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 6월 30일 저녁 7시 반 무렵,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느라 부엌에 있는 나를 거실에 있던 아들 녀석이 부리나케 부른다. “지금 텔레비전에서 일본 고려박물관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나는 젖은 손을 행주에 닦으며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화면에는 고려박물관 내부가 잠시 소개되더니 이내 하라다 교코(原田京子, 77살) 이사장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었다. 집 식구들에게 하도 고려박물관 이야길 한 덕에 아들 녀석은 텔레비전에 나오고 있는 고려박물관 이야기를 내게 알려주었던 것이다. 하라다 교코 씨는 조선침략의 역사를 반성하고자 도쿄 한복판에 시민들이 설립한 고려박물관의 이사장이다. 하라다 이사장과 고려박물관 회원 14명은 지난 6월 18일부터 3박 4일 동안 한국을 방문했다. 방문 목적은 내년에 3.1만세운동 100돌을 앞두고 일본에서 3.1만세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는 뜻깊은 전시를 기획하고 찾아온 것이었다. 기자는 하라다 이사장과 고려박물관 회원들이 방한 중에 통역과 안내를 맡아 함께 했었다. 그때 하라다 이사장과 나란히 버스로 이동하였는데 자신이 YTN과 대담을 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기에 텔레비전 화면 가득히 나오는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여기 어딘가에 조선총독부 건물을 해체하여 전시했다고 하던데요. 거기에 가보고 싶습니다.” 지난 6월 19일, 일본 고려박물관 회원들과 천안 독립기념관에 들렸을 때 아오야기 준이치(青柳純一) 씨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네? 조선총독부 건물이 여기 있다구요?” 나는 아오야기 씨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속으로 ‘천안 독립기념관에 조선총독부 모형 건물이라도 만들어 놓았나?’하는 생각을 순간 했다. 그런데 독립기념관을 둘러보고 뒤뜰로 나오니 어마어마한 광장에 조선총독부 건물을 해체한 잔해를 전시해 놓은 공간이 있었다. 이름하여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 전시공원’ 이었다. 그러고 보니 1995년 8월 15일 경복궁 앞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던 조선통독부 건물의 해체를 텔레비전에서 본 기억이 났지만 그 뒤 이 건축물의 행적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못했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용케도 이 건물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뿔사! 식민지 통치시절의 ‘총독부’란 말만 들어도 소름이 끼친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우리는 ‘조선총독부’를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건물의 잔해가 이곳에 와 있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놀라지 않아도 될 일이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일본인에게 3.1만세운동정신을 알리기 위한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번 한국 방문은 유관순 기념관과 생가, 독립기념관, 수원 제암리 교회와 서대문형무소 등을 돌아보면서 내년 전시에 대한 구상과 해당 기관의 자료 협조도 요청할 생각입니다.” 이는 양심적인 일본 시민들이 만든 고려박물관 회원들이 어제(6월19일) 천안의 유관순 생가 등을 돌아보면서 이번 방한 목적을 말한 것이다. 모두 14명이 방한한 이들과 필자는 어제, 천안 독립기념관과 유관순 기념관을 둘러보면서 내년 일본 전시에 대한 자료와 해당 기관의 협조 문제 등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이번에 방한한 고려박물관 회원들은 대부분 박물관 내 조선여성사연구소 회원들로, 특별히 내년에 3.1만세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이들은 “3.1만세운동 100주년 준비위원회”를 꾸렸다고 했다. “침략의 역사는 없다.”고 잡아떼고 있는 아베 정권에 견주어 방한한 일본인들은 도쿄 한복판에서 침략의 역사를 반성하는 각종 전시회와 강연 등을 통해 과거 일본정부가 잘 못한 일에 대한 사죄의 마음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일본인들은 3.1만세운동에 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한국의 신문은 연일 수 쪽에 걸쳐 북미수뇌회담 기사를 게재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상파 3개 방송국에서도 아침부터 ‘세기의 담판’을 주제로 특별 방송을 꾸리는 등 북미수뇌회담 일색입니다. 싱가폴로부터의 중계방송에서는 ‘점심식사는 무엇을 먹을까요?’, ‘설마 햄버거는 먹지 않겠지요?’ 같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북미수뇌회담 결과가 나올 때까지 프로그램을 편성했습니다. 한국 시민들의 관심은 높습니다. 서울에 사는 45살 주부는 ‘오늘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기대하고 있다’ 고 했으며 47살의 여회사원은 ‘통일되면 비용이 많이 들어 한국이 부담이 되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언젠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이는 어제(12일) 싱가폴에서 열린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한국의 관심을 사쿠라이이즈미(桜井泉) 기자가 야후제팬에 기고한 글이다. 한국의 언론들이 싱가폴에서 열린 북미회담에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일본 언론 역시 실시간으로 싱가폴 북미 회담과 한국의 분위기를 전하는 모습이 분주해 보인다. 특히 야후제팬에서는 북미수뇌회담에 대해 실시간으로 누리꾼의 의견을 묻고 있는데, 12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이게 진실이다. 이게 진실이다’ 하고 시끄럽게 구는 것이다.” “눈이 내려서 기쁠 때 나는 내가 네 살이든, 예순 세 살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이는 일본의 그림책과 동화책 작가이자 수필가로 알려진 사노 요코(佐野 洋子, 1938~2010) 씨 의 말이다. 사노 요코 씨는 1938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9살 때 일본으로 돌아와 컸으며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교 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1967년 베를린 조형대학에서 6달 동안 석판화를 공부했다. 사노 요코 씨의 대표작인 《백만 번 산 고양이(100万回生きたねこ)》는 전 세계에서 300만부가 팔린 그림책으로 인생과 사랑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그린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어린이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랑받고 있다. 사노 요코 씨는 이 밖에도 《두고보자, 커다란 나무》, 《좀 별난 친구》 등의 그림책을 비롯하여 《사는게 뭐라고》, 《죽는게 뭐라고》와 같은 수필집 등 2009년 6월 현재 공저를 포함한 173권의 책을 펴냈다. (일본 최대의 서점인 ‘기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한국의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따위가 연거푸 들어 있어 힘들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더욱이 스승의날 같은 경우에는 “교사를 선물이나 기대하는 사람 취급하는 날 같으니 아예 없애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는 스승의날이 없는 대신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이 따로 있어 부담스럽다는 사람들이 있다. 어머니날(하하노히, 母の日)은 5월 둘째 일요일이라 올해는 5월 13일이었다. 그런가 하면 아버지날(치치노히, 父の日)은 해마다 6월 셋째 주 일요일이라 올해는 6월17일이다 일본처럼 6월 셋째 주 일요일에 아버지날을 두고 있는 나라는 미국, 중국, 인도, 영국, 캐나다, 칠레, 콜롬비아, 프랑스, 터키, 싱가폴, 멕시코 등이다. 일본의 어머니날과 어버지날의 유래는 모두 미국에서 비롯된 풍습이며 어머니날엔 붉은 카네이션을, 아버지날에는 흰장미를 선물한다. 하지만 꽃보다도 인기 있는 것은 다양한 선물이다. 아버지날 선물 1위는 가죽벨트, 2위와 3위는 맥주 셋트, 4위는 색안경(선글라스), 5위는 발모제(머리 나게 하는 약) 순이다.(야후쇼핑 참고) 가격은 3천 엔~7천 엔(3만~7만) 선이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어제 5월 22일은 불기 2562년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한국의 각 절에서는 종파를 초월하여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날의 의미를 새기며 연등을 밝히고 법요식을 갖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다르다. 일본의 부처님 오신 날은 양력으로 4월 8일인데다가 우리처럼 공휴일도 아니어서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이 날이 부처님 오신 날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은 명치시대때부터 음력 사용을 금지하고 나라의 모든 행사나 개인의 기념일을 양력만을 쓰게 했다. 설이나 한가위 같이 음력을 기준으로 하는 행사도 양력으로 하다 보니 ‘둥근 보름달’을 본다든가 하는 전통방식의 명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서 치른다. 부처님 오신 날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경우 종파의 교리가 통합된 통불교라면 일본불교는 종단을 창시한 조사(祖師)의 가르침을 따르는 ‘조사불교’이기 때문에 조사의 탄생일에 더 많은 의미를 둔다. 따라서 우리처럼 연등회를 갖는다든지 부처님 오신 날 기념법회를 텔레비전에서 뉴스로 전한다든지 하는 일이 거의 없다. 무엇보다도 명치정부(1868)가 불교를 탄압하고 신도(神道)를 장려하는 이른바 폐불훼석(廃仏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산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 돈을 취하는 종교는 가짜, 하느님도 부처도 없다” 등등 숱한 명언(?)을 남기고 있는 비구니 세토우치쟈쿠쵸 (瀬戸内寂聴, 1922~) 스님이 5월 15일 96살 생일을 맞았다. 특히 자신이 불교 승려 이면서 “이제 하느님도 부처도 없다”고 한 말은 2015년 93살 때 담낭 수술을 마치고 통증이 가시지 않자 한 언론과의 대담에서 한 말이다. 쟈쿠쵸 스님은 과거 혼인하여 딸 하나를 둔 상태에서 남편의 불륜으로 이혼한 뒤, 오랫동안 자신의 이야기 등을 소재로 소설을 집필하며 살았다. 원래는 수녀가 되고 싶었으나 혼인했던 탓으로 수녀의 길이 막히자 이번에는 승려의 길을 걷으려 했다. 그러나 그 어떤 절에서도 승려의 길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1973년, 51살 때 중존사(中尊寺)에서 받아줘 천태종 승려가 되었다. 이후 쟈쿠쵸 스님은 화장을 하고 술과 고기를 먹 등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그 어느 것에도 구애됨이 없는 생활을 거침없이 하고 있는 것이다. 1974년부터 교토의 사가노(嵯峨野) 지방에 자기 이름을 딴 쟈쿠쵸암(寂聴庵)을 짓고 교화와 인생상담, 집필, 방송 출연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은 마츠리의 나라라고 일컬어질 만큼 전국적으로 마츠리(축제)가 쉴 새 없이 열린다. 그 가운데서도 교토의 3대 마츠리라고 하면 5월 15일 아오이마츠리, 7월17일 기온마츠리, 10월 22일 지다이마츠리가 대표적이다. 초록이 눈부신 5월 15일의 아오이마츠리(葵祭)는 고대 한국과 관련이 있는 하타씨 일족과 관계가 깊은 가모씨(賀茂氏)와 조정(朝廷)의 행사로 당시 이를 보러 오는 사람들의 주류는 귀족들이라 귀족 마츠리라고도 불렸으며 한편으로는 가모신사의 마츠리라해서 가모마츠리(賀茂祭)로도 불렀다. 《가모신사유래기》에 기록된 아오이마츠리 유래를 보면 6세기 무렵 긴메이왕 시절에 일본 전역에 풍수해가 심각하여 점쟁이에게 점을 쳐보니 가모대신(賀茂大神)이 노한 것으로 나왔다. 점괘가 나오면 해결 방법도 나오는 법으로 점쟁이인 우라베(卜部伊吉若日子)의 해결 방법은 튼실한 말을 골라 방울을 잔뜩 달고 기수는 얼굴에 동물 가면을 쓰고 가모신사 주변을 돌면서 성대한 제사(마츠리)의식을 행하면 풍수해를 잠재울 수 있다고 하는데서 마츠리가 시작되었다. 일본의 마츠리는 대부분이 고대에 기원을 둔 것으로 풍수재해 예방, 전염병 확산 금지, 국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5월 8일은 한국의 어버이날이지만 일본은 어버이날은 없고 그 대신 어머니날(하하노히, 母の日)이 있다. 해마다 5월 둘째 주 일요일이 어머니날이다 보니 해마다 날짜가 조금씩 다르다. 올해 어머니날은 5월 13일 일요일이다. 일본의 어머니날은 과거에 1931년 대일본연합부인회(大日本連合婦人會)가 결성되고 난 뒤 왕비(香淳皇后, 소화왕의 부인) 생일인 3월 3일을 어머니날로 삼았으나 1949년부터 미국을 따라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 날로 굳혔다. 그렇다면 일본인 들은 어머니날 무엇을 선물하는 지 궁금하다.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올 어머니날 선물 1위는 꽃선물(31%), 2위는 건강식품(22%), 3위는 화장품 셋트였다. 한편, 어머니의 이미지에 관한 앙케이트를 보면, ”어머니를 어머니답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언제인가?” 라는 질문의 첫 번째 답은 ‘간병을 해주고 있을 때’가 1위(20%)이고, 식생활을 걱정해줄 때(17%), 식사를 준비할 때(16%), 어린이와 놀고 있을 때(10%) 등을 꼽았다. 대충 보더라도 한국의 어버이날 풍경과 다르지 않다. 일본도 어머니날은 한국처럼 카네이션을 선물하지만 6월의 아버지날(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