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10월 15일은 조선신궁 진좌제(신을 맞아들이는 행사)의 날이다. 내지인(일본인)도 조선인도 속속 돌계단을 오른다. 그러나 배전(신전)의 앞까지 가자 내지인은 모자를 벗고 절을 하고 조선인은 휙 발길을 돌려 돌아갔다. 단 한사람의 조선인도 참배하는 자는 없었다. 《해외신사사》, (1953, 小笠原省 지음) 그런데도 《조선과 건축, 1925.11》에는 조선인이 조선신궁의 건립을 매우 기뻐하며 반긴 듯이 적고 있다. 반도 1,700만 백성의 수호신인 조선신궁은 경치가 뛰어난 남산 허리에 신성한 땅을 골라 어진제가 감행된다. 우리 반도 주민은 기뻐 춤추는 것을 그칠 수가 없으며 이것은 조선 병합의 뜻과 더불어 역사상 가장 고운 빛깔을 더하는 것이다. 설마 조선인이 일본의 신을 모시는 신사 건립에 두 손을 들어 환영했을까? 만일 그런 자가 있다면 그는 친일파거나 민족 반역자였을 것이다. 훗날 친일문학가로 전향한 김기진(19031985)조차도 지금 나의 불평과 울분의 궁극의 도착지는 다만 한곳 밖에는 없다. 모든 것이 밉다. 남산 위로 자동차가 다니게 되었다. 나는 남산이 밉다. 남산이 미워서 못 견디겠다. 고 했을 정도다. 그만큼 남산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철없이 떠나온 야마나시의 청년 조선땅에 첫발 디디던 날 흰 옷 입은 식민지 백성들 따뜻이 맞이했지 백자에 밥을 담아 먹고 백자에 김치를 담아 먹고 백자에 막걸리를 마시는 백자의 나라 제국주의 일본이 최고인줄 알던 스무살 청년 오천년 조선의 역사와 백자를 무시로 쓰는 높은 문화에 그만 빠져 든 세월 조선옷을 입고 조선의 문화를 사랑하다 조선에 묻힌 희고 맑은 영혼 망우리에서 영원히 잠들다 <이윤옥 시, ‘아사카와 타쿠미’> ▲ 아사카와 다쿠미 영화 <백자의 사람>, 다쿠미 생전 모습(오른쪽) 일본 야마나시현 출신으로 조선 문예운동에 힘썼던 아사카와 타쿠미(淺川巧, 1891∼1931)의 무덤이 깨끗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몇 해 전 찾은 망우리 무덤에는 잔디도 많이 벗겨져 안타까웠었는데 말이다. 서울시가 시립승화원을 통해 지난 9월부터 망우리공원묘지 안에 있는 아사카와 타쿠미의 무덤에 잔디를 새로 심고 계단석도 새로 정비했다니 모처럼 칭찬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를 계기로 일본 야마나시현 호쿠토시 시라쿠라 마사시(白倉政司) 시장 등 '아사카와(淺川) 형제 추모회' 관계자 30여명이 지난 10월 2일 방한했다. 아사
[한국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최근 페루 남성에 의한 살인 사건보도에서 일본에서 외국출신자들의 범죄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는 니샨타 씨는 스리랑카인으로 일본에 유학 와서 교수가 된 사람이다. 사회학자이자 방송인이기도 한 그는 아예 국적을 일본으로 바꾼 사람으로 하고로모국제대학(羽衣國際大學)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다문화 사회에서 서로 돕고 힘을 모아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하는 판국에 일본 언론이 가세하여 마이너스 보도를 할 때 마다 니샨타 씨는 화가 난다고 했다. 이번 페루 남성이 저지른 살인사건 보도만 해도 구태여 국적을 페루라고 밝힐 이유가 뭐냐는 질책이다. 뉴스 시간마다 페루인의 살인사건이 보도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페루 사람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된다는 점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살인사건을 저지른 사람이 페루 사람이 아니라 일본계 페루인이라는 점이다. 니샨타 씨는 이번 용의자가 일본 국적을 갖고 있는 일본계 페루인 임에도 페루 남성 이라고 하는 바람에 5만 명이나 되는 일본에 사는 페루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 《일본에서 알게 된 행복의 값》의 저자인 니샨타 교
[한국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 춘화전(春畵展)이 지난 9월 19일부터 도쿄 분쿄쿠에 있는 영청문고(永靑文庫, 에이세이분코)에서 열리고 있다. 이 춘화를 그린 사람은 일본 굴지의 화가인 가츠시카 호쿠사이(1760-1849)와 키타가와 우타마로(1753-1806)다. 이들 그림은 일찍이 다이묘(상당한 토지를 소유한 무가사회의 우두머리)나 부유층 상인들이 후원을 받아 최고급 화구를 이용하여 그려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따라서 후원자들은 당대 최고의 화가들을 손아귀에 쥐고 그들의 그림을 마음껏 즐겼다고 볼 수 있다. 춘화라고 하면 야한 것을 넘어 노골적인 성적 묘사도 대담하게 그려진 것이니 만큼 이번 춘화전 전시회는 미술관 임대가 어려워 영청문고(永靑文庫) 전시관을 이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 영청문고(永靑文庫) 누리집의 춘화전(春畵展) 안내화면 2000년부터 일본 춘화전은 핀란드나 스페인 등 외국에서 앞 다투어 열렸다. 마침내 2013년에는 대영박물관에서도 열리게 되어 9만 명을 넘는 사람이 보고 가는 호황을 누렸다. 이처럼 외국에서 높이 평가 받는 춘화를 일본에서는 허용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그것도 인쇄물은 되지만 실물은 안 된다고 하는 것을 이해 할
[한국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 시사통신(時事通信) 9월 15일자에는 깜찍한 두 개의 인형사진이 올라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 인형은 아이치현에서 지방발전을 위해 기부하는 사람에게 주는 특별 증정용 인형이다. 이 인형은 단순한 인형이 아니라 유명한 인형 작가인 타마야 쇼베이(玉屋庄兵衛) 씨가 3달 동안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으로 이름은 차 나르는 인형(茶運人形) 이다. 재미난 것은 이 인형이 가라쿠리 인형으로 손님에게 찻잔을 날라 준다는 점이다. 가라쿠리 인형이란 톱니바퀴나 용수철 따위를 이용하여 움직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주인이 태엽을 감아 인형 손 위에 찻잔을 올려놓으면 손님에게 가져가고 손님이 찻잔을 들면 그 자리에 멈춰 선 뒤 다 마시고 찻잔을 올려놓으면 뒤로 돌아 주인에게 간다. 상상만 해도 재미난 인형이다. 오늘날의 인공로봇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전통 가라쿠리 인형은 초대 타마야 쇼베이가 1733년에 나고야에서 가라쿠리 인형의 수리와 제작, 지도를 시작한 이래 현재 9대째 그 기술을 계승하고 있는 이름난 인형이다. ▲ 아이치현 지역 홍보에 쓰이는 가라쿠리 인형 이 인형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은 일본돈 400만 엔 이상 기부
[한국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 만큼 각 지역마다 지방 전통술이 발달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각 지방마다 청주며 맥주, 와인 등 다양한 술이 쏟아져 나오는 일본이지만 술 소비가 줄어서인지 아니면 브랜드화된 몇몇 제품이 시장 점유율을 휩쓸어서인지 일본에서는 지난해부터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조금 생소한 '건배조례안' 제정 움직임이 일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건배조례안은 말 그대로 '건배'와 관련된 것인데 2013년 교토시의회가 명주의 고장 교토에서 생산하는 청주의 보급과 촉진에 관한 조례를 시행하기 위해 마련된 조례안이다. 이에 따르면 그동안은 맥주나 샴페인 같은 술로 공식적인 행사에서 건배를 해왔으나 앞으로 건배할 때에는 청주를 씀으로써 청주 소비 촉진을 비롯한 일본술을 통한 문화 보급이 그 목적이라고 한다. ▲ 건배조례의 붐이라는 설명과 함께 건배 사진이 자주 광고로 쓰인다. 교토시의 이러한 청주 건배조례안은 전국의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형편이다. 일본주조조합중앙회에 따르면 1월 중순에 모두 22개의 지자체에서 청주와 일본술을 건배 때 쓰기로 조례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확인되었다. 최근에는 일본전통술 외에도 소주 산지인 큐슈에서는
[한국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에는 경로의 날(敬老の日)이 있는 데 9월 셋째 월요일 (9월 21일)이다. 1948년에 국민 경축일에 관한 법률로 정한 이 날의 취지는 오랜 세월에 걸쳐 사회에 헌신한 노인을 공경하고 장수를 축하하는 뜻에서 제정했다고 한다. 법률로 제정하기 이전에 경로의 날의 시작은 효고현 노마다니무라(野間谷村)에 사는 카도와끼 마사오라는 촌장에 의해서 비롯된다. 그는 노인을 소중히 여기고 나이든 분들의 지혜를 빌려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덥지도 춥지도 않은 9월 중순으로 날을 잡아 동네 노인들을 대접 하게 된 것이 계기다. 한 작은 마을에서 시작한 경로잔치는 효고현 전체로 퍼졌고 이어 전국으로 확산 되었다. 처음에는 나이든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잔치를 벌였으나 썩 좋은 말이 아니라는 여론이 일어 노인의 날로 바꾸었다가 다시 지금의 경로의 날로 정착하게 되었다. 어머니날처럼 서양에서 수입된 경축일이 아닌 일본 고유의 노인공경의 날을 일본에서는 높이 치고 있다. ▲ 일본 경로의날 선물로 남성은 술, 여성은 꽃을 좋아한다. 일설엔 7세기 인물인 성덕태자가 사천왕사에서 비전원(悲田院, 불교의 자비를 베푸는 가난하고 불쌍한 이웃을
[한국문화신문=이윤옥 기자]일본의 된장을 미소라고 하는데 그 색깔은 한국의 누런 된장보다 밝고 연한 노란색에 가까운 느낌이다. 한국인에게 된장국이 필수라면 일본인에게는 미소시루(일본된장국)가 필수다. 두 나라 된장국이 비슷한 것 같지만 그 맛은 서로 다르다. 같은 된장국이라도 일본의 미소시루는 건더기가 별로 없이 후루룩 국그릇을 들고 마실 정도의 느낌이라면 한국의 된장국은 밥을 말아 수저로 먹어야 제 맛을 느낄 만큼 된장국에 들어 있는 건더기도 다르다. 일본의 미소와 한국의 된장 요리 가운데 결정적인 차이를 들라하면 일본의 미소로는 미소찌개를 만들어 먹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국의 된장으로는 된장국도 끓이고 된장찌개도 만들어 먹는 점이 다르다. 미소시루만 먹다가 한국에서 된장국이나 된장찌개를 맛본 일본인들의 반응은 한국 고유 된장맛이라면서도 대체적으로 짜다는 평을 하고 있다. 일본의 일반 미소는 샛노란 색깔에 가깝지만 핫쵸미소는 그 색깔이 짙고 붉은 빛이을 도는 게 특징이다. 적갈색의 핫쵸미소의 고장은 나고야지방인 아이치현(愛知縣)이다. 나고야지방에서 맛보는 미소시루는 다른 지방의 미소시루보다는 색이 짙고 맛도 깊다. 이 지방에서는 핫쵸미소와 구분하기
[한국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사전이 반드시 만능은 아니란 걸 알고도 낙담하기는커녕 애착이 점점 깊어갔다. 가려운 곳에 손이 채 닿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부분마저도 애쓰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절대완전무결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사전을 만든 사람들의 노력과 열기가 전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얼핏 보면 무기질한 단어의 나열이지만 이 막대한 수의 표제어와 뜻풀이와 예문은 모두 누군가가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쓴 것이다. 이 얼마나 대단한 끈기인가! 얼마나 대단한 말에 대한 집념인가! 미우라시온은《배를 엮다(船を編む)》라는 책에서 사전 만드는 작업의 어려움을 그렇게 말했다. 정말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 사전 만드는 작업이야 말로 낱말 하나하나를 날실과 씨실처럼 꿰어야하는 작업이니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올해 마흔 살의 작가 미우라시온은 와세다출신으로 취직을 위해 20개 회사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경험을 바탕으로《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이란 소설을 쓰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 미우라시온의《배를 엮다(船を編む)》책 표지 숱한 이력서를 들고 취직을 위해 뛰면서 겪은 이야기야 누가 쓰던 오십보백보의 이야기지만 미우라시온의 《배를
[한국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에 살면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특히 연말연시에 보내는 연하장(年賀狀, 넨가죠)과 한 여름 무더위에 보내는 안부편지인 쇼츄미마이(暑中見舞い)도 꼭 챙겨야할 것들이다. 물론 젊은 세대는 슬기전화(스마트폰)로 이런 것들을 대신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본의 여름철 풍경이라 하면 쇼츄미마이를 빼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쇼츄미마이는 편지를 보내기도 하지만 직접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 집에 찾아가기도 한다. 편지는 대개 엽서를 보내는데 엽서에는 파도치는 그림이라든가, 시원한 계곡 그림, 헤엄치는 금붕어 등이 그려져 있어 엽서를 받는 사람이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이 들게 배려한 것들이 많다. 그렇다면 대관절 언제 쇼추미마이를 보내면 좋을까? 일본 누리꾼들도 이 점에 대해 궁금한 모양인지 언제 보내야 하나? 라는 질문을 인터넷에 많이 올리고 있다. 쇼츄미마이를 보내는 때는 보통 장마가 갠 뒤 소서(小暑)부터 대서(大暑) 사이에 많이 보내는데 반드시 이때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대체적으로 입추까지 보내면 무난하며 이때까지는 안부 편지 앞머리에 맹서(猛暑)라는 말들을 쓴다. 바쁜 일이 있어 이때 못 보내고 이 이후에 보내면 잔서(殘暑)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