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자연을 보면 새로 나온 새싹은 부드럽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다 자란 나무나 고사목은 딱딱하게 마련이지요. 새싹은 나날이 성장해가지만 고목은 나날이 인멸되어갑니다. 생명이 있으면 부드러운데 생명의 에너지가 빠져나가면 딱딱해집니다. 곧 부드러우면 살고 딱딱하면 죽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지요. 딱딱함은 자연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정관념, 고집, 집착, 오만, 편견 같은 것은 딱딱한 마음이고 이것에 굳어지면 나만 옳다고 여겨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게 됩니다. 소신은 생각하는 게 확실하다고 믿는 것이고 고집은 자기 의견이나 생각을 고치거나 바꾸지 않고 우기는 것입니다. 소신 있는 사람은 자기 믿음이나 생각의 근거가 빈약하거나 원칙에 어긋나면 고치려 노력하지만 고집 있는 사람은 한 번 마음 먹으면 옳든 그르든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어쩌면 소신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 가깝지만 고집은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악에 가깝습니다. 《대학(大學)》에 ‘수신제가(修身齊家)’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자신을 갈고닦은 이후에 집안을 잘 다스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수신은 고집과 아집을 버리고 성인의 자취를 따라가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코레아 우라! 코레아 우라! 코레아 우라!” 1909년 10월 26일 아침 9시 30분경, 하얼빈역에서 ‘대한국 만세’를 뜻하는 ‘코레아 우라!’가 울려 퍼졌다.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의 외침이었다. 깊은 총상을 입은 일본 총리대신 이토 히로부미는 힘없이 쓰러졌다. 하얼빈역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토는 즉시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총상이 워낙 깊어 30분 만에 숨을 거뒀다. 안중근은 도망치지 않고 순순히 체포되어 러시아 헌병대 파출소로 끌려갔다. 이로써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은 세계 전역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이 책, 《코레아 우라-안중근, 하얼빈 11일간의 기록》은 안중근이 하얼빈에서 보낸 11일 동안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거사가 있었던 10월 26일을 중심으로 10월 22일부터 11월 1일까지, 11일간 벌어진 사건들을 숨 가쁘게 담아낸다. 그리고 하얼빈 의거 이후 뤼순에서 1910년 3월 26일 처형당할 때까지, 144일 동안의 이야기도 다룬다. 보통 역사책에서는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했다는 사실만 나올 뿐, 그 전후의 이야기는 생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책은 그 의거의 자초지종을 누구나 알기 쉽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최근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에 관한 언론 보도가 늘어나자 국민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지구온난화라는 말은 환경운동가들은 물론 가정주부, 그리고 초등학생까지도 알고 있는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다. 주말에 봉평 집에 놀러 온 초등학교 3년생과 초등학교 6년생인 손녀에게 지구온난화를 물어보니 안다고 대답한다. 해수면이 높아지고, 북극곰이 멸종되고 등등 거칠지만, 정확히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해결책을 물어보니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라고 정답을 말한다.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국민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국민의 환경의식이 바뀌자 기업으로서도 친환경 경영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친환경 경영을 표방하는 많은 기업은 “우리 회사는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생산 과정에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홍보하고 있다. 친환경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하여 많은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다. 그런데 친환경 기업이라는 광고가 얼마나 진실성이 있는지는 따져 보아야 할 문제이다. 실제로는 친환경이라고 보기 힘든 제품과 생산과정임에도 친환경이라는 이미지를 홍보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소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명분이냐 실리냐. 선택은 늘 쉽지 않다. 오늘도 많은 이들이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 갈등한다. 명분을 따르자니 손해가 막심하고, 실리를 따르자니 면이 서질 않는다. 어떤 선택도 반드시 정답이라고 할 수 없으니,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역사는 기출문제집이라 했던가? 그럴 때 한 번쯤 펴들 만한 책이 있다. 김용희가 쓴 이 책 《명분과 의리의 김상헌이냐 현실과 변통의 최명길이냐》는 병자호란을 맞아 나라가 멸망의 갈림길에 섰을 때, 명분을 따라 멸망을 각오하고 싸울 것인지, 실리를 쫓아 항복하고 후일을 도모할 것인지 첨예한 논쟁을 벌이던 두 사람을 보여준다. 김상헌과 최명길, 두 사람은 각각 척화파와 주화파의 핵심 인물로 김상헌은 결사항전, 최명길은 항복을 주장했다. 사실 두 사람 모두 나라를 위하는 우국충정은 같았다. 다만 성리학적 명분론을 신봉하는 철저한 원칙주의자이던 김상헌은 오랑캐에게 항복하여 예의가 무너지면 나라가 망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여겼고, 명분을 좇되 현실에 따라 변통하는 유연성을 중시하던 최명길은 일단 나라를 보존하고 나서야 명분과 의리도 찾을 수 있는 것이라 여겼다. (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초등학교 때 식민사관 때문에 우리는 기록이 형편없는 민족이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역사보다도 훨씬 더 고급스럽고 다양한 기록 문화가 있음을 성장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린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을 갖고 있습니다. 실록은 모두 2,077책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기록물입니다. 한 책의 두께가 1.7cm 정도인데 이것을 쌓으면 아파트 12층 높이가 되는 엄청난 양이지요. 이 책을 다 읽으려면 하루 100쪽씩 읽어도 4년 3개월이란 세월이 필요합니다. 실록은 1대 왕 태조부터 25대 왕 철종에 이르기까지 472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책입니다. 《고종실록》과 《순종실록》도 존재하지만, 이 실록을 편찬할 때는 일제강점기였기에 전통 방식을 따르지 않았고 일제의 간섭이 심해 사실대로 기록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실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임금은 조와 종으로 나누지만, 왕좌에서 쫓겨난 임금은 군(君)이라 불렀습니다. 군(君)은 임금을 뜻하지만, 왕자를 지칭하는 접미사로 쓰였으니까요. 조선 시대에 쫓겨난 임금은 연산군, 광해군, 노산군입니다. 그 가운데 노산군은 숙종 때 "단종"으로 추존되면서 《단종실록》이 만들어집니다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박수중 선배님이 《물고기 귀로 듣다》 시집을 보내주셨습니다. 이번에도 말학(末學) 후배인 저에게까지 시집을 보내주시니 늘 죄송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번 시집은 8월 15일에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광복절에 세상의 빛을 받았으니 더욱 의미가 있네요. 그동안 선배님 시를 보면 인간의 개성은 말살되고 규격화되고 소외되는 현대사회에 대해 일침(一針)을 놓는 시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바로 전의 시집은 시집 제목 자체를 아예 《규격론》이라 하여 이러한 비판의식을 더욱 앞세웠지요. 이번 시집에도 ‘규격론2’를 실어 그런 비판의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나는 가끔 주인에 끌려 양재천을 산책합니다 걸으면서 절대 다른 개에 한눈팔 수 없어요 나는 일찌감치 중성수술을 받았어요 씨를 함부로 뿌려 족보의 희소가치를 망치면 안 되니까요 수술대 위에서 나는 하염없이 울었어요 내 귀한 후손을 볼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만 나는 웬일인지 눈물을 많이 흘려요 눈물 자국으로 눈 주위 얼굴 주변 털이 뭉쳐버리자 주인의 뜻대로 미안용(美顔用)으로 눈물샘까지 제거당했어요 나는 웃프게 웃프게도 더 이상 울 수도 없게 되어버렸어요 시 ‘규격론2’의 뒷 부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요괴의 나라'라고 할 만큼 일본에는 풍부한 '요괴' 이야기가 있다. 이러한 요괴를 소개하는 전시회 <요괴대행진: 일본에서 온 신비한 요괴들> 전시가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 2층 실크갤러리에서 12월 14일부터 열린다. <요괴대행진: 일본에서 온 신비한 요괴들>전시에서는 에마키(絵巻, 두루마리 그림)와 니시키에(錦絵, 다양한 색으로 찍어낸 우키요에 판화의 일종)를 중심으로, 지금까지도 각종 완구나 영화 같은 미디어를 통해 널리 알려진 일본의 요괴 문화를 소개할 예정이라 관심있는 사람들이 갖는 기대가 크다. 동서고금 어느 문화를 보더라도, 설명되지 않는 신비한 현상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들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일본의 요괴 역시 그러한 초자연적인 힘을 보여주는 캐릭터 중 하나로, 각종 이야기 속에 등장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거나 겁을 주기도 한다. 시대가 바뀌어, 새로운 과학과 기술이 사람들의 생활을 변화시키면서 요괴들도 점차 공포심을 덜어내고, 장난기 많은 친구 같은 존재로 바뀌어 왔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지금도 여름이 되면 괴담을 즐기는 문화가 이어지고 있고, TV나 극장에서 요괴들을 다루는경우도 많다. &l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항상 경영자들이 경계하는 것이 있다. 바로 위기! 기업마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고, 국가에서도 위기가 닥쳤을 때 체계적으로 대응하고자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등 위기관리에 큰 노력을 기울인다. 평소 위기관리를 빈틈없이 해야 실제 위기가 왔을 때 실기(失期)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조선에도 이런 위기관리 비법이 있었을까. 물론이다. 군주의 역량에 따라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조선은 끊임없는 기록과 관리를 통해 위기에 대비했다. 비록 시간이 흐르며 대응체계가 형편없이 무너져 종국에는 나라를 잃었지만, 조선 역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아주 체계적으로 대응한 사례가 많다. 이 책, 《조선의 위기대응노트》는 마치 기출문제를 풀 듯, 그러한 위기대응 사례를 한 건 한 건 살펴보며 오늘날에도 참고할 만한 좋은 통찰력을 얻는 책이다. 역사와 경영의 만남, 꼭 필요하면서도 어려운 이 과제를 지은이는 이해하기 쉬운 설명으로 훌륭히 해내고 있다. 책은 모두 20개 사례로 구성했다. 위기라고 해서 꼭 전쟁이나 재난 같은 급박한 상황만 다루지 않고, 사전의 정의처럼 ‘안정을 흔드는 급격한 변화, 또는 결정적으로 중대한 순간’까지 모두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제가 어제 제 ‘읽어야 할 책 목록’에 오랫동안 묵혀두고 있다가, 잠실나루역 앞 ‘서울책보고’에서 드디어 살 수 있었던 책 《잠수복과 나비》에 대해서 말씀드렸었지요? 그때 같이 산 책에 《반쪽의 고향》도 있습니다. 이 책 역시 오랫동안 목록 속에 잠자고 있다가 ‘서울책보고’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이 책은 1996년 7월 30일 나왔으니, 26년 만에 돌고 돌아 저에게까지 왔네요. 이 책의 저자 이상금은 일본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내다가 15살에 해방을 맞으면서 고국으로 오신 분입니다. 저자는 이대 유아교육과 교수로 오랜 세월 재직하다가 1993년에 일본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반쪽의 고향》이란 제목으로 내셨습니다. 제목이 왜 《반쪽의 고향》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 책은 일본어로 일본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서문을 보니 저자는 일본 청소년의 21%가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다면서, 저자 가족의 생활사를 통해서 일본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구체적인 역사를 그들에게 읽히고 싶었답니다. 이야기 자체가 일본에서의 성장사(成長史)이고, 저자 또한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일본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린 하루에도 참 많은 말을 하고 살아갑니다. 남자는 대략 1만 단어 여자는 2만 단어를 소비하고 살아간다고 하니까요. J. 에인젤은 38년 동안 미시간대학 총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더 자신을 조율할 줄 알았던 인물이지요. 자신이 먼저 나서 말하기보다 많은 사람의 말을 듣고 난 뒤 말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가 은퇴할 즈음 기자로부터 "오랫동안 그 어려운 총장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팔보다 안테나를 높이는 데 있었습니다." 우린 스스로 변화하려 하지 않고 남 탓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어도 그러합니다. 관계는 시간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따뜻한 언어가 좋은 관계를 만들어주는 것이니까요. 어쩌면 침묵은 위대한 금일지도 모릅니다. 진실한 마음은 무언(無言)으로 통한다고 하니까요. 진정한 사랑은 남과 견주지 않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어렵고 힘듦을 함께 공유하는 사람이지요. 남에게 따뜻한 말을 잘 들려주는 사람은 스스로 그 말을 듣고 싶은 사람일지 모릅니다. 따뜻한 말은 마음에서 절로 돋아난 것이 아니라 내부의 따뜻한 무언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