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LA 리틀도쿄(일본거리)는 우리의 숙소였던 에지먼트 200번지 근처에 있는 지하철을 타고 5개 역을 지나 엘에이시청 (CITY OF LOS ANGELES)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으면 다다르는 곳에 있었다. 8월 9일(현지시각)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는 시각에 리틀도쿄 거리에 도착했다. 말처럼 이곳이 일본인 거리라고 느껴질 만큼 일본어 간판이 즐비할 줄 알았는데 실상은 변변한 간판 하나 안보여 ‘혹시 잘 못 찾았나?’ 싶을 정도였다. 두리번거리다가 리틀도쿄 안내소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미국에서 영어 실력이 딸리던 나에게 ‘일본어를 할 줄 아는’ 나로서는 마치 친정집에 온양 이것저것 상황을 물을 수 있어 좋았다. “중심거리는 방금 들어오신 그 길입니다. 리틀도쿄는 3블록의 거리가 있어요. 첫 번째 거리가 가장 번화하고요. 두 번째 거리도 볼만합니다만 세 번째 거리는 안 가시는 게 좋습니다. 볼 것도 없고 약간 위험하거든요.” 일본인 안내원은 친절하게 리틀도쿄 지도를 꺼내어 볼만한 곳을 소개해주었다. 그러나 설명대로 나와 가장 번화하다는 거리를 걸어보았지만 이건 숫제 실망스러웠다. 라멘(라면)집 몇 개가 고작일 뿐이었다. 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그림이 갖는 사회적 의미는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선뜻 답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에 명쾌한 답을 해주고 있는 화백이 있다. 후지시마 하쿠분(藤島博文, 77) 화백이 바로 그 사람이다. 열 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후지시마 화백은 고등학생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어 도쿠시마현전(徳島県展)에서 내리 3년을 입선하는 실력을 과시했다. 이후 일본 최고의 미술대학인 무사시노미술대학(武蔵野美術大学)에 합격했지만 입학을 포기하고 일본예술원회원이었던 스승 가나시마 케이카(金島桂華)의 제자로 들어가 독자적인 그림 세계로 몰입한다. “미의식에 의한 사람 만들기, 도시 만들기, 나라 만들기(美意識による人づくり・町づくり・国づくり)”. 이 말은 후지시마 화백이 꿈꾸는 궁극적인 미술세계를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그는 머릿속에 지식만 잔뜩 들어있는 창백한 인간을 거부한다. 돈만 밝히는 인간, 권력만 지향하는 인간, 알량한 지식으로 잘난 체하는 인간을 거부하고 궁극적으로 그가 추구하는 인간상은 어디까지나 미의식(美意識)을 바탕으로 한 인간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도시도 그러하고 더 나아가 나라 또한 미의식은 중요하다. 너무나 추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이끼 정원으로 이름난 사이호지(西芳寺)는 교토 서쪽에 자리하고 있는 절이다. 녹음이 우거진 가운데 정원 바닥에는 천년의 이끼가 그 푸르름을 더하는 이곳은 불교에서 말하는 서방정토를 보여주려고 만든 정원으로 알려져 있다. “사이호지(西芳寺)가 관광객들로부터 점령된 것은 얼마 전부터이다. 절은 관광수입으로 부자가 되자 절문을 걸어 잠그고 3개월 동안 정진과 붓글씨 쓰기에 들어갔다. 이때는 많은 돈을 기부한 사람에게만 정원을 보여준다. 이로써 3개월 동안의 휴식시간이 생겼다. 다행히 내가 교토에 살던 10년 동안에는 50센트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 갈 수 있었다.(1984년 당시)” 이는 존 카터 코벨 교수가 쓴 《일본에 남은 한국 미술》에서 한 말로 그가 교토에 묵었던 1984년 당시 상황이지만 사실 일본의 절들은 저마다 한 가지씩 볼거리를 만들어 관광객들을 불러 모았다. 교토의 경우만 해도 코벨 교수가 말하고 있는 이끼 정원 사이호지[西芳寺], 절의 전각을 금색으로 도금하여 그 이름을 날리고 있는 긴카쿠지[金閣寺), 크고 작은 돌(石庭)을 깔아 놓고 감상하는 정원으로 이름난 료안지[龍安寺), 일본 국보1호인 미륵보살반가상이 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아! 정말 덥다. 덥다는 말보다 용광로 앞에 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아니 몸의 일부가 타들어가는 느낌이다. 햇볕에 조금만 걸어도 그런 느낌이다. 우리나라도 30도가 넘는 폭염이 2주째 계속되고 있지만 이웃나라 일본 역시 된더위로 난리다. 어제 사이타마현에서는 일본 관측사상 최고로 더운 섭씨 41.1도를 기록하는 등 일본열도가 펄펄 끓고 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23일(월) 낮 2시 16분, 사이타마현 구마가야시(埼玉県熊谷市)의 기온이 일본 관측기록사상 가장 높은 41.1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기록은 2013년 8월 12일 고치현 시만토시(高知県四万十市)에서 기록한 41.0도를 웃도는 기록이다. 사이타마현 뿐 아니라 도쿄, 기후현 등 일본 전역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무더위에 일본인들은 안부편지인 “쇼츄미마이(暑中見舞い)”를 쓴다. 쇼츄미마이는 대개 엽서를 보내는데 엽서에는 파도치는 그림이라든가, 시원한 계곡 그림, 헤엄치는 금붕어 등이 그려져 있어 엽서를 받는 사람이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이 들게 배려한 것들이 많다. 그뿐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 집에 찾아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에서 흑자 찻잔을 텐모쿠(天目)라고 부르는데 국보로 지정된 료헨텐모쿠(曜変天目) 3점이 전해지고 있다. 텐모쿠(天目)라고 부르는 것은 중국 절강서 천목산(天目山)에서 수행한 가마쿠라 시절의 승려들이 일본에 가지고 간데서 텐모쿠(天目)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일본은 당ㆍ송시대 유학생으로 건너간 승려들이 차를 들여와 절을 중심으로 송나라의 점차법(點茶法, 한국의 가루차 마시는 법과 비슷하다.)과 투차(鬪茶, 차를 마셔 그 종류를 맞추는 겨루기) 풍습이 유행했으며 이때는 건요(建窯), 길주요(吉州窯)에서 생산된 흑자 찻잔이 유행했다. 그러나 원나라 시절, 백자 찻잔이 유행하게 되자 일본은 13세기말부터는 세토(瀬戸) 지역 가마에서 흑자 찻잔을 만들기 시작한다. 일본에서 중국의 흑자 찻잔이 출토되는 지역은 하카타(후쿠오카), 가마쿠라, 오키나와 수리성 일대로 하카타와 가마쿠라 유적에서는 흑자 찻잔이 100여점 이상 발굴되었다. 한편 오키나와 수리성에서는 500여점의 차양요(茶洋窯) 흑자조각이 발견되기도 했다. <쿤타이칸소우쵸우키(君臺觀左右帳記)>에는 ‘건요에서 만든 잔 가운데 최상품인 흑차 찻잔은 세간에는 없는 물건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얼마 전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이 일본의 후쿠오카를 비롯한 서일본 지역을 강타하여 큰비를 몰고 오는 바람에 산사태가 나고 홍수가 나서 사망자만 100 명이 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어수선한 가운데 교토에서는 연중 최대의 여름 축제인 ‘기온마츠리(祇園祭)’ 준비로 한창이다. 이번 큰비로 인한 집중 타격은 받지 않았지만 가까운 지역이 물난리로 야단법석이다 보니 예년 같은 축제분위기는 덜할 것 같다. 기온마츠리는 일본의 여타 마츠리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손꼽히는 여름 축제다. 보통 7월 한 달 내내 축제가 이어지는 판에 이 무렵이 되면 교토 일대는 호텔방 구하기가 쉽지 않다. 기온마츠리 유래는 전염병이 확산 되지 않도록 신에게 기도하는 의례에서 생겨났다. 지금부터 1,100여 년 전 교토에 전염병이 크게 번져 죽는 사람이 속출했는데 오늘날과 같은 전염병 대책이 없던 당시에는 전염병 발생을 신 곧 우두천왕(牛頭天王, 일명 스사노미코토)의 노여움으로 알았다. 그 노여움을 풀어주려고 기온사(祇園社, 현 야사카신사)에서 병마 퇴치를 위한 제사를 지냈는데 당시 66개의 행정구역을 상징하는 가마 66개를 만들어 역병(疫病)을 달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 6월 30일 저녁 7시 반 무렵,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느라 부엌에 있는 나를 거실에 있던 아들 녀석이 부리나케 부른다. “지금 텔레비전에서 일본 고려박물관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나는 젖은 손을 행주에 닦으며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화면에는 고려박물관 내부가 잠시 소개되더니 이내 하라다 교코(原田京子, 77살) 이사장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었다. 집 식구들에게 하도 고려박물관 이야길 한 덕에 아들 녀석은 텔레비전에 나오고 있는 고려박물관 이야기를 내게 알려주었던 것이다. 하라다 교코 씨는 조선침략의 역사를 반성하고자 도쿄 한복판에 시민들이 설립한 고려박물관의 이사장이다. 하라다 이사장과 고려박물관 회원 14명은 지난 6월 18일부터 3박 4일 동안 한국을 방문했다. 방문 목적은 내년에 3.1만세운동 100돌을 앞두고 일본에서 3.1만세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는 뜻깊은 전시를 기획하고 찾아온 것이었다. 기자는 하라다 이사장과 고려박물관 회원들이 방한 중에 통역과 안내를 맡아 함께 했었다. 그때 하라다 이사장과 나란히 버스로 이동하였는데 자신이 YTN과 대담을 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기에 텔레비전 화면 가득히 나오는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여기 어딘가에 조선총독부 건물을 해체하여 전시했다고 하던데요. 거기에 가보고 싶습니다.” 지난 6월 19일, 일본 고려박물관 회원들과 천안 독립기념관에 들렸을 때 아오야기 준이치(青柳純一) 씨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네? 조선총독부 건물이 여기 있다구요?” 나는 아오야기 씨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속으로 ‘천안 독립기념관에 조선총독부 모형 건물이라도 만들어 놓았나?’하는 생각을 순간 했다. 그런데 독립기념관을 둘러보고 뒤뜰로 나오니 어마어마한 광장에 조선총독부 건물을 해체한 잔해를 전시해 놓은 공간이 있었다. 이름하여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 전시공원’ 이었다. 그러고 보니 1995년 8월 15일 경복궁 앞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던 조선통독부 건물의 해체를 텔레비전에서 본 기억이 났지만 그 뒤 이 건축물의 행적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못했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용케도 이 건물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뿔사! 식민지 통치시절의 ‘총독부’란 말만 들어도 소름이 끼친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우리는 ‘조선총독부’를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건물의 잔해가 이곳에 와 있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놀라지 않아도 될 일이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일본인에게 3.1만세운동정신을 알리기 위한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번 한국 방문은 유관순 기념관과 생가, 독립기념관, 수원 제암리 교회와 서대문형무소 등을 돌아보면서 내년 전시에 대한 구상과 해당 기관의 자료 협조도 요청할 생각입니다.” 이는 양심적인 일본 시민들이 만든 고려박물관 회원들이 어제(6월19일) 천안의 유관순 생가 등을 돌아보면서 이번 방한 목적을 말한 것이다. 모두 14명이 방한한 이들과 필자는 어제, 천안 독립기념관과 유관순 기념관을 둘러보면서 내년 일본 전시에 대한 자료와 해당 기관의 협조 문제 등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이번에 방한한 고려박물관 회원들은 대부분 박물관 내 조선여성사연구소 회원들로, 특별히 내년에 3.1만세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이들은 “3.1만세운동 100주년 준비위원회”를 꾸렸다고 했다. “침략의 역사는 없다.”고 잡아떼고 있는 아베 정권에 견주어 방한한 일본인들은 도쿄 한복판에서 침략의 역사를 반성하는 각종 전시회와 강연 등을 통해 과거 일본정부가 잘 못한 일에 대한 사죄의 마음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일본인들은 3.1만세운동에 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한국의 신문은 연일 수 쪽에 걸쳐 북미수뇌회담 기사를 게재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상파 3개 방송국에서도 아침부터 ‘세기의 담판’을 주제로 특별 방송을 꾸리는 등 북미수뇌회담 일색입니다. 싱가폴로부터의 중계방송에서는 ‘점심식사는 무엇을 먹을까요?’, ‘설마 햄버거는 먹지 않겠지요?’ 같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북미수뇌회담 결과가 나올 때까지 프로그램을 편성했습니다. 한국 시민들의 관심은 높습니다. 서울에 사는 45살 주부는 ‘오늘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기대하고 있다’ 고 했으며 47살의 여회사원은 ‘통일되면 비용이 많이 들어 한국이 부담이 되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언젠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이는 어제(12일) 싱가폴에서 열린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한국의 관심을 사쿠라이이즈미(桜井泉) 기자가 야후제팬에 기고한 글이다. 한국의 언론들이 싱가폴에서 열린 북미회담에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일본 언론 역시 실시간으로 싱가폴 북미 회담과 한국의 분위기를 전하는 모습이 분주해 보인다. 특히 야후제팬에서는 북미수뇌회담에 대해 실시간으로 누리꾼의 의견을 묻고 있는데,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