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우리를 언제 어디서든 소통할 수 있는 세계로 이끌었지만, 정작 진심이 오가는 ‘대화’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단절과 오해가 빈번해지는 이 시대에, 진정한 ‘대화’란 무엇일까? 피에르 쌍소는 『대화를 한다는 것』에서 대화를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닌 인간 존재의 방식으로 바라본다. 그는 듣기의 중요성과 대화 속 침묵의 의미를 섬세하게 조명하며, 일상적인 순간들 속에 숨은 대화의 깊이와 무게를 철학적으로 풀어낸다. 특히 ‘느린 대화’의 가치를 강조하며,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하나의 성찰적 행위로 제시한다. 대화를 통해 타인을 알아가는 것이 곧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해하는 길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면서, 단편적이고 빠른 소통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느리고 깊이 있는 대화를 실천할 필요성을 일깨운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는 여름 휴가철, 빠르게 소모되는 말들 속에서 진정한 ‘듣기’와 ‘말하기’의 가치를 되새기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경영 이야기가 나오니 미스 K가 할 말이 많아졌다. 미스 K는 스파게티 식당을 열기 전에 잡지사에 근무했었고 한 때는 영화 회사를 운영하다 망한 적도 있었단다.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 일하다가 극단을 만들어 운영해 본 경험도 있고. 이 일 저 일을 하다 보니 그녀는 나름대로 경영에 대해서 일가견이 생겼단다. K 교수가 “훌륭한 경영자의 특징이 무엇이냐?”라고 물어보니 “자기가 데리고 있는 모든 사람을 바쁘게 만드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미국 유학 시절에 겪었던 일이 생각나서 이번에는 K 교수가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나는 1979년 여름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되기 3달 전에 미국 뉴욕주에 있는 시러큐스(Syracuse)라는 작은 도시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시러큐스는 이탈리아 이민들이 개척한 도시인데, 마피아로 유명한 시실리섬에 있는 시라쿠사라는 항구도시와 지형이 비슷해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인구는 25만 정도의 크지 않은 도시였습니다. 남들은 대학 졸업을 하고 바로 유학을 가는데, 나는 졸업한 뒤 학군단 장교로 군복무를 마치고 5년 동안 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뒤늦게 나이 30살이 다 되어 유학
[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포도북스가 인공지능 시대 부모의 불안을 성장의 기회로 바꾸는 이왕열의 책 《AI 시대, 아빠는 불안하다》를 펴냈다. ‘아빠는 ChatGPT 써봤어?’라는 아이의 질문에서 시작된 이 책은 인공지능이 일상이 된 시대에 부모가 직면한 불안을 정면으로 다룬다. 저자는 고려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생명공학, 과학철학 및 과학사를 전공했으며, 20년 동안 교육 현장을 지켜온 입시 전문가이자 AI 교육 승강장(플랫폼) ‘포도AI’과 ‘이움에듀’ 설립자로, 기술과 교육을 잇는 새로운 부모 역할을 제안한다. 책의 핵심 메시지는 ‘정답을 주는 부모’에서 ‘질문을 함께하는 동반자’로의 전환이다. 인공지능이 답을 대신해 주는 시대에도 부모는 질문을 나누고, 의미를 함께 찾으며, 성장의 길을 동행하는 존재여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1부: GPT를 척척 다루는 아이와 서툰 아빠의 현실 기록 2부: 다트머스 회의부터 ChatGPT까지, 인공지능의 역사와 한계 설명 3부: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 제시 특히 ‘인공지능 시대 문해력 2.0’, ‘7가지 질문 습관’, ‘우리집 GPT 활용법’ 등 부모가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매창. 역사에 이름을 남긴 몇 안 되는 조선의 기생 가운데 한 명이다. 부안에 살았고, 허균의 막역한 지기이기도 했다. 황진이만큼 숱한 이야깃거리를 남기진 않았지만, 시인 유희경과의 사랑과 허균과의 우정, 그리고 《매창집》을 남길 만큼 출중한 문학적 재능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인생길을 차분하게, 또 서정적으로 담아낸 최옥정의 장편소설,《매창, 거문고를 사랑한 조선의 뮤즈》는 매창에 대해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되는 책이다. 단순히 부안의 이름난 기생으로 알았던 그녀가 유희경을 진심으로 사랑했으며, 임진왜란이라는 시대적 환란을 온몸으로 겪어냈고, 허균과도 시를 주고받는 벗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매창은 부안현 아전의 서녀였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에게 글을 익히며 자라났다. 불과 서른여덟 나이로 세상을 떠난 뒤 부안현 아전들이 그녀의 시들을 모아 《매창집》을 펴냈다. ‘매화꽃 보이는 창’이라는 뜻을 담은 그녀의 호는 계랑이라 불리던 그녀가 자신을 향해 붙인 호였다고 한다. 매창은 문학적 재능도 뛰어났지만, 거문고를 잘 타기로도 유명했다. 고을 기생이던 매창은 현감의 소개로 유희경을 만났다. 둘은 곧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지만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얼마 전에 고교동기 단톡방에 김창현이 동기 친구가 최근 쓴 책을 소개한다며 이철우 박사가 쓴 책 《수치심 잃은 사회》 보도자료를 올렸습니다. 보도자료에 따르하면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이철우 박사는 동경대에서 인간의 가치관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오랜 병치레 속에서도 인간 심리와 사회 구조에 대한 성찰을 놓지 않았던 이 박사는 최근 갈등의 심리 구조와 감정의 메커니즘에 주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철우? 철우라면 고3 때 같은 반 친구였던 것 같은데?” 내가 이렇게 단톡방에 올리니까, 고3 때 같은 반이었던 채백이 맞다며, 이철우가 10년 전에 뇌출혈로 쓰러졌다고 하는군요. 거동이 불편한 이철우는 슬기말틀(스마트폰)에 음성 녹음하면 이를 글로 바꿔주는 앱을 사용하여 이 책을 냈다고 합니다. 철우는 이미 그동안 《행복을 훈련하라》, 《나를 위한 심리학》, 《세상을 움직이는 착각의 법칙》, 《사랑하고 싶은 스무살, 연애하고 싶은 서른살》, 《관계의 심리학》 등 이미 많은 책을 냈더군요. 저는 같은 반 친구였던 철우에 대해 너무 무심하였음을 반성하면서 즉시 책을 주문하였습니다. 도착한 책을 펼칩니다. 거동이 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시간은 참 빠르게 흐른다. 1986년 처음 장구채를 잡았다. 그때 풍물은 민주화의 ‘수단’이었다. 1990년대 풍물은 먹고 살기 위한 ‘생존’이었다.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을 창단할 때만 해도 이 길을 35년 넘게 이어가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저자는 35년 동안 예술현장에서 창작과 기획, 교육과 경영을 병행하며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고된 여정을 이어왔다.”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서광일 대표가 펴낸 《AI시대, 예술가처럼 경영하라》 책 머리는 이런 말로 시작했다. 인천 부평구에 있는 잔치마당은 전통문화의 대중화와 생활화를 위해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소중한 풍물장단을 기본으로 전통타악과 현대 창작타악을 펼치는 전문 예술 공연활동과 교육을 담당하며, 또한 회원 상호 취미 여가 활동의 마당을 마련하여 친목과 결속을 도모하고 이를 계기로 우리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을 두는 사회적기업체다. 서광일 대표는 드물게 예술과 경영,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흔치 않은 인물로 꼽힌다. 장구채를 잡은 지 35년, 이제 인천 부평구에 전문 공연장을 갖추고 전통문화를 성공적으로 세상에 퍼뜨리는데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여름밤 쏟아지는 별빛을 바라보며 우주를 궁금해한 적이 있는가? 지구 어디에서든 우리의 머리 위에는 늘 우주가 있다. 복잡한 과학 이론 없이도 우주의 역사를 이해할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 『100가지 물건으로 보는 우주의 역사』는 ‘물건’이라는 친숙한 매개를 통해 우주와 우리의 일상을 연결한다. 기원전 7만1,000년 전의 황토 그림부터 휴대용 천체 계산기로 사용되었던 안티키테라 기계, 지구로의 안전한 귀환을 책임지는 열 차폐막, 가장 오래된 우주 쓰레기가 된 뱅가드 1호 인공위성, 그리고 새로운 발견의 시대를 열어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까지 100가지 물건을 통해 천문학과 물리학, 우주 탐사의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각 물건이 등장하게 된 시대적 배경과 그 의미를 통합적으로 조명하여,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우주로 시선을 확장하게 한다. 우주를 향한 인간의 갈망은 끝없는 별빛처럼 계속된다. NASA 과학자가 선정한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인류의 위대한 도구 100가지'와 함께 우주 탐험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28) “사진은 기록과 진실을 담은 예술이어야 한다. 사진은 삶 속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표현해야 한다.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든, 추한 것이든, 참혹한 것이든.” 임응식. 가슴팍에 ‘求職(구직)’을 써 붙인 한 젊은이의 사진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가? 그 사진을 찍은 이가 바로 임응식이다. 사진을 하는 이들에겐 잘 알려져 있을 사진계의 큰 예술가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퍽 낯설 이름이다. 권태균 작가가 사진가 임응식의 삶을 해상도 높게 보여주는 이 책, 《사진가 임응식》은 나무숲 출판사의 ‘예술가이야기’ 시리즈 가운데 한 편이다. ‘예술가이야기’ 시리즈는 음악, 미술, 연극, 무용, 사진 등 각 분야에서 우리 문화를 북돋운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세계를 소개하는 책이다. 사진가 임응식은 1912년 부산에서 태어나 90살에 세상과 작별할 때까지 사진을 위해 살았던, 한국 사진계의 대들보 같은 인물이다. 와세다중학교에 입학한 그는 만주에 갔던 맏형이 선물한 카메라를 입학 선물로 받았다. 방학을 맞아 부산 고향집에 와서 지낼 때면 산과 들을 쏘다니며 사진을 찍었고, 작업실에서 현상과 인화를 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때만 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코스모스 - 이춘우 어머니 닮은 코스모스 삽짝에 서서 날 반겨주고 떠나올 때도 손짓으로 나를 보냈다 "잘 살아야 한데이" 어머니의 걱정에 눈시울 뜨거워지고 나는 어느새 코스모스 키를 훌쩍 넘어섰다 코스모스, 우리말로 ‘살사리꽃’이라 한다. 앞장서서 가을을 맞이하는 꽃으로 예부터 시인, 가객들이 즐겨 노래로 읊조렸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해살이풀 코스모스는 멕시코가 원산지로 1910년 무렵 건너왔다고 하며, 가을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하늘거리는 모양이 참 아름답게 보여 ‘살사리꽃’이라고 했으리라 짐작된다. 다만 이 아름다운 말은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코스모스의 잘못된 이름” 또는 “코스모스의 비표준어”라고 깎아내려 사람들이 잘 쓰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이제 이틀 뒤면 24절기의 열다섯째 <백로(白露)>다. 이때쯤 보내는 옛 편지 첫머리를 보면 “포도순절(葡萄旬節)에 기체만강하시고…….” 하는 구절을 잘 썼는데, 포도가 익어 수확하는 백로에서 한가위까지를 <포도순절>이라 했다. 또 부모에게 배은망덕한 행위를 했을 때 <포도지정(葡萄之情)>을 잊었다고 하는데 이 “포도의 정”이란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우리가 믿고 먹는 약들은 과연 어떻게 탄생했을까? 현대 의약의 발전 과정은 수많은 인물과 사건, 그리고 우연과 치열한 실험이 빚어낸 역사다. 『스테로이드 인류: 기적과 죽음의 연대기』는 바로 그 역사 속에서 한 가지 특별한 물질, 스테로이드를 중심에 놓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책은 테스토스테론과 프로게스테론 등의 남녀 호르몬을 중심으로, 스테로이드가 인류의 욕망과 의료적 필요에 따라 어떻게 개발되고 활용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브라운-세카르의 엽기적 실험부터 스포츠계 도핑 스캔들, 피임약 개발까지 스테로이드의 극적인 발견과 발전 과정이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스테로이드를 활용한 전립선암 치료법, 불법 도핑의 폐해, 약물의 치료와 위험성 간의 딜레마 등 오늘날에도 여전히 논쟁적인 주제를 저자의 해박한 의약학 지식과 스토리텔링으로 엮어내어, 일반 독자도 쉽고 흥미롭게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다. ‘기적의 약물’로 불리지만 늘 논란과 위험을 안고 있는 스테로이드. 그 이면을 깊이 들여다본 이 책은, 현대 의학과 과학 기술의 빛과 그림자 사이에서 멈춰 생각해 보고 싶은 이에게 좋은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