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단청으로 채색된 이 건물은 원래 서울 조선왕궁에 있던 것으로 1924년(대정13년) 스기노 기세이 씨에 의해 이곳에 기증되었습니다. 가마쿠라 33관음 영장(靈場)의 23번째 절인 이곳에는 에도 후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목조 관음보살입상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이는 지난 20일(월), 가마쿠라 대불로 유명한 가마쿠라 고덕원(高德院)에 갔을 때 조선 궁궐이었던 관월당(觀月堂) 앞 표지판에 일본어로 적혀 있던 글이다. ‘한국 궁궐의 한 건물이었던 관월당을 이곳에 기증했다고?’ 곱씹을수록 불쾌하다. 무슨 물건도 아니고 궁궐 건물을 뜯어다가 생뚱맞게 멀고먼 일본땅 가마쿠라 절간 안쪽에 복원(?)해놓고 그 안에는 에도시대 불상을 안치했다니... “이 선생님이 가마쿠라에 오신다고 해서 저희가 이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이게 그 자료입니다.” 와타나베 다케지(渡邊武二)씨 부부가 내게 건넨 자료는 관월당 사진과 일본어로 된 관월당의 유래였다. 와타나베 다케지 씨는 처음 만나는 분이지만 그의 부인인 와타나베 야스코(渡邊泰子) 씨와는 오랜 인연이 있다. 야스코 씨는 도쿄 한 복판에서 현재 열리고 있는 ‘3.1독립운동 100년을 생각하며 – 동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도쿄 우에노에 있는 우에노공원에는 도쿄국립박물관, 국립서양미술과, 국립과학박물관, 우에노동물원 등이 있을 뿐 아니라 근처에 우에노의 명물인 아메요코 시장 등이 있어 찾는 이들이 많다. 특히 봄철 벚꽃잔치 때는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 우에노공원이기도 하다. 우에노공원은 1874년 명치정부 때 조성되었다. 공원 면적이 53만㎡(약 16만평)으로 넓기도 넓지만 공원을 끼고 있는 우에노역은 나리타공항에서 들어오는 관문이자 전국으로 달리는 신칸센 출발역이기도 함과 동시에 수많은 지역으로 이동이 가능한 거미줄 같은 철도망이 깔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접근성이 좋다보니 주말이면 특히 시민들이 가족단위로 산책 나온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지난 19일 일요일 낮, 우에노공원을 찾았다. 사실 이날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국보동사-공해와 불상만다라전(国宝東寺―空海と仏像曼荼羅)을 보러 갔으나 줄이 너무 길어 표기하고 공원을 산책하는 도중 지방도시의 관광페어전이 열리고 있어 들려 보았다. 에치고 나가오카・사도 광역관광페어(えちご長岡・佐渡広域観光フェア)전은 5월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열리는 행사로 각 지역의 특산물과 특산술, 음식 등이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를 알게 된 것은 한 이십년 전 쯤 된다. 1999년 가을 쯤, 지인으로부터 ‘유키 구라모토(Yuhki Kuramoto)’라는 이름이 적힌 음악 테이프 하나를 선물로 받은 적이 있다. 운전할 때 들어보라고 선물해준 이 테이프를 깜박 잊고 한 달 여 지난 뒤에 겨우 들어보았는데 매우 맑고 서정적인 선율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다. 이후 유키 구라모토에 대한 새로운 테이프를 사지도 않았고 이런저런 일로 그의 이름을 잊었었다. 그런 그가 이번 5월에 전국 순회연주회를 한다는 기별을 들었다. 5월 18일(토)에는 오산시 승격 30돌 기림으로 오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 서는데 입장권 발매 1달 전에 전석 매진이라니 대단한 열광이다. 특히 유키 구라모토는 한국의 젊은 여성 팬들이 많다고 하니 20년 전 나에게 음악 테이프를 선물한 그 지인도 유키 구라모토의 팬이었나 보다. 원래 구라모토 유키(倉本裕基)지만 ‘유키 구라모토’라고 부르는 것은 나훈아를 서양식으로 ‘훈아 남’으로 부르는 꼴이다. 구라모토 유키도 본명은 아니며 본명은 기타노 미노루(北野 實)로 그는 올해 68살이다. 유키 구라모토는 도쿄공업대학대학원 응용물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한국의 어버이날은 5월 8일이지만 일본은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이 각각 따로 있다. 어머니날(하하노히, 母の日)은 해마다 5월 둘째 주 일요일이므로 올해는 12일이다. 그런가 하면 아버지 날(치치노히, 父の日)은 6월 셋째 주 일요일이므로 6월 16일이다. 일본처럼 6월 셋째 주 일요일에 아버지날을 두고 있는 나라는 미국, 중국, 인도, 영국, 캐나다, 칠레, 콜롬비아, 프랑스, 터키, 싱가폴, 멕시코 등이다. 일본의 어머니날과 어버지날의 유래는 모두 미국에서 비롯된 풍습이며 어머니날엔 붉은 카네이션을, 아버지날에는 노란장미 (또는 흰장미)를 선물한다. 지난해 아버지날 선물 1위는 가죽벨트, 2위와 3위는 맥주 셋트, 4위는 색안경(선글라스), 5위는 발모제(머리 나게 하는 약) 순이다.(야후쇼핑 참고) 값은 3천 엔~7천 엔(3만~7만) 선이 많이 팔린다. 한편 일본의 어머니날은 과거에 1931년 대일본연합부인회(大日本連合婦人會)가 결성되고 난 뒤 왕비(香淳皇后, 소화왕의 부인) 생일인 3월 3일을 어머니날로 삼았으나 1949년부터 미국을 따라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 날로 굳혔다. 그렇다면 일본인의 어머니날 선물 1위는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5월은 가정의 달로 5월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5월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 등 줄줄이 기념일이 기다리고 있다. 일본 역시 5월 5일은 우리와 같은 ‘어린이날(고도모노히 , 子供の日)’이다. 뿐만 아니라 5월 8일은 어머니의 날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어린이날을 만든 나라는 터키로 1920년 4월 23일이었고 이후 192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6월 1일을 ‘국제 어린이 날 (International Children's Day)’로 삼았으며 1954년에는 유엔에서 11월 20일을 ‘세계 어린이 날 Universal Children's Day)’로 정했다 . 그러나 나라마다 어린이날은 약간 씩 다르며 일본은 전통적으로 지내오던 단옷날을 오늘의 어린이날로 삼고 있다 . 일본의 어린이날을 ‘탄고노셋쿠 (端午の節句 )’라고도 하는데 원래 이날은 남자 아이들의 성장을 축하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비손하는 풍습에서 유래했다. 이날은 형형색색의 모형 잉어를 띄우는데 이를 “고이노보리 (こいのぼり)”라고 한다. 예전에는 남자 아이가 있는 집안에서는 긴 장대에 모형잉어를 매달아 놓았지만 아파트 생활을 하는 현대는 아파트 베란다에 모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에는 우리나라처럼 제과점이 별로 눈에 안 띈다. 제과점에서 생일날 먹는 케이크를 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일본은 백화점의 케이크점 말고는 생일 케이크를 살 데가 별로 없다. 그 대신 일본전통의 과자점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일본전통 과자를 화과자(和菓子, 와가시)라고 하는데 이는 양과자(洋菓子, 요가시)라고 부르는 서양과자와 구별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일본의 화과자는 나마가시, 히가시, 아메가시로 나뉘는데 나마가시는 찰떡류를 말하며 수분이 많아 보존이 어려워 바로 먹어야 한다. 반면 히가시는 딱딱하게 틀에 찍어서 만든 과자로 한국에 알려진 센베이 같은 것을 말하며 아메가시는 엿종류를 말한다. 다도(茶道)가 발달한 일본에서 화과자는 차를 대접하는 자리에 빼놓을 수 없는 과자다. 화과자는 모양과 색이 다양하여 거의 예술작품에 가까운 과자도 수두룩하다. 대개 기름지지 않고 담백하지만 설탕을 많이 써서 달다. 설탕이 흔치 않던 시절에는 주로 감이나 화삼분(和三盆, 와삼봉)이라고 해서 사탕수수로 만든 정제되지 않은 흑설탕 덩어리를 사용했는데 특유한 향이 있어 지금도 고급 화과자의 재료로 사용된다. 화과자의 으뜸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 12일(금) 아침, 교토 시조 거리를 걷다가 만난 커다란 건물 벽에 설치된 꽃꽂이 앞에 발이 멈췄다. 보랏빛 서양란 몇 송이와 안개꽃 그리고 소나무로 꽃꽂이를 해둔 건물 외벽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번씩 발걸음을 멈추고 감상하기 바쁘다. 가히 꽃꽂이(이케바나)의 나라답다. 꽃꽂이 작품이 있는 곳에는 무라카미 겐지의 시 ‘생명은 빛난다’도 걸려 있었다. 초목이 자라나는 모습 / 거기에 비추는 / 다양한 생명의 소중함 /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에 마음을 기대어 / 인생의 만남을 즐긴다. 일본의 꽃꽂이를 이케바나(生け花) 또는 카도우(花道, 華道)라고 부르는데 카도우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한 꽃꽂이라기보다는 수행의 의미를 내포한다고도 한다. 차도(茶道)처럼 도 ‘道’자가 붙으면 아무래도 그런 느낌이 짙다. 일본의 꽃꽂이는 불교의 전래로부터 그 시작을 보는데 부처에세 꽃 공양을 한데서 유래한다는 게 정설이다. 일본인들의 꽃사랑은 헤이안시대(794-1185)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의 수필집인 마쿠라노 소우시(枕草子) 등의 문학작품에도 등장할 정도로 일본의 꽃꽂이 역사는 1천년 이상으로 길다. 카도우(花道, 華道)는 무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에서 1977년에 나온 책으로 《역사독본(歷史讀本)》이란 책이 있다. 1977년 봄호(春號)로 펴낸 이 책은 일본의 신인물왕래사(新人物往來社)에서 나온 것으로 표지에는 《역사독본》 창간2호라고 쓰여 있다. 이 책을 만난 것은 20여 년 전 우연찮게 도쿄 진보초의 고서점가에서다. 특별히 이 책에 관심이 갔던 것은 ‘역대천황124대’라는 부제가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표지에는 122대 메이지왕(明治天皇)의 사진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 차 보인다. 일본고대문화사를 전공하는 필자는 일본왕(天皇)의 역사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 이 책을 곁에 두고 수시로 읽고 있다. 약 300쪽에 달하는 이 책은 역대 일왕가의 행적을 일목요연하게 기록한 책으로 일왕의 뿌리부터 일본근대화의 아버지라는 명치왕(1868~1912) 때까지 일본인들도 모르는 흥미진진한 내용이 많이 들어 있다. 특별히 권두 특별기고문은 ‘일본역사와 천황(日本歷史と天皇)’라는 제목으로 도쿄대학 사카모토 타로우(坂本太郞권) 명예교수가 썼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의 집필자들은 와세다대학의 미즈노 유(水野祐), 도쿄대학의 야마나카 유타카(山中裕),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에서는 지금 새로운 일왕의 연호(年号)인 '레이와(令和)'가 발표되어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그제(1일) 오전 11시, 스가요시히데 관방장관의 새로운 연호 발표가 있었던 시각 NHK생중계는 19%의 높은 시청률을 보일 정도로 일본인들의 연호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다. 이로써 일본은 지난 1989년에 시작된 '헤이세이(平成)'시대를 마감하고 레이와(令和)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번에 새로 쓰게 되는 연호는 서기 645년의 다이카(大化)로부터 시작해서 248번째에 해당하는 것으로 2019년은 레이와(令和) 1년이 된다. 새로운 연호인 레이와(令和)는 일본 고전인 《만엽집(萬葉集)》에서 인용해서 지은 것이다. 그동안은 대개 중국 고전에서 따다가 만들었는데 견주어 이번에는 일본 고대의 문학작품에서 만든 것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새 연호인 레이와(令和)의 뜻은, 《만엽집》의 “梅花の歌三十二首の序文”에서 인용한 것으로 ‘영월(令月, 축하하고 싶은 달)의 부드러운 바람과, 매화의 향기를 찬양하는 노래 구절’ 속에서 고른 것이다. 뜻이 무엇이든 간에 대대로 중국 고전에서 연호를 짓다가 올해는 자국의 문학작품 속에서 고른 낱말로 연호를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조선총독부는 1911년부터 유물유적 조사를 시작하여 1915년까지 한반도 전체에 대한 1차 조사를 했다. 이 시기는 고적이나 유물에 대한 특별한 현지 보존 또는 관리 규칙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고적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중요 보물들은 발견자가 사적으로 슬쩍 챙겨도 아무도 지적할 사람이 없었다. 누천년 동안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각종 문화재급 보물들은 일제침략기에 무법천지로 일본인들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그런 보물급 유물들을 마구 가져간 일본인 가운데 한 사람이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 1870-1964)다. 오구라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고적조사사업에 관련이 큰 인물이다. 그는 골동상, 경매, 도굴 등 닥치는 대로 조선의 문화재를 게걸스럽게 수집했다. 오구라는 일본에서 도쿄제국대학 법학과를 나온 이래 한국으로 건너와 경부철도주식회사에 취직했다. 철도회사 취직을 계기로 그는 현지시찰과 사업구상을 하면서 자본가의 길을 걷게 된다. 그가 큰돈을 번 것은 전기사업권을 거머쥐면서 부터다. 생각지도 못한 사업이 성공을 거둬 주체할 수 없는 돈이 모이자 그는 한국의 고미술품에 눈을 돌린다. 1920년 무렵부터 그는 닥치는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