺힌 잔디가 유난히 해반드르하게 보였습니다. 잔디에 맺힌 이슬에 햇빛이 비치면서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이 바로 '해반드르르하다'입니다. '겉모양이 해말쑥하고 반드르르하다'는 뜻으로 쓰는 말입니다. 보시다시피 '해+반드르르하다'의 짜임으로 된 말인데 앞가지(접두사) '해-'는 풀이에 나오는 '해말갛다'에서 처럼 '매우'의 뜻을 더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반드르르하다'는 '윤기가 흐르며 매끄럽다'는 뜻이니 '해반드르르하다'를 '매우 윤기가 흐르며 매끄럽다'로 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갓 따온 열매를 보고 '아주 윤기가 흐르고 매끄럽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해반드르르하다'는 말을 쓰면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게에서 사 온 과일을 먹으려고 깨끗이 씻어 놓고 '해반드르르하다'는 말은 떠올려 쓰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김일성이 뭐라고 한마디 하면 북한은 찬양하기에 급급해한다. ‘아니요.’라고 말할 자유가 없을 뿐 아니라 침묵도 허용되지 않는다. 남한에서는 어떠한가. 역시 자유가 없다. 김일성의 말에 무조건 고개를 흔들지 않으면 사상이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욕설에 가까운 반대부터 해야 한다. ‘고려연방제’만 해도 그렇다, 그 내용을 알아보는 것 자체가 위험스러운 일이다. 김일성이 “쌀밥이 역시 최고야”라고 강조했다고 치자. 북한 주민들은 ‘보리밥이 더 맛있어’라고 말할 자유가 없어진다, 남한 사람들도 자유가 제약받기는 마찬가지이다. ‘나는 쌀밥이 싫어요’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사정이 이러하니 분단체제 아래에서는 북이나 남이나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쉽지 않다. 김일성이 김옥균을 높였을 때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북한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찬양하기에 여념이 없다. 맹목적인 교조주의에 빠진다. 남한 학자들도 불편해진다. 가만히 있으면 김일성에게 동조한다고 의심받을까 봐 께름칙하지 않을까? 물론 오늘날 한국 학자들이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학문의 자유가 상당히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김일성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지난달 초 중남미 카리브해라는 바다 가운데에 있는 섬나라 쿠바의 수도 아바나 외곽의 한 유대인 묘지에 우리나라 대사가 헌화를 한 행사가 있었다. 묘지의 주인공은 아이작 본다르(Isaac Bondar)라는 이름의 한 쿠바인으로 우리의 6ㆍ25 전쟁에 미군 병사로 참전했다가 전사한 사람이다. 1928년 쿠바에서 태어난 본다르는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가 생활하다가 미군에 입대해 미군 45보병사단 소속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이후 전장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고 1952년 5월, 23살의 나이로 전사했다. 쿠바는 1959년 사회주의 혁명 전에는 미국과 매우 가까운 나라여서 많은 쿠바인들이 미국에서 살다가 미군에 입대했었기에 참전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본다르 상병만 알려져 있다. 이날 이호열 주쿠바 한국대사는 재쿠바 유대인협회와 함께 묘소를 방문해 "한국 정부를 대표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라며 "본다르 상병을 대한민국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는 우리에게는 참으로 먼 나라였다. 카리브해 중간에 있으므로 뱃길로 바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거기에 가려면 미국 마이애미나 다른 지역에서 비행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갈등(葛藤) 칡은 오른쪽 등은 왼쪽으로 (돌) 갈등을 엮으면 풀 수 없겠네 (빛) 얽힌 것은 언젠가 풀리는 법 (심) 땅 하늘로 위 아래로 푼다네 (달) ... 25.7.18. 불한시사 합작시 칡덩쿨과 등나무 넝쿨을 가리키는 ‘갈(葛)’과 ‘등(藤)’이 비유적인 의미의 "갈등"이란 말로 처음 나타난 것은 중국 송대의 선(禪)불교라고 알려졌다. ‘마음의 뒤엉킴’을 표현하고, 분별심(分別心)이나 시비심(是非心)을 가리키는 말이 된 것이다. 이는 선종문헌인 《벽암록》과 《전등록》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말이 오늘날에는 심리적인 것을 포함하여 사회적인 의견 충돌과 다툼을 뜻하는 말로 발전해 왔다. 칡은 오른쪽으로 등은 왼쪽으로 얽히듯, 갈등은 끊임없이 이 세상을 덩쿨 넝쿨로 감아올려 가고 있다. 그런데 어떤가? "갈등"은 원래 없었다. 칡과 등나무가 있고 지켜보는 내 마음이 있을 뿐인 것을. (옥광)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합작시의 형식은 손말틀(휴대폰) 화면에 맞도록 1행에 11자씩 기승전결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아침부터 해가 뜨겁게 느껴집니다. 구름 하나 없는 하늘에서 햇볕이 바로 내리 쬐니 말입니다. 한낮에는 그야말로 '불볕더위'와 함께 '무더위' 를 함께 맛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시원한 마음으로 하루 잘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해묵다'입니다. '해+묵다'의 짜임으로 된 말로 바탕 뜻(기본의미)은 '어떤 몬(물건)이 해를 넘겨 오랫동안 남아 있다'입니다. 저는 지난 이레끝(주말) 집가심(집청소)을 했었는데 구석에서 뜻밖의 것을 보았습니다. 해묵은 고구마에서 줄기가 자라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치 키운 것처럼 자란 것을 보고 놀랐지만 먹지 못할 만큼은 아니라서 줄기를 떼고 삶아 먹었답니다. 이처럼 해를 넘겨 남아 있는 것들을 나타낼 때도 쓸 수 있지만 '어떤 일이나 감정이 해결되거나 풀어지지 못한 상태로 여러 해를 넘기거나 많은 시간이 지나다'는 뜻도 있습니다. 그래서 "해묵은 과제", "해묵은 고민"과 같은 말도 쓸 수 있는 것입니다. 박경리 님의 '토지'에 '해묵다'를 쓴 좋은 보기가 있습니다. "그들 사이에 가로놓인 해묵은 원한은 쉽사리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냥 '오래된 원한'이라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