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소 문 아무도 보리밭에서 날 보았다 하지 마소 지난밤 들바람이 왜 비리고 붉었는지 들물댁 속곳 푸는 소릴랑은 들었다 하지 마소 <해설> 오광대 춤추는 사내는 어째서 이곳으로 흘러와 춤꾼이 되었을까. 혹시 이런 과거를 갖고 있지나 않은지. 비련의 주인공이 되어 장터 떠도는 신세가 된 것은 아닐까. 작은 시골 마을, 얼금뱅이 사내와 과수댁의 정분은 금방 소문이 난다. 보리밭이건 방앗간이건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아무도 몰래 보리밭에서, 물방앗간에서 만났지만 좁디좁은 마을에서 그 소문이야 둘만 모를 뿐 남들은 다 아는 비밀이 아니었을까. 제발 누가 보았다면 입 좀 닫아주오. 내놓고 혼인할 수 없는 두 남녀의 사랑이지만 돌아서서 비웃으며 말하지 말아주오. 비련의 사랑빛은 노을처럼 붉었고, 냄새는 비렸다. 사람들아. 내 사랑 들물댁 속곳 푸는 소리며 디딜방아 찍는 소릴랑은 들어도 못 들은 척 그냥 무심히 지나가다오. 3장 6구, 단시조에 이런 사연들을 엮어내어야 한다. 그러므로 단시조 쓰기가 어렵다. 긴 시는 긴 대로 어렵고, 짧은 시는 짧은 대로 어렵다. 재주 부족한 사람으로서 짧은 글 속에 생략된 이야기를 다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세종 시대의 인물을 살피고 있는데 조선 초기의 의학을 정립시킨 사람으로 노중례(盧重禮, 또는 盧仲禮, 미상~1452)가 있다. 그는 평민 출신으로 출생 연대는 전해지지 않으나 뛰어난 의료 활동과 한의학 서적 등을 펴냈다. 문종 2년(1452) 3월에 죽었다. 조선전기 의관으로 그의 깊은 학식과 뛰어난 의술을 높이 평가받는다. 그의 간략한 생애를 보자. 생애 및 활동사항 ∙세종 5년(1423) : 3월에 김정해(金正亥) 등과 함께 명나라에 가서 우리나라 산 약재 62종 가운데 중국산과 같지 않은 것을 비교 연구하여 약효의 적부를 감별하게 하였다. ∙세종 9년(1427 ~1428) : 이때부터 뛰어난 의술로 인하여 세종 초기부터 전의감(典醫監, 조선 때, 왕실의 의약을 맡던 관아)에서 일하였다. 그 사이에 우리나라 약재들의 성미와 효능, 그리고 다른 나라 약재들을 대비 고찰하는 연구 사업을 진행하였다. ∙세종 12년(1430): 명나라에 가서 우리나라 소산 약초들의 진가를 태의원(太醫院) 의사(醫士) 주영중(周永中) 등과 판별, 조사하여 약초로 쓸 수 있는지를 확인한 것이 20종에 달하였다. ∙세종 13년(1431) :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자> 2021년 10월 14일 목요일 <답사 참가자> 이상훈, 이규석, 박인기, 원영환, 최돈형, 홍종배 모두 6명 <답사기 작성일> 2021년 10월 22일 금요일 평창강 제12구간은 두 구간으로 나누어서 걸었다. 지난번 종점인 영월군 남면 북쌍리 소석 카페 입구에서 남면 북쌍리 평창강 좌안 끝이 12-1구간 도착점이다. 거기서 차로 다음 구간으로 이동한다. 12-2 구간의 출발점은 영월군 남면 서강로에 있는 서강민박집 앞 평창강가고 도착점은 선돌관광지 아래 평창강가다. 강변길이 끊어져 있어서 부득이 차를 타고 작은 산을 돌아 건너편 강가로 가야 한다. 이날 답사에는 시인마뇽과 해당이 불참하였다. 은곡은 도마 사업 때문에 두 번을 빠지고 이날 다시 나왔다. 오랜만에 만나니 반가웠다. 은곡은 평창군 방림면에 사는데 트럭을 운전하기 때문에 답사 인원이 많을 때는 큰 도움이 된다. 우리 답사팀은 은곡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다. 지난 4월 8일, 평창강 따라 걷기 제4구간을 마치고 그날 밤에 4명이 방림면 여우재 고개 정상 근처에 있는 은곡 집에 갔었다. 본채 앞에 목각 작업실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일반적인 바이러스 감염질환은 심장이나 혈관에 대한 손상이 거의 없다. 합병증 수준에 도달할 때나 간혹 드러나는데 코로나19 후유증의 경우 혈관염과 혈전의 소견이 있다. 이는 백신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백신은 코로나19와 유사한 구조와 기능을 하는 물질로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을 유도하여 면역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잘 만들어진 백신은 코로나19와 비슷하되 인체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하는데 최근에 만들어진 코로나 백신 대부분은 약간의 부담을 주기도 한다. 백신 후유증의 하나로 혈관염 소견이 있다. 이렇게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변이종들에서 공통으로 혈관염이 드러나는데 혈관 자체의 손상과 더불어 2차적인 장애를 겪기도 한다. 혈관이 부어서 통로가 좁아지기 때문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세포에 산소 공급량이 부족해지고 혈관이 좁아서 막히는 증상이 드러난다. 아울러 심장이라는 거대한 혈관 역시 부담을 받게 되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수면장애다. 1. 혈행 장애의 양상은 다양하며 포괄적 일반적인 감기에도 면역복합체가 형성되어 혈관벽에 침착되기 때문에 혈관염이 발생하여 몸이 붓고 혈관이 붓는 경우가 발생한다.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사랑이 오신다면 스미듯 오셔야지 시나브로 꿈 적시는 봄비처럼 오셔야지 화들짝 헤픈 도화처럼 왜 난분분 오시는가 내사 못할 짓이네 당췌 못할 짓이네 눈물에 자물자물 시나브로 잠이 들면 문풍지 실바람에도 흠칫 놀라 잠을 깬다 과부야 애솔나무 송화분 흩어지면 은근짜 옷고름 풀듯 보리밭도 흥감터라 궁노루 흐벅진 욕정의 중중모리 휘모리 어디선가 맹렬히 별똥별 떨어지고 들물 날물 한데 엉켜 소용돌이 뺑이 돈다 들끓던 햇살의 산조, 차츰 숨이 잣는다 쟁여둔 시간과 한 송이 목화구름 연두빛 보료는 향기롭고 따뜻하다 달디단 밀봉의 오후, 꿈처럼 봄날은 간다 <해설> 고성오광대 막을 열면 문둥춤을 추는 사내가 등장한다. 아무도 그에 대해 설명해 주지 않는다. 그저 다짜고짜 춤판을 연다. 그 사내는 누구인가. 왜 한 많은 사연을 안고 문둥춤을 추는가. 그래서 이렇게 상상해 보았다. 한 사내가 있었다고 가정하자. 얼굴이 얼금얼금 얽어 있는 얼금뱅이 사내를 등장시켰다. 그런 탓인지 혼기 놓치고 장가도 못 갔다. 하지만 그 동네에 들물댁이란 과수댁이 살고 있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가진 이들은 눈빛만으로도 통한다. 그래서 둘은 사람들 몰래 정분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작은 다리(산정교)를 하나 건너자 이제 길은 오르막길이다. 고갯길을 천천히 올라가다 보니 오른쪽에 가지가 길 쪽으로 늘어진 대추나무가 나타난다. 이 지역은 대추나무가 잘 되는가 보다. 앞서가던 사람이 대추를 따서 먹어 보더니, 맛이 좋다고 소란을 떨었다. 뒷사람도 대추를 따고 있는데, 갑자기 집주인 여자가 나타나 앙칼진 목소리로 야단을 친다. 남의 대추를 함부로 따먹는다고. 우리는 당황하여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를 한마디씩 했다. 나도 큰 소리로 ‘미안합니다’라고 외쳤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라는 속담이 맞는가 보다. 우리가 모두 미안하다고 하니, 주인 여자는 우리를 째려보더니 그냥 들어가 버린다. 휴우, 다행이다. 지나가면서 자세히 보니 대추나무를 심은 집은 살림집이 아니고 ‘한반도 식당’이라는 이름의 간판이 걸려 있다. 장사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인심이 사납다고 생각되었다. 출발한 직후 길가에서 대추를 따 먹었을 때는 아무 말이 없었는데... 그런데 길가로 뻗어 나온 가지에서 대추를 따 먹는 행동이 죄가 될까? 예를 들어 담장을 넘어온 감나무 가지에서 감을 따 먹으면 어떻게 되나? 궁금할 때는 슬기말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코로나19의 변이체인 오미크론에 감염된 뒤 후유증으로 극도의 무기력과 피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러한 증상은 크게 볼 때 2가지 요인에서 기인한다. 하나는 과도한 면역과정, 곧 바이러스 침입에 대응하여 온몸의 세포가 모든 일을 팽개치고 결사적으로 싸우다 보니 세포의 활동이 극성해지다가 탄력이 저하되어 드러난다. 다른 하나는 면역과정 중 과부하에 걸린 장부가 완치된 뒤에 정상적으로 복구되지 못해서 무기력해진다. 따라서 코로나19의 감염증상에서 정도가 심하였을 때는 완치 판정을 받은 이후에도 세포의 활력이 회복되지 않고 장부의 기능이 저하되어 피로와 무기력이 지속하게 되는데 특히 지병을 앓거나 건강에 취약점이 있는 경우에는 그 증상이 더 심해지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회복이 안 되고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따라서 코로나 후유증이 의심되는 피로와 무기력증이 드러났을 때 기존의 내 몸 상태가 증폭되어 드러난 모습인지, 새롭게 생긴 모습인지를 먼저 살펴보고 드러난 증상에 따라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1. 자연의 리듬과 동조하라 - 총체적 무기력, 의욕저하, 졸림 ‘몸에 기운이 없다’라고 할 때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소가야 벌안으로 달빛도 푸르른 날 생과부 속심지 울음 울며 타는 밤에 저만치, 껑충 멀대 같은 허연 귀신 몸짓보아 오오매 엉덩짝 둥실, 풍만한 달무리 손톱으로 퉁겼다가 품 안에도 품었다가 아아, 메구패 따라 남정네도 집 나간 텅 빈 마당 위로 바람은 건들 밤꽃 내음만 흩뿌리고 떠나는데 귀신아, 왜 달 밝은 밤이면 논둑에 나와 애써 다독인 마음 이리 아리게 흔들어 쌓노. 굿거리 굿거리장단에 덩실 달은 구름 속에 숨고, 어느새 한 마리 백학 되어 학춤으로 노닐다가, 머언 절간 세속의 연 못내 끊지 못한 비구니 속내 들추이는 승무도 펼칠 즈음, 설핏 꿈결엔듯 거류산 소롯길로 희뿌염 아침은 와, 한 농부 다랑논엔 피 반 나락 반인 게으름만 지천이라. 웃논에 물 대고 오는 실한 농부 탓하기를, “에라이, 온 만신의 피! 피나 뽑고 춤이나 추지.” ※ ‘만신의 피’: 허종복(1930-1995)의 별호. 조용배와 함께 고성오광대를 이끌던 예인. <해설> 이를테면 ‘만신의 피’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먼저 온몸에 피투성이가 된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이 시에선 벼 심은 들판에 피를 뽑지 않아 ‘피 반 나락 반’인 논을 말
[우리문화신문=김동하 작가] 아버지는 군대생활을 꽤 영리하게 하셨던 것 같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단순하게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군 생활이었을 텐데, 아버지는 그 상황에서도 무엇이 돈이 되는 일인지가 보이셨다고 한다. 미군이 주는 보급품이 그 시절 중요한 공산품이었고, 또 그것을 잘만 활용하면 군생 활을 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부를 축적할 수도 있었다고 한다. 전쟁 중이라 부대가 이동할 때, 혹은 퇴각할 때 수 많은 물품이 버려지거나, 혹은 적군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게 소각하고 떠나게 되는데, 이것을 잘만 활용하면 당시 꽤 쏠쏠한 돈벌이도 되었다고 한다. 아버지께서 적당히 협조만 해 주면 장교들이 미국이 주는 보급품으로 장사도 많이 했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흘러나간 물건들이 부산 국제시장 같은 일명 양키시장으로 가서 일반시민들도 사서 쓰는 미제물건이 되는 것이라 하셨다. 어떨 때는 새로 전입해온 보급담당 장교 하나가 너무 무리하게 중간에서 가로채는 것을 보시고,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셨다고 생각되셨는지 그 장교를 불러서 엄청나게 두들겨 패 줬다고 하셨다. 사실 한참 전쟁 중만 아니었으면 아버지는 영창을 가거나 엄청난 징계를 당하셨을 텐데, 평소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코로나19를 비롯한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호흡기 통로를 통해 유입되어 침입한다. 이를 막기 위한 내 몸의 반응이 면역과정인데 일상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전쟁상태며 대부분 가볍게 이겨내기 때문에 표시가 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이러한 내 몸의 방어 시스템에 의하여 제대로 침입도 하기 전에 발각되어 정리된다. 간혹 빈틈을 허용할 때 깊숙이 파고들어 와서 감기라는 상태를 만든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같은 일부의 바이러스는 내 몸이 틈을 허용하지 않는 중에도 침입해서 내 몸을 망가트리려 한다. 오미크론 같은 경우는 콧속(비강)과 편도(아데노이드)를 건너뛰어 인후부를 공략한다. 전쟁에 견준다면 국경 방어선 두 곳을 건너뛰어 곧장 인후라는 깊숙한 내부에 낙하산을 타고 와 공습을 한 형태라 할까? 따라서 최근에 확산하여 유행하는 코로나 오미크론의 감염은 인후의 부종과 통증이 심한 증상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목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호소할 정도로 인후의 부종과 통증이 심해서 음식을 삼키지 못할 정도로 진행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판정을 받은 뒤에도 후유증을 남긴다. 인후의 부담이 점막에 국한된 때에는 증상이 가라앉으면서 1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