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의 14번째인 처서(處暑)입니다. 여름이 지나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고 하여 처서라 부르는데 낱말을 그대로 풀이하면 '더위를 처분한다.'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처서 때는 여름 동안 습기에 눅눅해진 옷이나 책을 아직 남아있는 따가운 햇볕에 말리는 ‘포쇄(曝:쬘 폭ㆍ포, :쬘 쇄)’를 합니다. 또 극성을 부리던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속담처럼 해충들의 성화도 줄어듭니다. “처서에 창을 든 모기와 톱을 든 귀뚜라미가 오다가다 길에서 만났다. 모기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귀뚜라미가 그 사연을 묻는다. ‘미친놈, 미친년 날 잡는답시고 제가 제 허벅지 제 볼때기 치는 걸 보고 너무 우스워서 입이 이렇게 찢어졌다네.’라고 대답한다. 그런 다음 모기는 귀뚜라미에게 자네는 뭐에 쓰려고 톱을 가져가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귀뚜라미는 ‘긴긴 가을밤 독수공방에서 임 기다리는 처자낭군의 애(창자)를 끊으려 가져가네.’라고 말한다.” 남도지방에서 처서와 관련해서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단장(斷腸), 곧 애를 끊는 톱 소리로 듣는다는 참 재미있는 표현이지요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카지 와타루(鹿地亘, 1903~1982)란 일본인이 있다. 동경제국대학 국문과 출신의 카지 와타루를 일본 위키사전에서는 소설가로 소개하고 있는데 뜻밖에 그가 쓴 소설 《태평의 눈》(1931)은 조선의 독립운동을 주제로 한 단편소설이라는 데 시선을 끈다. 카지 와타루는 일본인이면서 이 책에서 일제에 저항한 조선 민중의 치열한 독립운동을 다루고 있다. 그는 왜 일제에 저항하는 조선 민중에 관한 소설을 쓴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강연이 지난 7월 24일, 일본 도쿄에 있는 고려박물관에서 있었다. 강사는 한국독립기념관 연구위원 윤소영 박사로 이날 강연 주제는 “한국의 독립운동을 지원한 일본인들 – 서로 비난하는 근대 한일의 역사의 틈바구니에서 발견한 희망(韓国の独立運動を支援した日本人たち-罵り合う近代日韓の歴史のはざまで見つけた希望)”이었다. 카지 와타루는 청년기에 공산주의 사상을 받아들여 프롤레타리아 문학에 뜻을 두고 고바야시 다키지, 나카노 시게하루 등과 함께 활동했다. 그 과정에서 조선의 프롤레타리아 문인들과도 어울리며 유랑하는 환경 속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 뒤 중국으로 건너가 반전항일운동을 이어 나갔으며 조선의용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내포제시조 보존회> 회원들의 정례발표회에서는 김윤희의 창이 돋보였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가야금 병창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소동규의 시조창도 접할 수 있었고, <국악중고교>와 <한양대 국악과>에서 전문가 수업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현재는 고향(부여)에 살면서 <충남국악단> 단원으로 재직하며 내포제시조 이수자로 활동하고 있고, 원효대사가 백성들을 위해 노래로 부처님의 말씀을 전파하듯, 시조를 어렵게 생각하는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 들려주고, 알려주고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특히 보존회의 발표 중, 부여지방과 관련이 깊은 시조창을 듣고 있으면 마치 역사의 흐름 한가운데 앉아 있다고 느끼게 한다. 그 대표적인 시조창이 평시조로 부르는 <사자강>과 사설시조로 부르는 <부소산 저문비>다. 이들 시조는 백제시대를 회고하는 내용이어서 더욱 이 지역의 시조인들에게 정겨운 대상이 되고 있다. 먼저 평시조로 부르는 <사자강>의 노랫말을 감상해 보도록 한다. (초장) 사자강 배를 타고, 고란사로 돌아드니 (중장) 낙화암에 두견 울고 반월성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도쿄 올림픽이 8일 막을 내렸다. 일본올림픽조직위는 총괄 브리핑에서 "대회가 성공적이냐, 실패였냐?"라는 기자단의 질문에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이 끝나봐야 안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각 언론에서는 “올림픽의 성패,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라는 여론조사 경쟁을 하고 있다. 먼저, 야후제팬의 <모두의 의견> 여론조사에서는 10일 현재 267,528명이 투표하였는데 이 가운데 56.8%가 실패했다, 37.3%가 성공했다. 기타 6%는 모른다고 답하고 있다. 이 조사는 8월 9일부터 8월 19일까지 실시하는 설문이다. 반면에, 요미우리신문은 7일~9일 동안 전국여론조사에서 올림픽 개최를 잘했다는 응답자가 64%, 올림픽 개최를 잘했다고 보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28%로 나왔다. 다시 말하면 64%는 ‘성공’ 나머지 28%는 ‘실패’의 의견으로 봐도 좋다. 물론 야후제팬 여론조사의 질문 내용과 요미우리신문의 질문 내용이 서로 같지 않아서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지만, 대강의 뜻으로 보면 요미우리가 점수를 후하게 준 것 같다. 야후제팬의 56.8%의 실패 견해와 요미우리의 64% 성공 견해는 완전히 상반된 견해가 아닌가!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금 서한범의 우리음악 이야기는 내포제시조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경제와 견주는 창법으로 내포제는 세청을 쓰지 않는다는 점, 남창 가곡도 세청의 창법을 금하고 있는 점에서 보면, 내포제 시조가 가곡의 창법과 유사하다는 점, 발음법에서도 경제에서는 중모음을 풀어서 발음하나, 내포제는 그렇지 않다는 점, 종지(終止)박의 위치가 다른 이유는 반주악기들의 참여 여부와 관계가 있다는 점, 시조와 같은 옥내의 반주음악은 음량을 최소화해야 해서 세피리를 쓰고, 대금의 저음역을 활용하며, 장고는 변죽(가장자리)을 쳐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내포제시조 보존회>의 활동 중, 회원들의 정례발표회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이번 제33회 정례발표회는 지난 6월 21일 내포제 시조 전수관에서 열렸는데, 전국적으로 알려진 강습회를 시작하기 전, 회원들이 준비한 종목들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행사였다. 이 자리에는 부여 군수를 비롯한 지역의 유지들과 전국 각지에서 참여한 전문가, 시조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촐하게 진행되었다. 글쓴이는 발표회가 시작되기 전, 다음과 같은 격려의 말씀을 했다. “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복날의 마지막 말복(末伏)입니다. 올해는 초복과 중복이 열흘 만에 온 것과 달리 중복과 말복은 스무날(20일) 차이인데 이를 우리는 월복(越伏)이라고 합니다. 1614년 이수광이 펴낸 한국 최초의 백과사전적인 책 《지봉유설(芝峰類說)》에 보면 복날을 '양기에 눌려 음기가 바닥에 엎드려 있는 날'이라고 함으로써 사람들이 더위에 지쳐있을 때라고 하였습니다. ‘음양오행’에 따르면 여름철은 '화(火)'의 기운, 가을철은 '금(金)'의 기운인데 가을의 '금‘ 기운이 땅으로 나오려다가 아직 '화'의 기운이 강렬하므로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하는 때라고 합니다. 그래서 엎드릴 '복(伏)'자를 써서 '초복, 중복, 말복'이라고 하지요. 또 최남선이 쓴 《조선상식(朝鮮常識)》에는 복날을 '서기제복(暑氣制伏)'이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서기제복에서 ‘복(伏)’은 꺾는다는 뜻으로, 복날은 더위를 꺾는 날 곧, 더위를 피하는 피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복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장마가 끝나고 입추와 말복 무렵이 되면 날씨가 좋아 햇볕이 내리쬐는 시간이 많아서 벼가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관내 소장품 《거상잡의(居喪雜儀)》를 뒤쳐(번역) 상세한 주석을 붙인 전통생활문화자료집 제8호 《19세기 경주김씨 집안의 삼년상 일지-거상잡의(居喪雜儀)》(최순권 역주)를 펴낸다. 이 책은 관내 소장자료 연구의 결과를 담은 성과물로 국립민속박물관은 이 같은 우리관 소장자료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서 실시할 계획이다. 조선시대 예법은 엄격하게 지켜졌을까? 원칙과 현실 사이의 고민, 《거상잡의》 《거상잡의》는 상중에 행하는 여러 가지 의례를 빠짐없이 기록한 일지로, 조선 후기에 실제 상을 당한 사람이 어떠한 의례를 행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다만, 불행하게도 저자와 작성 연대 등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1년 동안 조사, 연구를 통해 저자가 경주김씨 계림군파 김준영(金準永, 1817~?)이고, 아울러 김준영이 한양 집과 화성의 묘소를 오가며 그의 아버지 김규응(金奎應, 1779~1846)이 죽은 1846년(헌종 12) 9월 12일부터 1848년 11월 5일까지, 그의 어머니 한산이씨가 죽은 1859년(철종 10) 1월 21일부터 1861년 4월 5일까지 삼년상에서 실제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셋째 입추(立秋)다. 입추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후인데 이날부터 입동(立冬) 전까지를 가을이라고 한다. 《고려사》 권84 「지(志)」38에 “입추에는 관리에게 하루 휴가를 준다.”라는 내용이 보인다. 입추는 곡식이 여무는 시기여서 이날 날씨를 보고 점친다. 입추에 하늘이 맑으면 만곡(萬穀)이 풍년이라고 여기고, 이날 비가 조금만 내리면 길하고 많이 내리면 벼가 상한다고 여겼다. 또한 천둥이 치면 벼의 수확량이 적고 지진이 있으면 다음 해 봄에 소와 염소가 죽는다고 점쳤다. 다만, 가을이 들어서는 때라는 입추가 왔어도 이후 말복이 들어 있어 더위는 아직 그대로인데 입추가 지난 뒤의 더위를 남은 더위란 뜻의 잔서(殘暑)라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더위를 처분한다는 처서에도 더위가 남아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옛사람들은 왜 입추를 말복 전에 오게 했을까? 주역에서 보면 남자라고 해서 양기만을, 여자라고 해서 음기만 가지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모든 것은 조금씩 중첩되게 가지고 있다는 얘기인데 계절도 마찬가지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려면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한국어에 ‘도둑이 제 발 저리다’라는 말이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말이겠지만 <다음 국어사전>의 뜻을 빌리자면 “지은 죄가 있으면 자연히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는 말”이라고 한다. 일본어에는 이런 말이 없지만 구태여 일본말로 옮겨보면 “悪いことをすると気がとがめて必ずばれてしまう(나쁜 짓을 하면 마음의 가책을 느껴 반드시 들통난다)”라는 정도로 바꿀 수 있겠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그제(2일), 교도통신(共同通信) 보도가 볼썽사나운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도쿄 올림픽 한국선수단이 선수촌에서 제공되는 후쿠시마 산 식재료를 피해 자체 급식센터를 설치했다”라면서 근거없는 피해(風評被害, 후효히가이)를 조장하는 한국선수단의 급식센터에 대해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대응해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러한 교도통신의 뉴스에 대해서는 이미 한국의 언론에서도 “2008년 북경 올림픽 때부터 자체 급식센터를 운영해왔는데 새삼 무슨 소리냐.”라고 반박하는 기사가 나와 있는 상황이다. 문제의 본질은 일본이 후쿠시마산 식재료에 대해 너무 과민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올림픽 참가 선수들은 단순한 관광객들이 아니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시조의 세청(細淸)창법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경제 평시조에는 중장과 종장 첫 부분에 고음(高音)이 나오기 때문에 이를 세청(또는 가성(假聲)이라고도 함)창법으로 부른다는 점, 이것은 곧 속소리 창법으로 일종의 변통창법이란 점, 그러나 내포제 평시조에는 고음(高音)이 출현하지 않아 이러한 창법이 쓰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고음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가성창법을 쓸 필요가 없다는 말을 뒤집어 보면, 세청창법을 쓰지 않기 위해 고음을 기피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된다. 정가의 대표적인 장르, 남창가곡도 세청의 창법은 금지하고 있는 창법이다. 평시조에서는 고음이 청황종(潢)이지만, 가곡에서는 황(潢)보다 훨씬 높은 청중(㳞)이나 청임(淋)의 소리도 절대 가성으로 처리하지 않고, 육성으로 내야 한다. 내포제 평시조에서 세청 창법을 불허하는 점에서 보면, 창법에 있어서는 내포제시조가 오히려 가곡의 창법과 유사하다는 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발음법에 있어서는 가곡의 예와 다르다. 가령, 경제시조에서는 소치는 <아희 놈>이나 <재 넘어 사래 긴 밭>과 같은 노랫말을 옮길 때,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