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2월 3일은 일본의 절분(세츠분, 節分) 날이다. 보통 입춘 전날을 절분으로 치는데 새로운 계절이 돌아오는 때 특히 추운 겨울이 끝나고 사람들이 활동하기 좋은 때에 귀신도 슬슬 활동하기 좋은 때라고 여겨서인지 이날 사악한 귀신을 물리치기 위한 콩 뿌리기(마메마키) 행사가 절이나 신사에서 있다. “복은 들어오고 귀신은 물러가라(福は內、鬼は外)”라고 하면서 콩을 뿌리고 볶은 콩을 자기 나이수 만큼 먹으면 한해동안 아프지 않고 감기도 안걸리며 모든 악귀에서 보호 받는다는 믿음이 있다. 절분행사는 예전에 궁중에서 했는데 《연희식, 905년》에 보면 색색으로 물들인 흙으로 빚은 토우동자(土牛童子)를 궁궐 안에 있는 사방의 문에 걸어두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 인형은 대한(大寒) 전날 밤에 만들어 입춘 전날 밤에 치웠다. 토우동자 풍습은 헤이안시대(794-1185)의 츠이나(追儺)와 밀접한데 이는 곧 귀신을 물리치는 행사로 이후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로 내려오면 토우동자의 장식은 사라지고 복숭아 나뭇가지를 신성시 하면서 콩뿌리는 행사로 변한다. 복숭아 나뭇가지는 고대 중국과 한국에서도 귀신을 쫓는 주술적인 나무로 통했다. ▲ 절분날 볶은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나의 소원은 모든 나라 사람들이 나의 조국인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국제인이 되는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교토에 고려미술관을 세운 정조문 선생이 고려미술관개관기념 도록에 쓴 인사말이다. ▲ 조각보(고려미술관 소장) ▲ 검은 칠 나전 화조문양 상자 (고려미술관 소장) 일본에서 평생토록 우리 문화재를 수집해 온 고 정조문(1918~89) 선생은 1925년 일본에 건너가 갖은 고생 끝에 사업에 성공하여 교토를 제 2의 고향으로 여기며 살았던 분이다. 그는 1949년 골동품상이 밀집해 있는 교토 산조(三條) 남쪽 거리를 걷다가 어느 한 가게 진열장에 놓인 둥그런 조선 백자 달항아리를 보고는 그 아름다움에 반해 당시 돈으로도 엄청난 금액을 주고 이 달항아리를 사들이게 된다. 물론 정조문 선생이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그는 달항아리를 사고 싶어 자그마치 1년 동안 돈을 모았고 마침내 달 항아리를 손에 쥐게 되는데 그에게 이 골동품은 호사가들이 손쉽게 사들이는 골동품 이상의 것이었다. ▲ 교려미술관 전경(왼쪽), 정조문 선생이 1년 동안 꼬박 돈을 모아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섭씨 50도 물이란 손을 대면 매우 뜨겁다는 느낌이 들 정도인데 이러한 뜨거운 물에 채소를 씻으면 어떻게 될까? 보통 상식으로는 채소가 익어 버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본에서는 최근 뜨거운 50도 물에 채소를 씻어 먹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국에도 알려진 기적의 50도 세척법은 지금 일본열도를 열광케 하고 있는 데 이를 발견한 사람은 스팀조리기술연구회 대표 히라야마 잇세이(平山一政)씨다. 그는 지난해부터 기적의 50도 세척법을 개발하여 전국의 티브이 방송예약이 꽉 잡혀 있을 만큼 바쁘다. 한마디로 기적의 50도 세척법은 50도 물에 채소나 과일을 씻어 먹으면 농약이나 채소에 붙은 나쁜 물질을 씻어낼 뿐 아니라 신선도가 유지되어 재료의 맛도 살아난다는 것이다. 이는 50도의 열 충격에 의해 채소가 호흡하는 기공이 열리고 그 기공에서 순간적으로 물을 빨아들여 잃어버린 수분을 보충하기 때문에 채소가 싱싱하게 되살아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지금까지 주부들은 미지근한 물이나 찬물에 푸성귀나 과일을 씻어 왔는데 히라아먀 씨가 착안한 50도 물 세척법은 그간의 상식을 뒤엎는 일로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놀라운 발견이라는 반응이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왜 당신은 늘 그 모양일까? 왜 당신은 열등감을 극복 못하는 것일까? 왜 당신은 행복을 실감 못하는 것일까? 왜 당신은 과거에 함몰되는 것일까? 이는 한국에서 《미움 받을 용기, 원제 嫌われる勇氣》라는 책으로 출간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일본판 책 광고 문구이다. 우리들은 매 순간 남으로부터 미움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간다. 미움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인정받고 싶고 더 나가서는 사랑받고 싶어 하는 삶을 추구하며 산다. 그러나 그것은 말같이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으로부터 사랑 받고 싶어 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미움 받지 않고 사는 일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미움 받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늘 몸과 마음을 긴장해야 한다. 주변인을 의식해야 하는 것이다. 때로는 얼굴표정서부터 말투, 옷차림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삶의 태도에서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꾸밈이 필요하고 이러한 꾸밈 때문에 우리는 늘 불필요한 에너지를 써야한다. 바로 이러한 점을 《미움 받을 용기》에서는 과감히 청산하라고 한다. ▲ 《미움 받을 용기》로 한국에서 번역된 책의 일본 베스트셀러 嫌われる勇氣
[한국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2014년 3월 8일 도쿄 고려박물관(관장 히구치유우지)을 꽉 메운 일본인들은 나의 항일여성독립운동가 강연에 귀를 곤두세웠다. 그야말로 듣느니 처음 듣는 이야기였으리라.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의 학교 교육에서는 아시아 침략의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다. 그 대신 일본의 조선 침략 등은 아시아인의 번영을 위한 것 이라는 내용으로 가르친다. 역사교육의 초점이 아시아 부흥아래 한 형제가 되어 다 같이 잘 사는 것 (대동아공영권) 이다 보니, 위안부를 부정해야하고 제암리 사건을 은폐해야한다. 또한 남경의 30만 대학살도 모르쇠로 해야 그들의 논리에 모순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러한 교육 제도 아래 길들여진 일본인들이기에 항일(抗日) 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도 고려박물관에 모인 사람들은 아시아침략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고려박물관의 이사장인 하라다쿄오코 씨 같은 이는 일본은 입이 열 개라도 한국인에게 사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하는 분이다. 그러하기에 과감히 일본 한복판에서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는 시화전(2014.1.29~3.30)을 감행하고 3월 8일 특강 자리를 마련한 것이 아닌가? 2시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지난 1월 29일부터 3월 30일까지 일본 도쿄 고려박물관(관장 히구치유우지)에서는 일본 최초로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화전이 열렸다. 순수한 양심을 가진 일본시민들이 만든 고려박물관의 조선여성사연구회 회원들에게서 연락을 받은 것은 1년 전인 2012년 5월의 일이었다. 저희는 일본인들입니다만 한국의 여성독립운동가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한국에 가서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네? 일본분들이요? 히구치 관장으로부터 국제전화를 받고는 깜짝 놀랐다.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하고 말이다. 한국인들도 무관심한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일본인들이 공부를? 그런 인연으로 조선여성사연구회 회원들을 알게 되었다. 통화 후에 4달 쯤 뒤 10월 23일 이들은 자비로 한국에 건너왔다. 나는 이 분들을 서대문형무소 강의실로 초대해서 하루 종일 여성독립운동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전 3시간하고 점심을 먹고 또 오후 3시간 강의 끝에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거 독립운동가들이 갇혔던 감옥)을 보여주며 안내했다. ▲ 이무성 화백이 안중근 어머니 조마리아 시화를 고려박물관에 기증했다.(이무성, 이윤옥, 하라다 이사장, 김리박 시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이제 슬슬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다가온다. 우리나라처럼 음력을 세시풍속에 쓰지 않는 일본에서는 모든 것이 양력 기준이다. 설날도 마찬가지다. 설날이라고 해야 우리처럼 차례를 지내는 것도 아니어서 그 분위기 또한 사뭇 다르다. 한국과 새해 풍습이 가장 다른 점은 일본인의 신사참배 모습일 것이다. 같은 신사참배라고 해도 설날에 하는 신사참배를 특별히 하츠모우데(初詣)라 부른다. 하츠모우데란 새해 정초에 신사나 절에서 한 해의 운수대통을 빌며 건강히 소원성취를 이루기를 비는 행사이다. 그래서 이맘때쯤이면 인터넷에서는 전국의 유명한 신사(또는 절)를 소개하느라 야단법석이다. 2006년 경찰청 집계를 보면 1위가 메이지신궁(明治神宮, 도쿄, 310만 명), 2위 나리타산 신승사(成田山新勝寺, 치바현, 275만 명) 3위 후시미이나리대사(伏見荷大社, 교토, 269만명)..... 8위 다자이부천만궁(太宰府天宮, 후쿠오카, 200만 명) 등으로 순위를 매기고 있다. ▲ 2015년 일본 전국의 유명한 하츠모우데 신사(또는 절) 안내 누리집 경찰청에서 발표한 새해 하츠모우데(신사참배)한 인원을 다 더해보면 2006년 통계로 9,373만 명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슬슬 연말이 되면 일본 상점가에는 연말연시 집안을 장식하는 물건들이 쏟아져 나와 이방인의 눈을 사로잡는다. 집 대문에 다는 시메카자리(しめ飾り)를 비롯하여 시메나와(注連, 금줄), 카도마츠(門松, 대문 앞에 세워두는 장식 소나무), 카가미모치(鏡餠, 집안에 진설하는 찹쌀떡) 따위가 일본의 연말연시에 집 안팎을 장식하는 물건으로 이것들은 모두 나쁜 액운을 막아주는 신성한 부적 구실을 하는 물건들이다. ≪일본민속사전(日本民俗事典)≫에 보면, 시메나와(注連)를 특히 신성한 장소를 구분하려고 치는 줄로 다양한 모양이 있다고 나와 있다. 말하자면 시메나와는 굵은 새끼줄 모양의 금줄로 흔히 신사(神社)의 신전 입구에서 많이 보는 것이지만 가정에서는 가미다나(神棚, 신전) 또는 도코노마(床の間, 족자를 걸어두는 신성한 곳)등에 걸기도 한다. 이때는 굵기가 가는 금줄을 쓴다. 군마현(群馬縣) 적성산(赤城山) 서쪽 산록지방에서는 마을 입구에 금줄(注連繩)을 쳐두고 이곳을 통과할 때는 항상 언행에 조심하도록 하는 등 지역에 따라서는 금줄 신앙이라고 할 만한 흔적이 남아 있는 곳도 있다. ▲ 시메카자리, 카가미모치, 시메나와, 카도마츠(왼쪽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대한한공 조현아 부사장의 봉지 땅콩 서비스 사건에 대해 일본 언론들이 신이 났다. 지지통신(時事通信)을 비롯한 일본의 많은 언론에서 이 문제를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한 언론은 영국 가디언 8일자를 인용하여 조현아 부사장은 객실승무원의 서비스 매뉴얼을 문제로 삼았으나 그 보다 더 큰 문제가 불거졌다. 앞으로 대한항공은 절대 안탄다. 차라리 북한의 고려항공을 타는 게 낫다.고 보도하기 까지 했다. 그러면서 한국 누리꾼의 반응도 상세히 보도했다. 이런 부끄러운 일은 일찍이 없었다. 능력 없는 인간이 대한항공의 부사장을 하고 있다는 게 국제적인 창피다., 왜 하필 지을 이름이 없어서 코리언에어(대한항공)라 지었냐? 대한이라는 이름이 들어가지 않는 이름으로 바꿔라., (조현아) 신한류스타 탄생 등 뿔난 누리꾼들의 반응을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다. ▲ 일본 언론들은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행동을 대대적으로 보도히고 있다. 한국의 언론보도만으로도 부끄러운데 시끄러운 일본의 언론들이 신이 난듯 보도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치 않다. 자초지종이야 알려진 그대로지만 업무상 비행기를 종종 타야하는 사람들은 이번 조현아 부사장의 봉
[한국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일본에서 붓글씨로 유명한 스님을 들라하면 홍법대사 쿠우카이(弘法大師 空海 774-835)를 들 수 있다. 홍법대사도 붓글씨를 실수할 때가 있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학문이 깊고 붓글씨도 잘 썼던 쿠우카이 스님은 일본에서 유명한 스님이지만 그의 스승인 곤조대덕(勤操大德, 754~827)은 그리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곤조대덕이 우리에게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이 스님이 고대한국계 출신이기 때문이다. 곤조스님은 신라계로 알려진 하타(秦)씨 출신으로 12살에 나라 대안사(大安寺)에서 출가한 이래 삼론종의 거장으로 알려진 분으로 당시 사가천황(嵯峨天皇)은 곤조스님을 대극전(大極殿)에 초청하여 법회를 가질 정도로 왕실의 신임이 두터웠던 스님이다. 곤조스님에 대한 이야기로 유명한 일화가 있다. 곤조스님이 한 절에 있을 때의 이야기다. 그 절에는 영호(榮好)라는 스님이 있었는데 영호스님은 늙고 병든 어머니를 절 아래에 살게 하고는 끼니때가 되면 항상 자기의 먹을 것을 동자를 시켜 갖다드리게 했다. 그리고는 동자로부터 어머니의 근황을 듣곤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영호스님이 이름 모를 병에 걸려 갑자기 죽게 되자 더 이상 아랫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