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김영수 시인이 세 번째 시집 《탐라의 하늘을 올려다보면》을 내셨습니다. 형수님이 – 김 시인이 대학 선배이시기에, 형수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 치매 증세가 심해지면서, 김 선배는 2021년 12월 형수님과 함께 아예 제주로 내려가, 탐라의 곳곳에 발길을 놓으셨습니다. 그리고 탐라의 자연에서 아름다운 시어(詩語)를 건져 올리셨는데, 이번에 이를 모아 시집을 내셨네요. 시집 첫머리에 나오는 선배의 말을 들으니, 김 선배가 제주에 온 또 하나의 목적은 예술 속에 살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김 선배가 제주에 와서 제일 먼저 한 것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들을 찾아보는 것이었답니다. 김 선배는 관동별곡처럼 선인(先人)들이 제주 경관을 노래한 시가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찾을 수가 없었답니다. 현대에 와서도 제주 관련 시들은 많았지만, 놀랍게도 제주의 자연을 노래한 시가들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요? 김 선배님 말입니다. “내가 해보리라. 내가 노래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시작했다.” 그래서 김 선배는 그러한 시를 짓기 위해 우선 제주의 지질을 연구한 책을 사서 읽었으며, 제주의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김영조 소장님이 쓴 《한국인이 알아야 할 한국문화 이야기》에는 조선의 도자기 가운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백자철화끈무늬병 이야기도 나오네요. 술병의 경우 술을 마시다 남으면 허리춤에 차고 가라고 술병에 끈을 동여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백자철화끈무늬병은 이 끈을 아예 백자 속에 무늬로 집어넣었습니다. 그것도 진짜 끈이 달려있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그린 것도 아니고, 그냥 끈을 휙~ 그려 넣었습니다. 물론 자세히 보면 청색 선을 미리 긋고 이를 따라 끈을 그린 것으로 짐작은 되지만, 어쨌든 끈은 한 번에 그렸을 것 같습니다. 처음 박물관에서 이 백자를 보았을 때, 이 끈을 그려 넣은 조선 도공의 해학에 감탄하던 생각이 납니다. 이 백자를 보고 어떤 사람은 넥타이 병이라고 하데요. 하하! 달리 보면 백자가 넥타이를 맨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백자 밑바닥에는 ‘니ᄂᆞ히’라고 쓰여 있습니다. 글씨체로 보아 끈을 그린 도공이 내처 바닥에 이 글씨를 쓴 것 같습니다. 뭘까? 자신의 서명인가? 아니면 ‘니나노~’ 하듯이 흥겨운 감정을 표출한 것일까? 하여튼 백자철화끈무늬병은 조선 도자기 가운데 가장 해학이 넘쳐나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고교 선배 이인람 변호사가 《야만의 시간》이란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카톡 문자를 보내오셨습니다. 선배는 하늘이니까, 명령을 어기면 안 되겠지요? 책의 부제는 ‘반국가단체 만들기에 희생된 한통련의 50년’입니다. 한통련이 1973년 설립된 단체이니까, 반국가단체 만들기에 희생된 한통련의 50년이라면, 지금까지도 한통련은 반국가단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네요. 이런! 그동안 한통련 연계된 재일교포 간첩사건들이 재심에서 무죄가 나와, 한통련 문제도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제가 무심했었네요. 한통련은 1973년 8월 15일 재일교포들이 설립한 단체입니다. 당시는 박정희 대통령이 10월 유신을 선포하고 영구집권을 꾀하는 때라, 자연히 조국의 앞날을 걱정하는 뜻있는 재일교포들이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단체를 만든 것이지요. 설립 당시에는 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한민통)라는 이름으로 발족했는데, 1989년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한통련은 출범 당시부터 김대중 대통령(DJ)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단체입니다. 아니 한통련 설립에 DJ가 깊숙이 관여되어 있습니다. DJ는 그 무렵 교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박노해 사진 에세이집 《올리브 나무 아래》가 나왔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박 시인은 그동안 분쟁지역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 팔레스타인, 쿠르드족, 아프카니스탄, 라틴아메리카 등 지구촌 구석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와 사진 에세이집을 냈고, 또한 전시회도 열었습니다. 이번 올리브 나무 아래》는 6번째 사진 에세이집입니다. 제목에서 짐작하듯이 이번 사진 에세이집은 올리브 나무와 연관된 것들입니다. 그런데 왜 올리브 나무일까요? 서문에서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분쟁 현장을 다니다, 나도 많이 다쳤다. 전쟁의 세상에서 내 안에 전쟁이 들어서려 할 때, 나는 절룩이며 천 년의 올리브나무 숲으로 간다. 푸른 올리브나무에 기대앉아 막막한 광야를 바라보며 책을 읽고 시를 쓰다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를 아이들과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라 눈물짓다가, 올리브나무 사이를 걸으며 다윗처럼 돌팔매를 던지기도 하고, 저 아래 올리브를 수확하는 농부들을 거들다가 돌샘에서 목을 축이고, 양떼를 몰던 소녀가 따다 주는 한 움큼의 무화과를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매일 아침 <날마다 쓰는 우리문화편지>라는 이름으로 따끈따끈한 한국문화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번개글(이메일)로 전달해 주는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김영조 소장이 《한국인이 알아야 할 한국문화 이야기》 책을 냈습니다. 2023년 5월 15일 쓴 머리말을 보니 우리문화편지는 올해로 4,800회가 넘었다고 하네요. 그 뒤로도 우리문화편지는 계속 쌓여가고 있을 테니, 정말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그런데도 김 소장은 아직도 ‘목이 마르다.’라고 합니다. 크으~ 그런데 이렇게 어마어마한 양이면 그동안에도 이를 엮은 책이 있지 않았을까? 예! 그렇습니다. 《하루하루가 잔치로세》와 《키질하던 어머니는 어디 계실까?》 그리고 《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이란 책이 있었습니다. 이번이 4번째 펴낸 책입니다. 김 소장은 이번에는 164편의 한국문화편지를 8장의 주제로 나누어 책에 실었습니다. 곧 1. 명절과 세시풍속, 2. 세시풍속과 철학, 3. 입을거리(한복과 꾸미개), 4. 먹거리(한식과 전통주), 5. 살림살이, 6. 굿거리(국악과 춤), 7. 배달말과 한글, 8. 문화재, 이렇게 8개의 장입니다. 그리고 글마다 삽화를 넣었는데, 대부분의 삽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섬 활동가 강제윤 시인이 《날마다 섬 밥상》 책을 펴냈습니다. 사람이 사는 우리나라 모든 섬에 발을 디딘 강 시인은 그동안에도 섬을 순례하며 섬과 섬사람들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었지요. 그리고 4년 전에 《전라도 섬 맛 기행》이라고 사라져가는 전라도 섬의 맛을 글로 살려내더니만, 이번에는 전국 섬의 밥상을 우리 앞에 차려주네요. 저는 강 시인이 교장으로 있는 <섬학교>에 몇 번 나가보면서 강 시인을 알게 되었습니다. ‘섬학교’라고 하니까 글자 그대로 무슨 학교인가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 같네요. 강 시인이 우리 섬의 숨겨진 비경, 섬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매달 희망하는 사람들을 모아 섬을 순례하는데, 이를 섬학교라고 하지요. 제가 소개하여 섬학교에 등록하였던 사람도 여럿 있는데, 그 가운데 박재일 회장은 강 시인이 사단법인 섬연구소를 설립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지금도 이사장으로 있습니다. 요즈음 강 시인은 전국 섬에 흩어져 있는 걷기 길을 하나로 모으는 ‘백섬 백길’ 프로젝트를 총괄하여 누리집(https://100seom.com/)도 만들고, 모든 국민이 섬 길에 대한 정보를 무료로 제공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고교동기 조윤신으로부터 《레이의 사부곡(思夫曲)》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책 표지에는 빨간색 큰 글씨로 《레이의 사부곡(思夫曲)》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 앞의 작은 글씨의 제목까지 다 하면 <정치음모에 걸린 옥중의 용을 그리는 레이의 사부곡(思夫曲)>입니다. ‘사부곡’이란 지아비를 생각하며 부르는 노래라는 것이겠지요. 그러면 대충, 정치음모에 걸려 옥에 갇힌 ‘용’이라는 지아비를 그리워하며 쓴 책임을 짐작하게 됩니다. 자유당 때 조봉암 진보당 사건 아시지요? 《레이의 사부곡(思夫曲)》은 진보당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른 윤신의 장인 전세룡 선생이 옥중에 있을 때 장모 정일례 여사가 장인에게 쓴 편지를 주로 담은 책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레이’는 정일례의 ‘례’를 약간 변형시켜 부르는 애칭이겠고, ‘용’은 ‘전세룡’의 ‘룡’일 것 같네요. 조봉암 진보당 사건은 잘 아시다시피 이승만 대통령이 정적 조봉암을 간첩으로 몰아 사형시킨 사건인데, 인혁당 사건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적인 사법살인 사건입니다. 대한민국 사법부 치욕스러운 역사지요. 저는 법조인으로서 조봉암 사법살인을 마음 아파하는 사람인데, 뜻밖에도 윤신이 장인이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한해 전 우린 아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10월 29일 이태원 할로윈 축제로 수많은 인파가 몰린 와중에 발생한 압사 사고. 이 사고로 인해 196명이 부상을 당하고 159명이 사망했습니다. 그때 나는 추모 현장을 지나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셔터를 누를 수 밖에 없었지요. 다시 한번 당시를 떠올려 보고 자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질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진을 올려봅니다.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안재성 작가가 쓴 《박열, 불온한 조선인 혁명가》를 읽었습니다. 그런데 왜 ‘불온한 조선인 혁명가’일까요? 박열은 동경 유학 중 기존의 독립운동에서 더 나아가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로서 일왕 체제를 부정하는 활동을 벌이다가 1923년 9월 5일 체포되었습니다. 그리고 1945년 10월까지 22년 동안 긴긴 옥중 생활을 하였습니다. 일왕을 암살하려고 폭탄을 구입하려는 등 일제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온한 투사였기에 작가는 박열에게 ‘불온한 조선인 혁명가’라는 이름을 붙인 것일까요? 알고 봤더니 박열 혁명가는 제 고등학교 대선배님이시네요. 고교 시절 박열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일본 군대를 환송하는 정류장에서 ‘일본 만세(萬歲)!’라고 외쳐야 할 것을, ‘일본 망세(亡歲)’라고 외치며 스스로 위로했다고 하네요. 1919년 10월 무렵 동경으로 유학을 온 박열은 흑도회를 창립합니다. 아나키즘을 상징하는 검정색을 넣어 이름을 지은 것이라고 하네요. 흑도회의 강령 가운데 하나는 이렇습니다. “우리는 어떤 고정된 주의가 없다. 인간은 일정한 틀에 박혀버리면 타락하고 멸망하기 마련이다. 마르크스나 레닌이 무엇이라 하던 크로포트킨이 무엇이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미라보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 우리들 사랑도 흘러간다 내 마음속 깊이 기억하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오는 것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보자 우리의 팔 아래 다리 밑으로 영원한 눈길의 나른한 물결이 흘러가는 동안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사랑은 지나간다 흐르는 강물처럼 사랑은 가버린다 이처럼 인생은 느린 것이며 이처럼 희망은 난폭한 것인가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나날이 지나가고 주일이 지나가고 흘러간 시간도 옛사랑도 돌아오지 않는데 미라보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의 <미라보다리>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시를 왜 새삼스럽게 얘기하냐고요? 시에 얽힌 이야기에 흥미가 있어서입니다. 물론 이 시를 좋아하는 이들은 시에 얽힌 이야기도 잘 아시겠지만, 시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새로 알게 되어 입이 근질근질한 한 실없는 남자의 이야기도 너그럽게 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미라보의 다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