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4대강 사업의 두 번째 목표는 ‘홍수를 막기 위함’이다. 4대강 사업에서는 홍수를 막기 위하여 강바닥을 깊게 팠다. 바닥을 깊게 파면 홍수 때에 강물의 수위가 낮아질 것이다. 굴삭기 같은 중장비가 없던 옛날에는 강바닥을 파는 대신 제방을 높였다. 바닥을 깊게 파거나 제방을 높이거나 효과는 마찬가지이다. 홍수가 제방을 넘지 못하게 하여 범람을 막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예산 22조 원(필자 주:4대강 사업을 시작한 2009년도 국가 총예산은 274조 원이었음)을 들여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다음과 같은 경제성 이유로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매년 홍수 피해와 복구비로 평균 7조 원의 예산이 지출된다. 4대강 사업을 마치면 더 이상 홍수 피해는 발생하지 않으므로 3년만 참으면 4대강 사업비 22조 원은 자동적으로 절약된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4대강 사업을 반대할 어리석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4대강 사업비 22조 원을 아깝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3년만 참고 지내면 그 뒤로는 해마다 7조 원의 홍수 관련 예산이 절감되는데, 이처럼 경제성 있는 사업을 누가 반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밀레의 ‘만종’이나 ‘이삭줍기’ 같은 그림을 보면 한편의 아름다운 시를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밀레가 살았던 당시의 화풍과는 어울리지 않았고 밀레는 가난한 화가로서 힘든 세월을 보냈습니다. 부인과 자식들이 배고픔과 추위에 떨어야 했으니, 그의 삶은 참으로 팍팍했을 겁니다. 어느 날 절친 루소가 밀레를 찾아옵니다. 밀레의 화실은 온기 하나 없이 추웠습니다. 성공한 루소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지요. 그때 루소는 이야기합니다. "좋은 소식이 있네. 자네 그림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어, 그리고 미리 돈까지 보냈다네." 그리고 루소는 '접목하는 농부'라는 그림을 갖고 돌아갔습니다. 그 돈으로 밀레는 물감과 음식을 살 수 있었지요. 훗날 그는 루소의 집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거실에 걸려있는 자신의 그림 '접목하는 농부'를 발견하지요. 친구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하여 루소는 자기 돈으로 그림을 사고는 거짓말을 했던 것입니다. '접목하는 농부'라는 그림은 밀레와 루소의 우정을 상징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마치 한 그루 나무에 다른 종의 가지를 접목하여 새로운 열매를 맺듯이, 두 사람의 우정은 서로에게 새로운 영감과 힘을 주었습니다. 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이애주문화재단(이사장 유홍준)이 최근 ‘시대의 춤꾼’으로 불리는 고 이애주 선생의 일생과 춤 역정을 사진으로 기록한 《천명(天命)》(윤영옥, 김연정 엮음 / 임진택, 이애경 감수 / 개마서원 펴냄)을 펴냈다. 이 사진첩은 국가무형유산 승무 보유자이자 시대춤의 아이콘이었던 선생의 삶과 예술 세계를 오롯이 담아낸 귀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천명》은 선생이 자신의 춤을 법무의 시대, 신명의 시대, 터벌림의 시대, 천명의 시대로 나누어 정리했던 2014년 춤공연 <천명>의 구성을 따라 사진과 자료를 엮었다. 이를 통해 선생의 춤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하며 시대와 호흡했는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1부 ‘법무의 시대’에서는 어릴 적 김보남과 한영숙으로부터 승무를 배우고 첫 춤판을 벌였던 시기부터 1983년 ‘한영숙류 이애주 춤’ 공연까지, 이애주 춤의 뿌리와 젊은 시절 사회적 사명에 대한 깊은 고민을 엿본다. 2부 ‘신명의 시대’에서는 1984년 춤패 ‘신’을 창단하고 불교 의식을 재해석한 ‘나눔굿’,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도라지꽃’ 등 시대 창작물을 선보였던 시기, 그리고 민주화 현장에서 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바라옵건대 여러 책 가운데에서 일상에 가장 절실한 것, 이를테면 《소학》이라든가 《열녀전(列女傳)》ㆍ《여계(女誡), 여자의 생활과 처신에 관한 계율》ㆍ《여측(女則)》과 같은 것을 한글로 뒤쳐 찍어서 나눠주소서. 그리하여 위로는 궁액(宮掖, 궁에 딸린 하인)으로부터 조정 벼슬아치의 집에 미치고 아래로는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모르는 사람 없이 다 배우게 해서, 온 나라의 집들이 모두 바르게 되게 하소서.” 우리는 흔히 세종이 창제한 훈민정음을 조선시대 동안 홀대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위의 《중종실록》 28권, 중종 12년(1517년) 6월 27일 기록을 보면 《소학》이라든가 《열녀전(列女傳)》과 같이 일상에 절실한 것들은 한글로 뒤쳐 찍어서 나눠주어 온 백성이 공부하게 하자고 임금에 아룁니다. 이에 중종은 그렇게 하라고 윤허를 내릴 정도입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정조가 만 3~4살부터 46살인 정조 22년(1798년)까지 큰외숙모인 여흥민씨(驪興閔氏)에게 보낸 한글편지 16점을 모아 묵은 편지첩인 《정조국문어필첩(正祖國文御筆帖)》이 있을 정도였으며, 2010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펴낸 《명성황후 한글편지와 조선왕실의
이른 아침에 해가 살짝 얼굴을 내밀더니 다시 구름이 하늘을 덮었습니다. 날씨알림이 이렇게 잘 맞을 수가 있을까 싶을 만큼 잘 맞습니다. 오늘은 구름과 함께하지 않을까요? 어제까지 땅, 하늘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이어서 알려드렸습니다. 오늘부터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어른들이 잘 쓰시는 말로 '사람값'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너도 이제 사람값 좀 해야 안 되겠니?" "저 놈도 사람값을 할 날이 오겠지?" 저는 이런 말을 하시는 것을 들은 것 같은데 여러분은 어떤 말을 듣거나 보셨습니까? '사람값'은 '사람+값'의 짜임으로 말 그대로 '사람으로서의 값어치나 구실'을 뜻하는 말입니다. 자주 쓰는 말이고 뜻도 쉬운 말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사람값을 하고 살기가 쉬운 듯 하면서 어렵습니다. 사람값을 재는 잣대가 저마다 다를 때가 있어서 나름대로 한다고 하는데 그 잣대에 미치지 못할 때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값'이 들어간 익은말(관용구)에 '사람값에 가다', 가 있는데 '사람으로 쳐줄 만한 값어치를 지니다'는 뜻이고 '사람값에 들다'도 비슷한 뜻입니다. '사람값에 들지 못하다'는 '사람으로 쳐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청장 최응천)은 오랫동안 마을을 보호해 온 전통 마을 숲인 「고창 삼태마을 숲」을 국가지정자연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한다. 「고창 삼태마을숲」은 고창 성송면 하고리 삼태마을 앞 삼태천을 따라 형성된 800여 미터 길이의 마을 숲으로, 마을 주민들이 각종 자연재해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조성하였다.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는 방풍림이자 하천 주변 농경지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제방에 조성된 호안림 역할을 한 숲이다. 또한, 국내 가장 큰 규모의 왕버들 군락지로, 나무 높이 10미터, 줄기 둘레 3미터가 훌쩍 넘는 왕버들 노거수 95그루를 비롯하여 버드나무, 팽나무, 곰솔, 상수리나무, 벽오동 등 다양한 수종의 큰 나무 224그루가 안정적으로 숲을 이루며 주변 하천, 농경지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삼태마을 앞에는 삼태천이 흐르고 있어 풍수지리적으로 배 모양인 마을이 떠내려가지 않게 보호하기 위하여 마을 주민들이 삼태천 양 둑에 왕버들, 느티나무, 팽나무 등을 심어 숲을 조성한 것이라 전하며, 이 숲이 훼손되면 마을에 큰 재앙이 온다고 믿어 신성시하며 보호해 왔다고 한다. 「전라도무장현도」에서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통영시와 통영연극예술축제위원회가 주최, 주관하고 경상남도가 후원하는「2025 제17회 통영연극예술축제」가 오는 7월 11일부터 7월 20일까지 열흘간 통영시민문화회관, 통영시 일원에서 열린다. 2008년 제1회 행사를 시작으로 올해 제17회를 맞는 「2025 제17회 통영연극예술축제」는 2021년부터 5년째 경상남도 지역대표공연예술제 지원 사업으로 뽑혔다. 올해는 ‘발견과 재발견’이란 주제로 새로운 연극 발견과 과거에 발견된 작품을 다시 창의적인 연극으로 재발견 된 작품의 콘텐츠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사회적 환경에 철학적인 질문과 웃음 코드를 장착하여 우리 삶의 값어치를 높이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올해 축제의 프로그램은 콘텐츠창작 TTAF스테이지, 이 시대가 주목할 TTAF스테이지, 글로컬 커뮤니티 스테이지, 가족극스테이지, 꿈사랑나눔스테이지, 딸림행사 등 35개 단체가 참여, 58개 행사로 꾸며져 시민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특히 지역 연계 콘텐츠창작 TTAF스테이지는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에서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11일 저녁 7시 30분 개막작으로 존재하지 않는 어둠 속 공포와 두려움이 반복되
[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조직위원회(이하 ‘KIADA 조직위’)는 오는 8월 13일(수)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제10회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KIADA 2025)’의 개막을 알렸다. 창설 10주년을 맞는 이 행사는 ‘10&10’ 구호를 내걸고 지난 10년 동안의 성과를 기념함과 동시에, 앞으로 10년을 향한 새로운 도약의 서막을 연다. KIADA2025는 8월 11일(월)부터 17일(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과 소극장, 이음아트홀 등에서 진행되며, 대한민국을 비롯해 △대만 △독일 △스페인 △이스라엘 △인도 △일본 △영국 △캐나다 △홍콩 등 모두 10개 나라의 장애무용 단체들이 참여해 경계를 초월한 무대를 선보인다. 올해 무대에는 국내기획작 3편, 국내공모작 6편, 나라 밖 초청작 7편 등 모두 16개 작품이 오른다. 기획작은 KIADA의 철학과 비전을 담은 작품들로, 장애 아동ㆍ청소년 창작지원 프로젝트인 정보경댄스프로덕션의 「우리들의 이야기」, 대한민국 온몸컴퍼니와 대만 바디 페이스 스튜디오의 협업작 「오! 베이비 2025」 그리고 영국 포용무용계의 저명한 아담 벤자민이 국내 장애ㆍ비장애 무용수들과 함께한 장기 레지던시의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잘 살고 있는 걸까? 내일은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을까? 예측할 수 없는 삶의 파도 앞에서 누구나 한 번쯤 이런 물음을 던진다. 성장에 대한 희망과 불안 사이를 위태롭게 오간다. 대문호 괴테는 이런 우리에게 견디고 버티려고만 하지 말고, 나라는 존재와 잘 어울려 살아보라고 권한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는 흔들리는 삶의 순간에 건네는 따뜻한 안내서이다. 저자는 16년간 괴테의 시를 탐독하며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괴테의 시 77편을 ‘태도’, ‘관계’, ‘지성’, ‘기품’, ‘사색’의 다섯 가지 주제로 엮고, 자신의 삶에서 괴테의 시가 어떤 힘이 되었는지를 섬세하게 풀어놓는다. 저자 특유의 다정한 시선과 세밀한 해석을 더해, 독자가 스스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끈다. 인생이 풀어야 할 숙제로 가득 차 있다고 느껴질 때, 잠시 그 무게감을 내려놓고 괴테의 지혜가 담긴 이 책을 펼쳐보길 추천한다. 당신은 존재만으로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며, 매일 조금씩 더 나은 사회적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민기 원년 4월 4일 내란 우두머리 파면 선고가 천하를 울릴 때 나는 박규수(朴珪壽 1807-1877)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연암 박지원의 친손자다. 삶의 마지막 기간을 오늘날 헌법재판소 경내의 백송나무 자리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가 환생하여 북을 치고 경을 치는 것을 우리는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느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헌법 재판관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목소리, 집단지성의 공명이었다. 그 시원을 찾아 한없이 거슬러 올라가면 단군의 홍익인간까지 이른다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가깝게 근세 여명기의 환재 박규수에서 찾는 게 더 실감 날지 모른다. 그는 놀랍게도 20대 초에 근 200년 뒤의 한국을 내다보았던 것만 같다. “무당이 발호하거든 나라가 망할 때가 온 것임을 알라.” 그가 20대 초, 1830년 어름에 썼던 다음 글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린다. “골짝과 덤불과 시내와 늪은 때로 사(邪氣)를 뿜고, 벌레와 물고기와 나무와 돌은 오래되면 요물이 되어, 이매망량과 같은 도깨비로 변한다.(…) 이것들이 왕왕 세상에 나타나 백성들의 재앙이 된다. 그러자 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