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 사이타마시 오오미야에는 분재(盆栽, 본사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분재마을이 있다. 오오미야에 있다고 해서 ‘오오미야분재마을(大宮盆栽村)’이라고 부르는데 이곳에는 1923년 관동대지진을 피해 이사 온 분재업자와 분재애호가들이 모여살기 시작하여 큰 마을을 이루게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마을이 생기고 5년 쯤 되어서부터 분재조합이 생기는데 이들은 분재마을 사람들이 지켜야할 4개 조항의 ‘마을 협약’을 만든다. 1. 이곳에 사는 사람은 분재를 10그루 이상 기를 것 2. 문호를 개방하여 언제나, 누구라도 볼 수 있도록 할 것 3. 이웃을 내려다보거나 그늘이 생기는 2층집을 짓지 않을 것 4. 벽돌 담장을 피하고 모든 울타리는 생울타리를 할 것 4개 조항의 내용은 보기만 해도 자연친화적인 느낌이 든다. 이렇게 분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니 이 마을에는 30여 곳의 분재원이 생기게 되었고 그 명성이 자자했다. 그러나 분재마을의 명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 까닭은 1940년 제2차대전이 일어나자 일본 정부가 ‘분재’를 사치생활로 간주하여 핍박을 가한데다가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강제 징집해가기 시작하는 바람에 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평창올림픽은 막이 내렸지만 추운 날씨에도 뜨거웠던 선수들의 함성만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다양한 설문 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평창올림픽에서 일본은 13개의 메달을 땄다. 당신에게 있어 가장 인상적인 메달을 딴 일본 선수는 누구라고 보는가?”라는 설문이 있었다. 이 설문은 2월 26일부터 3월 8일까지 실시중인데 3월 6일 현재 1등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종목은 스피드스케이트와 피겨스케이트다. 특히 피겨스케이트 선수인 하뉴 유즈르(羽生 結弦)의 일본 내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대단하다. 그 여세를 몰아 야후옥션에서는 3월 5일, 하뉴 유즈르 선수가 직접 사인한 스케이트화가 경매에 나왔는데 첫날 무려 3500만 엔(한화 3억 5천만 원)까지 값이 올랐다. 이 경매는 앞으로 10일까지 이어지는 데 낙찰금은 모두 동일본대지진 때 피해를 입은 학교에 전액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평창올림픽에서 인기 종목인 스피드스케이트와 피겨스케이트 뒤를 잇는 것은 노르딕복합, 스노보드, 여자컬링, 스키점프, 프리스타일스키 순이다. 인터넷 투표에 참가한 교토시에 거주하는 아키야마(秋山大治郎)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아들과 딸이 태어나면 한국에서는 100일째 되는 날에 백일잔치를 하고, 1년이 되면 돌잔치를 한다. 요즈음엔 백일잔치를 잘 안하지만 과거에는 수수팥단지를 만들어 갓난아기의 무병장수를 비는 ‘백일잔치’도 빼먹지 않고 했었다. <동아일보> 1962년 4월 6일치에는 ‘KBS TV 백일잔치’ 라는 기사가 있을 정도로 텔레비전 방송국 같은 곳에서도 ‘백일잔치’를 했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렇다면 한국의 백일잔치나 돌잔치에 해당하는 일본의 풍습은 무엇이 있을까? 백일잔치에 해당하는 것을 들라하면 오미야마이리(お宮參り)’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오미야마이리는 생후 한 달 정도 되는 갓난아기를 강보에 싸서 신사참배하는 풍습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1살 때 하는 돌잔치는 없다. 그 대신 시치고상(七五三)이라고해서 남자아이는 3살과 5살 때, 여자아이는 3살과 7살이 되는 해에 일본 전통 옷을 곱게 입혀 신사참배를 하는 풍습이 있다. 이러한 풍습 말고도 3월 3일에는 특별히 여자아이를 위한 “히나마츠리(ひな祭り)” 행사가 있다. 히나마츠리는 여자아이가 있는 집안에서 장차 딸에게 닥칠 나쁜 액운을 막기 위해 시작한 ‘인형장식’ 풍습으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서울의 북촌이라고 하면 ‘아! 조선시대 기와집이 남아 있는 전통거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도쿄에도 그런 곳이 있을까? 있다. 에도시대(江戸時代, 1603-1868)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카와고에시(川越市)가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전통 일본 거리다. ‘작은 에도 카와고에’라고 부르는 이곳은 신주쿠에서 50분, 이케부쿠로에서는 30분 정도면 닿는 곳으로 도쿄 도심에서 가까워서 인지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 필자가 이곳을 찾은 것은 이틀 전(19일), 월요일로 평일인데도 에도거리의 분위기를 즐기고자 제법 많은 사람들로 북적 거렸다. 상인들 말로는 주말이면 특히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발 디딜 틈도 없다고 한다. 카와고에시(川越市)는 에도시대에 에도성(江戸城) 북쪽의 방어기지로 정치적, 군사적으로 요충지였다. 지금도 당시의 풍경을 간직한 건물들이 꽤 남아있는 이곳 거리를 걷다보면 숨 막힐 것 같은 고층빌딩 숲에서의 답답한 느낌은 어느새 사라지고 마음이 편해짐을 느낀다. 이곳은 메이지 26년(1894)에 대화재를 겪은 이래 마을 사람들은 내연성이 뛰어난 쿠라주크리(蔵造り: 일본 전통 건축의 하나)식으로 건물을 짓기 시작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시계가 없는 마을이 있다. 그렇다면 이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시간을 인식하고 하루를 살아갈까? 분초를 다투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시계가 없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일본의 안데르센’으로 불리는 오가와 미메이(小川未明, 1882-1961)의 작품 가운데 <시계가 없는 마을>이 있다. 그 마을에 시계가 생기면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혼란스런 일을 그린 이 책은 ‘없음’의 상태에서 ‘있음’의 상태가 결코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그런가하면 <불은 초와 인어>라는 단편소설에서는 인간과 함께 하고픈 "인어"의 기구한 삶과 인간의 잔인성을 적나라하게 그려 어린이 동화를 뛰어 넘어 어른들에게도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 그래서 오가와미메이를 가리켜 어른 동화작가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사실 어린이들의 이야기라는 게 알고 보면 어른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라서 동화가 반드시 어린이들의 전용물은 아닌 듯싶다. 오가와 미메이는 일본 와세다대학의 전신인 도쿄전문학교를 다니던 1904년, 22살 때에 첫 작품 <방랑아(漂浪児)>를 잡지 《신소설(新小説)》에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을 걷는다. 이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입춘에 장독 깨진다더니 입춘이 지났음에도 날씨가 좀처럼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삼한사온이란 말도 사라진지 오래고 날마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이다 보니 봄이 더욱 그립다. 지난 4일(일)은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이었다. 한국에서는 입춘에 요란스럽게 치르는 행사는 없지만 일본에서는 절분(세츠분, 節分)이라 해서 사악한 귀신을 몰아내기 위한 콩 뿌리기(마메마키) 행사가 전국의 절이나 신사(神社)에서 있었다. 절분(세츠분, 節分)은 보통 입춘 전날을 말하는데 이 때는 새로운 계절이 돌아와 추운 겨울이 끝나고 사람들이 활동하기도 좋지만 귀신도 슬슬 활동하기 좋은 때라고 여겨서인지 이날 사악한 귀신을 물리치기 위한 콩 뿌리기(마메마키) 행사를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다. “복은 들어오고 귀신은 물러가라(후쿠와 우치, 오니와 소토, 福は內、鬼は外)”라고 하면서 콩을 뿌리고 볶은 콩을 자기 나이 수만큼 먹으면 한 해 동안 아프지 않고 감기도 안 걸리며 모든 악귀에서 보호 받는다는 믿음을 가져왔다. 절분행사는 예전에 궁중에서 시작했는데 《연희식, 905년》에 보면 색색으로 물들인 흙으로 빚은 토우동자(土牛童子)를 궁궐 안에 있는 사방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야나기하라 야스코 (楊原泰子, 72살) 씨를 처음 만난 것은 2011년 초로 기억된다. 그해 나는 인사동 <갤러리 올>에서 “불굴의 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 33인전”을 열었는데 그때 야나기하라 씨도 시화전을 보러 왔었다. 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는 국내 최초의 시화전은 내가 쓴 시에 이무성 한국화가가 그림을 그린 족자 형태로 마침 3・1절을 맞이하여 열었던 것이라 언론과 시민들의 반향이 뜨거웠었다. 그 역사적인 자리에 야나기하라 씨도 함께 했던 것이다. 사실 야나기하라 씨는 한국의 여성독립운동가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기보다는 민족시인 윤동주에게 관심이 큰 분이었다. 아니 관심이 컸다라고 말하기 보다는 일본에서 윤동주 연구가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독보적인 분이라고 하는 게 맞다. 현재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 모임(詩人尹東柱を記念する立教の会)’ 대표인 야나기하라 씨의 윤동주 사랑은 남다르다.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의 모임’을 만든 것은 윤동주 시인을 추모함과 동시에 일제에 의한 조선 침략 역사의 진실을 많은 일본인에게 알리기 위한 것입니다. 윤동주 시인처럼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청년이 왜 일본땅에서 옥사해야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고령화 시대를 맞아 일본도 한국처럼 일부 지방도시의 인구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데 유달리 젊은 엄마들이 선호하는 곳이 있어 화제다. 아이치현 북서부에 자리한 나가쿠테시(長久手市)가 그곳이다. 나가쿠테시는 나고야시(名古屋市) 북서부에 자리하고 있는 중소도시지만 젊은 층이 꾸준히 유입되어 일부 초등학교는 6~7개 반을 편성할 만큼 인구가 늘고 있다. 젊은 세대의 유입에 성공한 도시로 인정받고 있는 나가쿠테시는 40년 째 인구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다. 대관절 그 비결은 무엇일까? 첫 번째가 이케아 같은 대형 쇼핑센터가 여럿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일본에서 9번째로 큰 이케아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인구 유입의 필수는 쇼핑 시설이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두 번째는 이 도시의 반경 1시간 이내에 도요타 등 자동차 공장을 비롯한 생산시설이 자리하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아빠의 일터가 멀지 않은 곳에 가족이 살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대도시보다 싸면서 쾌적한 주택이 구비되어 있는 점이다. 일본의 좁고 노후화된 집을 탈피한 세련되고 살고 싶은 디자인의 단독주택 단지에다가 다닥다닥 붙여 짓지 않은 쾌적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사람이 전기를 만들었다 / 전기가 편리함을 낳았다 편리함이 비만을 불렀다 / 그런가? 전기를 줄이자 사람이 전기를 늘렸다 / 전기가 CO2를 늘렸다 CO2가 재해를 늘렸다 / 그런가? 전기를 줄이자 하지만, 전기를 줄이면 편리함이 사라진다 편리함이 사라지면 시간이 줄어든다 시간이 줄어들면 돈이 줄어든다 돈이 줄어들면 행복이 줄어든다 과연 그럴까? - 야후제팬, “비전화공방(非電化工房)” 누리집- 한국에서는 좀 생소한 “비전화공방(非電化工房)”이라는 것이 일본에서는 꽤 알려졌다. 풀이하면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물건(도구)’라고 해야 얼른 이해가 쉬울 것이다. 비전화공방(非電化工房)이란 전기를 절약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것은 애시당초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사용하자는 것으로 이러한 주장에 대해 슬슬 일본 사회에서 호응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비전화공방(非電化工房)의 선구자는 아무래도 후지무라 야스유키 (藤村靖之, 1944~) 씨를 들 수 있다. 일본의 발명가인 그는 오사카 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으로 공기청정기 등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사용가능한 많은 발명품을 만들어 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일본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 월요일 곧 8일은 일본의 “성인의 날(成人の日)” 이었다. 일본의 “성인의 날”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새롭게 성인이 되는 미성년자들이 부모님과 주위의 어른들에게 의지하고 보호받던 시절을 마감하고 이제부터 자신이 어른이 되어 자립심을 갖도록 예복을 갖춰 입고 성인식을 치루는 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스무 살을 먹는 젊은이들의 잔치인 성인의 날은 1999년 까지는 1월 15일 이던 것이 2000년부터는 1월 둘째 주 월요일로 정해 무술년 올해는 1월 8일(월)이 성인의 날이었다. 이날 스무 살이 되는 사람들은 여성들은 하레기(晴れ着)라고 해서 전통 기모노를 입고 털이 복슬복슬한 흰 숄을 목에 두른다. 그리고 남성들은 대개 신사복 차림이지만 더러 하카마(袴,전통 옷)차림으로 성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이날 행사를 위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단장을 해야 하므로 시간과 돈이 어지간히 든다. 하지만 생에 단 한번인 스무 살 의식을 위해서라면 그깟 돈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화려한 전통 의상을 입고 성인식을 마친 여성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시내를 누비고 돌아다니는 모습은 또 하나의 볼거리다. 그렇다면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