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간송(澗松). 산골에 흐르는 물, 그리고 푸른 소나무를 뜻하는 이 말은 어느새 우리 문화의 대명사가 되었다. 간송은 물려받은 큰 재산으로 우리 문화재를 지켜내는 데 열과 성을 다한 전형필 선생의 호다. 오늘날 국보급 문화재를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우리 미술사에 긍지를 가질 수 있는 것도 간송이 그 모든 것을 지켜내지 않았더라면 요원했을 일이다. 최석조가 쓴 이 책 《조선의 백만장자 간송 전형필, 문화로 나라를 지키다》는 ‘간송미술관’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진 간송 전형필의 일생을 조곤조곤 들려준다. 간송에 막 관심을 가진 청소년이 읽기에도 좋다. 미술 교과서에서 보았던 수많은 그림과 도자기가 알고 보면 간송의 엄청난 노력으로 이 땅에 남아있음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간송 전형필은 1906년 서울에서 아버지 전영기, 어머니 밀양 박씨 사이에 태어났다. 그가 태어났을 때 큰형 형설은 벌써 열다섯이었으니, 정말 늦둥이였던 셈이다. 아들이 귀한 집안이었기에 형필은 자식이 없던 작은아버지 전명기의 양자로 들어갔고, 온 가족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자랐다. 선대 할아버지 때부터 배오개 장터(지금의 종로)에서 장사한 그의 집안은 나라에서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누구나 한번쯤, 아니 수시로, 외로움으로 힘들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여러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가던 저자 역시 한 신문사에 기고한 칼럼에서 폭력을 정당화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은 후 스스로 고립의 시간을 선택하며 외로움의 문제에 직면한다. 이 책은 갑작스레 다가온 고립과 나이 오십에 찾아온 실직, 그리고 준비하지 못한 노후로 인한 두려움 속에서 외로움의 시간을 갈무리한 저자의 경험과 통찰을 전해준다. 저자에 의하면 외로움의 시간은 절망의 시간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질문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시간이다. 외로움을 괴로운 감정이라 여기고 외면한다면 개인은 불행해지고 사회는 척박해질 뿐이다. 하지만 외로움의 시간을 지난 상처를 돌아보며 다시 용기 내는 시간으로 여긴다면 인생을 더 풍요롭게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문득 찾아온 외로움에 당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막막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공감해주며 더 나아가 현실적 솔루션을 제시해주는 나침판이 되어 줄 것이다.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우리가 식탁에서 즐겨 찾는 연어가 지구 환경의 생존 지표였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반드시 돌아오는 연어의 숙명부터 연어와 관련된 지구 곳곳의 신화, 인간과 연어가 공생하던 아메리카 원주민 이야기, 산업혁명으로 인해 돌아갈 곳을 잃은 연어, 연어 수를 늘리려는 인간의 노력, 이야기 중간중간 연어 요리법까지, 과히 연어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 생의 시작과 마감은 강에서 그리고 나머지 시기는 바다에서 보내는 연어를 주제로 인간의 크고 작은 선택들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한다. 육지와 바다의 생태계가 서로 연결되는 지점에 걸쳐 있는 연어의 삶을 통해 기후 환경, 자연과 인간의 공존, 지구의 미래 등 연어가 인간의 생존과 밀접하게 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지구 환경의 중요 지표인 연어 이야기를 통해 “연어가 살아남지 못하면 지구 또한 생존할 희망이 거의 없다.”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 책을 통해서 일상 속 연어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인류와 지구 환경에 대한 관심과 흥미로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도깨비와 함께 막거리를 - 함민영 꿈에서 도깨비가 나랑 씨름하자고 하네 아홉 번 지고 할머니가 일러준 게 생각나서 열 번째 왼발로 감아 넘기니 넘어갔네. 그 도깨비 막걸리를 좋아하고, 메밀묵과 수수팥떡도 좋아한다네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 절대 해코지하지 않으며 도깨비는 오히려 사람에게 신통력을 부려 도와준다네 그런데 문득 내 앞에 도깨비가 나타나 함께 막걸리를 마셨으면 좋겠네. 열대야에 잠 못 드는 한여름이다. 이때쯤이면 어릴 적 긴긴 여름밤에 모깃불 놓고, 옥수수를 쪄먹으며 옛날이야기, 도깨비 이야기 따위를 듣던 일들이 생각난다. 그때 들었던 도깨비는 '키가 팔대장 같은 넘', '커다란 엄두리 총각', '다리 밑에서 패랭이 쓴 놈', '장승만한 놈'이라고 했다. 도깨비는 먹고 마시며,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고 전한다. 심술을 부리기도 하는 데 힘이 장사며, 신통력을 가지고 있어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주거나 망하게 하기도 한단다. 이렇게 신통력을 가졌음에도 우직하고 소박하여 인간의 꾀에 넘어가는 바보 같은 면도 있다. 또 사람의 간교함에 복수를 하기도 하지만 되레 잘되게 도와주는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당신은 나를 만남으로 편한 것보다 고(苦)가 많았고 즐거움보다 설움이 많았을 것입니다. 속히 만날 마음도 간절하고 다시 만나서는 부부의 도를 극진히 해보겠다는 생각도 많습니다만 나의 몸은 이미 우리 국가와 민족에게 바치었으니 이 몸은 민족을 위하여 쓸 수밖에 없는 몸이라 당신에 대한 직분을 마음대로 못하옵니다.”- 1921년 7월 14일 당신의 남편 (안창호) - 이는 도산 안창호(1878~1938)선생이 부인 이혜련(1884~1969) 지사에게 쓴 편지글 일부다. 안창호ㆍ이혜련 부부는 혼인 생활 35년 가운데 함께 산 기간은 13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남편 안창호 선생이 집을 떠나 중국 등지에서 독립운동에 뛰어드는 동안 부인 이혜련 지사는 다섯 자녀 양육과 동시에 가정의 경제는 물론 대한여자애국단 등의 활동에 이르기까지 남편 못지않게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한국독립운동사에서 부인 이혜련 지사와 같은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숱한 부부독립운동가들이 안창호ㆍ이혜련 부부처럼 시련을 극복해나가면서 조국 광복의 찬란한 꽃봉오리를 피웠지만 이들을 다룬 변변한 책도 없다. 그동안 여성독립운동가에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경주 최부잣집. 부를 일구는 것은 어렵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려운 것처럼, 부를 이어가는 것은 더 어렵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것은 그렇게 부를 쌓으면서도 세간의 칭송을 받는 것이다. 사람들은 부자를 질시한다. 돈과 권력에는 그만큼 시샘하는 눈길이 따라붙는다. 그렇기에 부와 권력을 지닌 이들은 그 눈길을 피해 더 높은 곳으로 가고, 공고한 자신만의 성채를 짓는다.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지키려 한다. 황혜진이 쓴 책, 《경주 최부잣집은 어떻게 베풀었을까?》는 그와 반대로 절제와 중용을 실천하며 사람을 존중하고, 사람들 속에 머물렀던 경주 최부잣집의 이야기를 읽기 쉬운 문체와 그림으로 담아냈다. 경주 최부잣집이 대를 이어 실천했던 부에 대한 철학, 진정한 명문가 정신이 녹아들어 있다. 최부잣집에는 여섯 가지 가훈이 있었다. 첫째,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 이는 부와 권력을 동시에 탐하지 말라는 경계였다. 부가 생기면 권력이 탐나고, 권력이 있으면 부가 탐나는 것이 인지상정이건만 부를 지키고자 한다면 최소한의 양반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벼슬만 하고 중앙 정계에 진출하는 큰 벼슬은 욕심내지 말라는 가르침이었다. 고위공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이 열 치 열 - 곽병희 덥다고 나무 그늘에 숨었지 에어컨 이글루 속으로 선풍기 부채 속으로 피신하였지 하지만 용감하게도 땡볕의 여름을 혼자 대적하는 이 있어 이글거리는 정열로 스스로 불타오르는 이 있어 저 공사장에 흠뻑 젖는 등짝들같이 저 사무실에 바삐 전화 받는 손들같이 그 가로수의 백일홍들 있어 여름강을 건네주는 나룻배 있어 요즈음 우리는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를 알리는 기상청의 재난문자를 받는 날이 많아진다. 여기서 하루 가장 높은 기온이 33도 이상인 때가 이틀 이상 이어지면 ‘폭염주의보’를, 35도 이상인 때가 이틀 이상 이어지면 ‘폭염경보’를 보낸다. 지금처럼 불볕더위가 한창일 때는 복중(伏中)으로 중복이 지나고 말복이 눈앞에 다가온 때다. 그런데 최남선의 《조선상식》에는 이 복날을 '서기제복(暑氣制伏)'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서기제복’에서 '복(伏)'은 꺾는다는 뜻으로 복날은 더위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더위를 꺾는 날이라고 보는 것이다. 에어컨은 물론 옷을 훌렁훌렁 벗어젖힐 수도 없었던 조선시대에는 ‘복달임’ 곧 이열치열로 더위를 꺾으려 했다. 특히 이 무렵 이열치열 음식으로 ‘용봉탕’이란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역사가 필요한 날이 있다. 옛날에는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이런 상황에서 나보다 앞서 살다 간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궁금해지는 때가 있다. 신동욱이 쓴 《그래서 역사가 필요해》는 그럴 때 펼쳐보기 좋은 책이다. ‘삶의 무기가 되는 역사 속 인물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지은이 신동욱은 자신의 삶에 놓인 수많은 문제 앞에서 고심하고, 또 노력했던 인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예나 지금이나 ‘인생 고민’은 늘 비슷한 것처럼, 똑같이 슬퍼하고 분노하며 기뻐하는 역사 속 그들을 보노라면 시대를 뛰어넘은 동질감이 느껴진다. 가령, 책의 한 꼭지로 들어가 있는 제목처럼 ‘배신감과 복수심이 내 마음을 어지럽힐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는 성왕의 사례를 들려준다. 백제 성왕이야말로 신라 진흥왕에게 호되게 배신당한 인물이다. 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배운 대로, 백제와 신라는 동맹을 맺고 고구려를 몰아낸 뒤 한강 유역의 땅을 수복했지만, 진흥왕이 갑자기 배신하면서 기껏 되찾은 한강 유역이 모두 신라의 땅이 되고 말았다. 한강 유역의 위례성에서 건국한 백제는 고구려에 빼앗긴 한강 유역의 땅을 되찾는 것이 누대에 걸친 숙원사업이었다. 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달 팽 이 - 이시향 남의 말 듣는 게 좋아 달팽이는 느릿느릿 걷습니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달팽이는 귀가 몸보다 커다랗게 되었습니다. 남이 한 말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달팽이관 안에 작아진 몸을 집어넣은 달팽이가 느릿느릿 걷습니다. 국립생태원은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연구시설에서 인공증식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 참달팽이 20마리를 지난해(2022년) 7월 8일 오전 전남 신안군 홍도 원서식지에 방사했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2018년 홍도에서 참달팽이 5마리를 도입하여 국내에서 처음으로 기초생활사를 규명했으며, 2020년 12마리를 인공증식 하는 데 성공했다. 2년 뒤인 현재 참달팽이 수는 모두 65마리로 늘어났다. 2005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된 참달팽이는 다도해해상 국립공원에 속한 홍도 마을 인근에서 주로 발견되는 고유종이다. 이 가운데 개체밀도가 가장 높은 주요 서식처에서도 100 평방미터 당 5마리 정도만 발견될 만큼 개체군의 수가 매우 적다. 시민단체 가운데는 방송인 김민자 씨가 회장으로 있는 ‘(사)사랑의달팽이’라는 단체도 있다. 사랑의달팽이는 청각장애인에게 인공달팽이관 수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길가에 가다 보니까 한 커피 전문점 창구에 ‘오더 넣는 곳’이란 단말기가 있다. 나처럼 나이 든 사람에게 생소한 것이어서 무엇인가 몰라 한참 쳐다보았다. 조금 있으니 젊은이가 와서 단말기에 보이는 대로 커피 주문을 한다. ‘오더 넣는 곳’이란 말이 ‘ORDER HERE’을 곧 주문을 뜻하는 것인가 보다. 요즘은 주문도 사람이 받지 않고 기계가 받는다. 그런데 이처럼 ‘오더 넣는 곳’으로 쓰지 말고 ‘커피 주문하는 곳’이라고 쓰면 어디 덧나는가?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어디 서러워서 살겠는가? ‘오더’란 외래어를 쓰는 것은 잘난 모습이 아니라 민족주체성을 버린 한심한 사람으로 비출 수 있음을 왜 모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