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다음 날인 수요일 점심시간에 재미있는 사건이 발생했다. 교수들 몇이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축제 이야기가 나오고 미스 K 이야기가 나왔다. 미스 K가 미녀라서 그런지 매우 도도하다고 ㅌ 교수가 말했다. K 교수는 그녀가 그렇지 않다고, 매우 상냥하고 친절한 성격이라고 부인하였다. 그러다가 K 교수는 미스 K를 축제에 초대할 수도 있다고 얼떨결에 밀해 버렸다. ㅌ 교수는 그 말을 받아서 그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국은 그러면 내기를 하자는 데에까지 진전이 되었다. 미녀식당에서 가장 비싼 음식을 걸고 점심내기를 했는데,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두 교수는 증인으로 내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내기를 걸고 나서 K 교수는 연구실로 돌아왔다. K 교수는 바쁜 점심시간이 지났을 때인 3시쯤에 미녀식당으로 전화했다. 마침, 미스 K가 직접 받았다. K 교수는 내일 축제에 데리러 갈 테니까 예쁜 옷 입고 식당에서 오후 3시에 기다리라고 전했다. 미스 K와 통화한 후 K 교수는 내기에 참여한 다른 세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 오후 3시 30분에 K 교수의 학과 학생회에서 만든 천막주점으로 오라고 자신 있는 목소리로 통화를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대체로 고귀함은 천함을 근본으로 하고 높은 것은 낮은 것을 근거로 합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통치자는 스스로를 고인(孤人. 어리석은 사람), 과인(寡人,모자라는 사람), 불곡인(不穀人,곡식을 번창하게 못 하는 사람)이라 불러 스스로 자기의 고귀함이 낮은 것, 천한 것을 기초로 해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항상 자각하고 있었습니다. 통치자가 이런 모습은 천한 것을 근본으로 삼고 단순한 겸손을 넘어, 권력의 근원이 백성에게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살다 보면, 별것도 아닌 몇 줌이 되지도 않는 명예인데 이 명예를 지키려다 더 큰 것을 잃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러니 옥같이 빛나는 복덕을 추구하지 말고 구슬처럼 빛나려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냥 순수한 돌처럼 소박해야 하지요. 빛이 난다는 것은 하나의 방향으로 무엇인가 드러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좋은 사람은 빛나되 그 빛이 다른 먼지들과 조화를 이루어 눈부시지 않은 사람입니다. 우리는 흔히 높은 곳에 오르고, 많은 것을 소유하고, 빛나는 존재가 되기를 꿈꿉니다. 하지만 진정한 고귀함은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빛나는 보석도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김옥균은 1894년 3월 상하이에서 홍종우가 쏜 총탄에 쓰러졌다. 그 순간에도 그의 가슴 속에는 호방한 기백과 결기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상하이행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일본 청년 미야자키 토오텐(宮﨑滔天)이 김옥균에게 상하이행의 위함성을 걱정하면서 동행하겠다고 하자 김옥균은 이렇게 말한다. “호랑이 소굴에 들어가지 않고서 호랑이 새끼를 잡을 수는 없다. 청나라 이홍장은 나를 속이려 할 것이지만 나 또한 놈을 속이려고 배를 탄다. 그를 만나 내가 곧바로 죽임을 당하든가 감금되어 버린다면 만사 끝나버리겠지만, 5분이라도 담화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여하튼 문제는 한 달 안에 결판날 것이다. … 이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내도록 하자. 오늘 밤 어찌 마시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이 글은 미야자키 토오텐의 자서전에 들어 있다고 한다. 김옥균은 이홍장과 담판하러 호랑이 굴로 향했다. 호랑이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하려 했던 것일까? 아시아의 나아갈 바에 대한 자신의 구상, 이름하여 ‘삼화주의(三和主義)’였다. 조선ㆍ중국ㆍ일본의 세 나라가 구미열강의 식민제국주의로부터 자주독립을 지키고 발전하기 위하여 상호 연대협력 하자는 것이다. 그는 물론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날도 더운데 일본에서는 얼마전 유명한 만화가의 예언이라면서 '7월 5일 대지진설' 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일본 국내는 물론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은 적이 있다. 야단법석이던 7월 5일은 ‘아무일도 없이’ 지나갔지만 여전히 ‘대지진설’은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인 듯 인터넷에는 별의별 걱정스런 글들이 올라와 있다. 대학생 아들의 일본여행이 걱정된다면서 자신의 SNS에 올린 학부형의 글 가운데는 “대학생 아들이 7월 18일, 친구들과 일본 도쿄 여행을 계획하여 비행기표랑 숙소를 잡아두었는데 보내도 될까요? 몹시 불안하네요.” 와 같은 글도 눈에 띈다. 소동이 빚어졌던 7월 5일이 지났건만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언론에 따르면 일본 대지진설을 퍼뜨린 이는 일본 만화가 타츠키 료(竜樹 諒, 70) 라는 인물로 그는 1999년 펴낸 《私が見た未来(내가 본 미래)》에서 '2025년 7월 5일 대재앙이 온다'고 예언한 것이 확산되어 일본 여행 취소가 크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가 하면 일본 온라인상에서는 '7월 5일 새벽 4시 18분'을 기준으로 한 카운트다운 영상이 확산되었으며, 일본 현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유상곡수(流觴曲水)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우고 (달) 붙쇠 기름에 꽃전을 띄우면 (빛) 시읊어 시름 달래는 풍류객 (돌) 시흥에 겨운지 절로 어깨춤 (심) ... 25.7.9. 불한시사 합작시 물에 쇠잔이 뜰 리가 만무한데, 이처럼 얕고 작은 도랑물에 술잔이 뜨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국민학생(지금 초등학생) 때 경주 수학여행 가서 포석정(鮑石亭)을 보고 든 의문이었다. 돌아와 할아버지께 여쭈었더니, "쇠잔이 아니고 뿔잔이란다" 하시며, 붓으로 '유상곡수(流觴曲水)' 네 글자를 한자로 써 보여 주셨다. 굽이친 물(曲水)에 술잔을 띄운다(流觴)는 뜻이었다. 잔이란 글자의 상(觴)에 뿔(角)이 들어가 있었다. 살펴보면 유상곡수의 풍류는 포석정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곳곳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유상곡수 풍습은 삼월 삼짇날 흐르는 물에 잔을 띄워 그 잔이 자기 앞에 오기 전에 시를 짓은 풍류놀이었다. 우리말의 잔치가 잔에서 나왔다는 말도 있지만, 잔을 가리키는 한자어는 잔(盞), 배(盃, 杯), 상(觴) 등 재료에 따라 다양하다. 나무나 토기 대신 천연 그대로 잔을 깎아 만들기에는 뿔이 가장 쉬웠으리라. 가볍고 깨지지 않으며 갖고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이황과 이이. 우리 역사에 빛나는 업적을 남긴 학자이자 관료였던 두 사람은, 놀랍게도 동시대 인물이었다. 물론 이황이 서른다섯 살 연상으로 아버지뻘이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 만나기도 하고 편지를 주고받기도 하며 교유했다. 정춘수가 쓴 이 책, 《이황과 이이의 공부 대결》은 두 사람이 걸었던 길을 보여주며 서로 비슷했던 점과 달랐던 점을 톺아낸다. 수백 년이 지나 후손들이 쓰는 지폐의 주인공이 될 만큼 지대한 영향을 자랑하는 이황과 이이, 두 사람이 추구했던 삶의 지향과 행적을 견줘보는 재미가 있다. 우선 둘의 공통점은, 공부에 누구보다 진심이었다는 점이다. 양반들의 진로가 ‘과거 합격’으로 정해져 있던 조선시대,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과거에 합격해서 조정에 출사한 이들은 모두 수재였지만, ‘합격을 위한 공부’만 했던 이들은 출사한 뒤에는 공부와 멀어졌다. 그들이 위대한 학자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조정에 출사한 뒤에도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고 꾸준히 학문을 연마한 덕분이다. 학문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그 바탕이 되었다. 사실 벼슬이 더 적성에 맞지 않았던 쪽은 이이보다 이황이었다. 이황이 1536년, 벼슬살이를 위해 한양으로
[우리문화신문=일취스님(철학박사)] 히말라야 산자락에 있는 부탄은 평균 해발 2,000m의 고산 지대에 자리잡은 나라다. 하늘과 가까운 지형 때문인지, “금방이라도 용이 하늘을 가르며 나타날 듯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청정하고 쾌적한 환경은 신성한 존재가 머물기에 더없이 적합해 보인다. 그래서일까, 부탄의 건국 신화에서부터 불교 의례와 국가 상징까지 용에 얽힌 전승(傳承)이 유독 풍부하다. 이를 대변하듯 부탄 국기의 중앙에는 승천하는 백용(白龍)이 그려져 있다. 드높은 산과 희디흰 뭉게구름, 그리고 하늘과 맞닿은 지형 위에 살고 있다는 전설 속 존재가 실체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부탄은 직항이 없어, 네팔이나 태국 방콕을 경유해야 들어갈 수 있다. 방콕에서 부탄으로 향하는 항공편은 부탄의 국영 항공사 ‘드룩에어(Drukair)’다. 이 항공기의 꼬리 날개에는 용이 그려져 있으며, 이 '드룩(Druk)'은 ‘천둥의 용(Thunder Dragon)’을 뜻한다. 곧 ‘드룩에어’는 ‘용의 나라 항공’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부탄의 정체성과 용의 상징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러나 용에 대한 숭배는 비단 부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기상관측 사상 유례없는 불가마 더위가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프랑스 파리 41도, 스페인 44도를 찍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덥다는 대구가 아니라도 전국이 37~38도의 온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도 섭씨 40도를 오르내린다는 보도가 들려온다. 이쯤되면 그야말로 불가마를 넘어 ‘불지옥’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더운 계절에는 떨어져 사는 일가친척이나 이웃의 안부가 걱정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는 무더위철 안부를 묻는 풍습이 있다. 이름하여 무더위 속의 안부편지인 쇼츄미마이(暑中見舞い, 더위 문안편지)가 그것이다. 쇼츄미마이는 대개 시원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엽서를 보내는데 엽서에는 파도치는 그림이라든가, 시원한 계곡 그림, 헤엄치는 금붕어 등이 그려져 있어 엽서를 받는 사람이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이 들게 배려한 것들이 많다. 그뿐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 집에 선물을 사들고 찾아가기도 한다. 쇼츄미마이(暑中見舞い)를 보내는 때는 보통 장마가 갠 뒤 소서(小暑)부터 대서(大暑) 사이에 많이 보내는데 반드시 이때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대체적으로 입추까지 보내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그날도 K 교수는 아내와 2시간 뒤에 할인점 입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K 교수는 2층에 있는 책방에 들렸다. 신간코너에 가서 이책 저책 들여다보기도 하고, 여행에 관한 책과 베스트셀러 진열대를 둘러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수필 코너에 가보니 앗, 《진하게 블랙으로》라는 책이 눈에 띄지 않는가! 단 한 권 남은 책을 꺼내어 보니 출판년도가 1991년으로 찍혀져 있었다. 아마도 절판되기 전 마지막 한 권이 몇 년 동안 K 교수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표지를 넘기다 보니 미스 K의 젊었을 때 사진이 전면에 나타났다. 눈이 아주 총명해 보이고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하게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K 교수는 흥분된 가슴을 진정시키고 책을 샀다. 나온 지 7년이 지난 1998년에 책의 정가는 3,800원이었다. 소설은 6개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장의 제목이 평범하지 않고 특이했다. 제1장 조금 슬프게 제2장 조금 부드럽게 제3장 조금 화려하게 제4장 더 세게 제5장 조금 가볍게 제6장 다시 처음부터 추상적인 장 제목을 읽으면서 K 교수는 불경스럽게도 선정적인 내용을 연상하였다. 집에 들어온 K 교수는 밤새워 책을 통독하였다. 쪽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4대강 사업의 네 번째 목표는 지역 발전이다. 4대강에 보를 막으면 상류에 호수가 만들어진다. 호수를 이용하는 각종 레저ㆍ관광 시설을 만들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것이다. 강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4대강 사업이 끝나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에 4대강 사업에 찬성하였다. 강 주변 주민들이 4대강 사업을 적극적으로 찬성하니 지역구 국회의원들 역시 4대강 사업을 찬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주변 여러 도시는 새로 만들어진 호수를 중심으로 하여 자동차 캠핑장과 체육시설, 수상 레저 시설 등을 만들었다. 금강 유역의 여러 도시도 수상 레저 시설을 만들었다. 이러한 위락 시설을 많은 사람이 이용해야 지역 발전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복병이 나타났다. 수상 위락 활동을 하는 시기는 기온이 높은 여름철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여름철은 수온이 높아져 녹조가 증식하는 계절이다. 녹조가 번성하여 냄새가 나고 녹조라떼처럼 보이는 녹색 강에서 수상 위락 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2021년 8월 25일 탐사 전문 매체 뉴스타파의 보도 <예고된 죽음: 4대강 10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