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그제(27일) 나는 방한 중인 마츠자키 에미코(松崎 恵美子) 씨와 함께 지난해 돌아가신 오희옥 지사의 참배를 위해 국립현충원 충혼당(납골당)엘 다녀왔다. 지난해 11월 17일, 98살로 숨을 거두기까지 유일한 생존 여성독립운동가였던 오희옥 지사는 그를 아는 많은 분으로부터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오던 애국지사였다. 국립서울현충원 제2충혼당 <616-023>에 계시는 오희옥 지사의 유해는 무궁화꽃이 돋을새김된 작은 청자단지에 모셔져 있다. “열네살 소녀 독립군이었던 나의 자랑스런 어머니 오희옥 지사”라는 글과 함께 청아한 한복차림의 오희옥 지사 사진은 지난해 영결식 이후 자녀분들이 만들어 붙여둔 듯했다. 마츠자키 씨와 나는 미리 준비한 꽃을 들고 고개 숙여 오희옥 지사의 명복을 빌고 또 빌었다. 워낙 한분 한분의 유해를 모신 공간이 좁아서 마츠자키 씨가 마련해 온 생화꽃은 망자에게 바치지 못하고 내가 가지고 간 붉은 카네이션만 유리에 붙여두고 충혼당을 나왔다. 밖은 화창한 봄이었다. 충혼당 주변의 벤치에는 삼삼오오 유가족들이 환담하고 있었다. 나는 집에서 나올 때 커피와 딸기 등 간단한 요기거리를 가지고 왔기에 오희옥 지사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역사는 삼인칭이다. 실록에 나오는 역사는 사관이 제3자의 시각으로 써 내려간 역사다. 주인공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했는지, 사관이 보고 판단하여 해석을 덧붙인 기록이다. 자연히 실제 인물의 의도나 생각과는 다른 관점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지은이 김응규가 쓴 일인칭 역사서, 《내가, 그다》는 ‘일인칭으로 읽는 조선 역사’라는 부제답게 역사 속 인물을 각자의 시점에서 보여준다. 태종, 정도전, 원경왕후, 단종, 조광조, 중종, 광해군, 소현세자, 사도세자, 정조까지 열 명의 인물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확실히 일인칭으로 보는 역사는 박진감이 넘친다. 속마음을 환히 들여다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비록 어느 정도 허구가 필연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소설식 구조이긴 하지만, 그만큼 어떤 마음으로 역사적 인물이 행동했을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인물 열 명의 이야기가 모두 흥미롭지만, 최근 사극으로도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던 원경왕후의 이야기가 특히 눈길을 끈다. 원경왕후와 태종 이방원은 조선판 ‘부부의 세계’라 할 만큼 애증으로 점철된 세월을 보냈다. (p.61) 1382년, 혼기를 넘었음에도 불안은 없었다. 평균 15세면 결혼하던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안다만 니코바르 제도에 대해 살펴볼 때, AI가 셀룰러 감옥 얘기를 하니, 셀룰러 감옥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네요. 영국은 세포이 항쟁에서 많은 인도인들을 체포하여 인도에서 격리시키기 위하여 안다만섬으로 보냈습니다. 그러고는 안다만섬에 수용된 인도인들로 하여금 자기들이 수감될 감옥을 짓게 하였으니, 그 감옥이 셀룰러 감옥입니다. 영국은 중앙의 감시탑에서 바큇살처럼 뻗어나가는 감옥을 지었는데, 이렇게 지으면 중앙의 감시탑에서 모든 수감자들을 감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셀룰러 감옥은 탈옥할 수 없는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감옥으로 악명을 떨쳤다고 합니다. 셀룰러 감옥이 이런 형태로 지어졌다고 하니, 판옵티콘이 생각납니다. 그리스어로 ‘판(pan)’은 ‘모두’라는 뜻이고, ‘옵티콘(opticon)’은 ‘보다’라는 뜻인데,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처음 이런 형태의 교도소를 제안하였습니다. 벤담은 이런 교도소를 지으면 최소 인력으로 최대 감시 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공리주의 이념에 부합한다고 본 것이지요. 그리하여 벤담은 프랑스 정부에 판옵티콘 감옥을 제안하면서 자신이 간수로 나서겠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급여도 받지 않겠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살다가 1년 전에 학교 후문 근처로 이사를 왔다. 큰아들이 작년에 K 교수가 근무하는 S대에 입학하였다. K 교수는 통학 시간도 줄이고 전원생활도 즐길 겸 학교 근처 농촌 마을로 이사 왔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걸으면 20분, 자전거로는 6분, 차로는 3분 거리였다. 시골 마을에는 버스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는 이제 아내 차지가 되었다. K 교수는 비가 오지 않으면 걸어서 학교에 가고 걸어서 집에 온다. 다른 교수들은 그러한 K 교수의 삶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전원생활은 평화롭고 텃밭을 가꾸는 일은 재미있었다. 아내도 전원생활에 만족하였고, 아이들도 새로운 삶에 잘 적응하였다. 모든 것이 평범하고 순탄한 삶이었다. 그러나 전원생활은 도시 생활과 견주면 단조롭고 약간은 지루하였다. 남자의 삶이 지루해질 때 사건이 발생하는 법이다. 그날은 야간 수업이 있는 목요일이었다. 야간 수업이 끝난 후 밤 10시쯤에 K 교수는 자기가 쓴 수필집 앞 간지에 두 줄로 ‘K 사장님에게 저자 드림’이라고 써서 봉투에 넣었다. 그러고는 늦은 밤에 차를 몰아 미녀식당으로 향하였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예상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2025년 5월 1일 <지도 포럼 창립 총회>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나는 그 날의 세미나에서 강리도(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壹疆理歷代國都之圖, 1402년 조선에서 만들어진 세계지도)에 대해 발표하고 싶다고 자청하였다. 까닭이 있다. 최근에 구한 미의회도서관의 자료에서 북대서양의 아조레스섬(Azores)을 조선인이 1883년 12월 어느날 방문한 기록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기록은 조선인이 쓴 것이 아니고 동행한 미국인 조지 포크(George Foulk) 소위가 쓴 것이다. 1883년 12월 1일 조선인 3인과 함께 미군함 트렌턴호(Trenton)에 몸을 싣고 뉴욕항을 출항한 조지 포크가 조선인들과 함께 악천후로 죽을 고생을 한 뒤 지브롤타로 향하고 있던 중에 부모님 전 상서를 썼다(위 편지). 여기에서 그는 며칠 전의 아조레스 방문에 대해 적었다. 그 내용이 매우 여실하여 인문지리학자의 보고서로서 손색이 없는 것 같다. “…… 11일(1883.12.11) 우리는 다시 돌풍을 만나 밤새 악전고투했습니다. 자정께 큰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습니다. 12일 날이 밝자 돌풍은 사라지고 날씨가 좀 좋아졌습니다. 우리는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노자의 도덕경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강과 바다가 수많은 계곡의 임금이 되는 까닭은 수많은 계곡의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성인이 백성들의 앞에 있는 것은 자신을 뒤로하기 때문이며, 통치자가 백성들 위에 있는 것은 그 말을 낮추기 때문이다. 성인은 싸우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천하가 그와 다툴 수 없는 것이다." 강과 바다는 모든 물이 모여드는 곳입니다. 그 까닭은 자신을 낮추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넓은 품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곧 낮춤으로써 모든 것을 얻는다는 것이죠. 이는 지도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지도자는 모든 구성원을 아우르고 이끌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낮추어야 합니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들의 처지에서 생각하며, 겸손한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겸손은 신뢰를 얻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높이 세우고 자랑하는 사람보다는 겸손하고 낮추는 사람에게 더욱 쉽게 마음을 열고 신뢰를 갖습니다. 그리고 낮춤은 곧 존경으로 이어지지요. 스스로 낮추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존경을 받게 됩니다. 겸(謙) 자는 言(말씀 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곡우절(穀雨節) 메마른 땅이 봄비를 기다려 (달) 무논에 물 들어오면 어영차 (돌) 곡식을 꿈꾸며 희망에 젖네 (심) 곡우에는 꿈자리에 모내네 (빛) ... 25.4.20. 불한시사합작시 설명 / 겨우내 메말라 있던 대지에 봄비가 내린다. 농민들은 촉촉한 땅에다 씨를 뿌리고 모종을 옮겨 심고 못자리를 마련하거나 밭갈이를 시작한다. 봄비가 내리면 만물이 갈증을 면하고 곡식들이 잘 자라게 되기에 곡우라고 하였다. 농경민족에게는 이 곡우 절기처럼 중요한 때도 없을 것이다. 한 해 농사가 제대로 시작되는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현대를 사는 우리도 왠지 곡우라는 이 말은 정겹기도 하고 설렘을 갖게도 한다. 그것은 봄비가 주는 느낌이 겹쳐 있기 때문은 아닐까? 불난리, 사람 난리 가득한 이 땅에, 곡우에 비 내리면 곡식도 희망도 꿈도 다시 심어야 하지 않겠나. (옥광) • 불한시사(弗寒詩社) 손말틀 합작시(合作詩) `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 ‘불한티산방’에 모이는 벗들 가운데서 시를 쓰는 벗으로 함께 한 시모임이다. 이들은 여러 해 전부터 손말틀(휴대폰)로 서로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시형식은 손말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경영의 신(神)! 호암 이병철은 굴지의 대기업 삼성그룹을 일으키고 길러낸 장본인으로, 한국 경영사는 물론이고 세계 경영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크고, 많고, 강한 것’을 뜻하는 ‘삼(三)’과 ‘밝고 높고 영원히 깨끗이 빛난다’라는 뜻의 ‘성(星)’을 합친 ‘삼성’을 창업했을 1938년만 해도, 삼성이 이와 같은 지구촌 대기업이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병철은 ‘사업보국’을 기치로 이를 차근차근 이뤄냈다. 설탕과 옷 등의 수입을 대체하기 위해 ‘제일제당’과 ‘제일모직’을 세우고, 1960년대는 금융과 전자산업을, 1970년대에는 중화학공업을 일궈냈다. 그리고 1982년 세운 ‘삼성반도체통신’은 오늘날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는 삼성반도체가 되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기획으로 조준상이 글을 쓰고 만화를 그려 호암 이병철의 생애를 재미있게 보여주는 이 책, 《재계의 거목 호암 이병철》은 삼성 창업주의 생애를 짧은 시간에 잘 파악할 수 있는 책이다.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어떤 실패를 겪고 어떻게 재기했는지는 잘 모를 법한 이병철의 생애를 살펴볼 수 있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미스 K는 사귀어볼 만한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처럼 미모와 지성과 재능을 겸비했다면 도전해 볼만한 값어치가 있는 여자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녀의 이혼 여부였다.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닌 K 교수는 조강지처 아내를 팽개치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 미스 K가 혼인해서 잘 살고 있다면 식당 여주인 이상의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정말이지, 두 가정을 파괴하면서까지 사랑의 불장난을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스 K가 이혼녀라면? K 교수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가정과 직장에 충실한 모범생이었다. 한눈팔지 않고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외길을 걸어온 인생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자기와는 다른 삶을 산 친구들을 보니 자기의 삶이 너무 단조롭지 않았는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사업하는 친구들을 보면 술집 여자, 유부녀, 또는 이혼녀를 대상으로 한 두 번은 외도 경험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이야기는 맨정신으로는 잘 못하고 으레 술자리에서 꺼내게 되는데, 평생 한 우물만을 파온 K 교수로서는 그것이 그렇게 부러워 보인다. 어떤 때에는 친구가 유능하고 자기는 무능해 보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일찍이 김옥균이 우의정 박규수를 방문했을 때, 박규수는 그의 벽장에서 지구의 하나를 꺼내어 김옥균에게 보였다. 박규수가 지구의를 돌리면서 김옥균을 돌아보며 말했다. ‘오늘날 가운데 나라(중국)가 어디에 있는가? 이리 돌리면 조선이 중국이 되니, 어떤 나라도 가운데로 오면 중국이 된다. 자 오늘날 이디에 따로 중국이 있는가.’ 김옥균은 당시 개화를 주장하고 신서적도 얻어 보았지만, 수백 년 동안 전해 내려온 사상, 곧 대지의 가운데에 있는 나라가 중국이며, 동서남북에 있는 나라들은 사의(四夷, 네 방면의 오랑캐)이며, 사의(四夷)는 중국을 숭상한다고 하는 사상에 얽매여서, 국가 독립을 부르짖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박규수의 말에 크게 깨달은 바 있어 무릎을 치며 앉아 있었다. 후일 그는 결국 갑신정변을 일으켰던 것이다.”(신채호, 《지동설의 효력》에서) 서울의 북촌에서도 재동(齋洞)에 박규수(연암 박지원의 손자)의 집이 있었다. 오늘날 헌법재판소의 뜰 안에 600년 된 백송이 한 그루 서 있는데 그곳이 박규수의 집터라고 한다. 그의 사랑방에는 인근의 명민한 양반자제들이 드나들며 박규수의 가르침을 받았다. 그곳이 개화의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