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농사는 사람이 준비하지만, 하늘이 짓습니다. 물론 스마트팜을 비롯한 인공적 환경을 제공하면서 식물의 특성에 맞게 농사를 짓는 방법도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농사는 하늘이 내려준 비와 은혜로운 햇살의 영향을 받습니다. 곧 농사는 혼자 짓는 것 같지만 모든 여러 가지 여건이 성숙하였을 때 풍작을 이룰 수 있습니다. 《논어》의 옹야편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기욕립이립인 기욕달이달인 해석하면 "자신이 서고 싶으면 남을 먼저 세워주고 자신이 이루고 싶으면 남을 먼저 이루게 하라"라는 의미입니다. 더불어 사는 삶을 이야기 하는 것이지요. 소통이란 기술과 기교가 아니라 진실과 진정성입니다. 살아가면서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져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 안에 낀 티끌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의 잘못은 감추고 남의 잘못과 허물은 들추어내기를 좋아합니다. 남을 평가하는 데 앞장서지만 남에게 평가받는 것에 관해서는 관대하지 못합니다. 정론직필(正論直筆)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올바른 논조로 바르게 써야 한다는 의미이지요. 그 중심에는 가치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홀로서기도 중요하지만, 함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천지(天地) 사이에 있는 존재하는 것 치고 변화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누구나 아는 것 같은 이 말은, 그러나 보통 일상에서는 보이지 않고, 어느 순간 가는 길을 멈추고 시간이 지나가는 것, 변화하는 것을 볼 때 눈에 들어오고 가슴에 느껴진다. 그때가 바로 해가 바뀌는 연초, 또는 설이다. 한겨울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나뭇가지에 아무것도 없을 때 여기에 잎이 나오는 것을 생각해내게 되고, 이 나무에서 잎이 처음 나와 싹을 틔웠다가 줄기와 가지로 바뀌고 다시 꽃과 열매로 바뀌며 또 누렇게 낙엽이 지고 마는, 이러한 변화의 이치를 보게 된다. 어찌 만물만 그러하겠는가. 천지(天地) 또한 그러하다. 낮에 밝았다가 밤에 어두워지는 것은 1일(日)의 변화요, 봄에 내놓고 여름에 키우며 가을에 죽이고 겨울에 마감하는 것은 1년(年)의 변화다. 사람의 형체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태어나 갓난아기가 되었다가 조금 자라서는 방긋 웃을 줄도 알고 말할 줄도 알고 걸어 다닐 줄도 알며 소년기를 지나 청년이 되었다가 장년기를 거치면서 쇠해지고 쇠해진 뒤에 노년을 맞아 마침내는 죽고 마는데, 이 과정의 어느 것 하나 변화 아닌 것이 없다. 그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제주 사계리는, 계절마다 매력이 가없다. 봄이면 봄마다 유채꽃이 피고, 여름에는 시원한 사계 앞바다가 펼쳐지고, 산방산과 송악산, 마라도와 형제섬, 가파도가 한눈에 보인다. 그래서 관광객도 많다. 철마다 많은 관광객이 오지만, 대부분은 그저 명소에서 사진만 찍거나 맛집으로 이름난 곳을 찾는 데 그친다. 이 책 《사계人, 사계In 제주 동네 여행》은 그렇게 사계리에 바람처럼 다녀간 사람이라면 모를, 사계리 사람들의 ‘진짜 사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계리에 있는 흔한 명소나 풍경이 아닌, ‘사람’이 주인공인 책이라 더욱 새롭다. 뭍에서 살다 사계리로 이주해 온 이주민, 그런 이주민들을 자신의 울타리 안으로 받아들인 원주민, 그들의 이야기가 마치 옆에서 듣는 듯, 생생하게 들려온다. 소개된 사람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산방산 유람선 대표, 사계리 책방 ‘어떤 바람’ 주인, 사계리 토끼마을 해녀, 감귤농사 짓는 강태공, 서핑스쿨을 운영하는 해남 서퍼, 25년 유채밭지기… 제주에 있을 법하지만 실제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을, 글쓴이의 표현에 따르면 ‘화분’으로 사는 게 아니라 뿌리를 내리고 살기를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 가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고교 11년 선배인 양삼승 변호사가 《다섯 판사 이야기》라는 책을 내셨습니다. 작년에 《멋진 세상 스키로 활강하다》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 스키장을 돌아보시고 – 심지어는 헬리스키까지 하시고 – 재미있는 스키 이야기를 책으로 내시더니, 이번에는 판사 이야기를 책으로 내셨군요. 그런데 책 표지에 ‘양삼승 장편소설’이라고 쓰여있네요. 소설이라고 하니 허구의 이야기가 먼저 연상되나, 실제 판사의 실제 이야기를 쓰신 것입니다. 소설로 쓴 이유에 대해 선배님은 책머리의 ‘작가의 변(辯)’에서 논문에는 감동이 없지만, 이야기에는 감동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겠지요. 메마르게 판사 이야기만 사실적으로 쓰기보다는 여기에 소설적 색깔을 더하면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고 감동이 있겠지요. 책에 나오는 다섯 판사는 양회경, 이영구, 양병호, 양삼승, X. Z. Yang 판사입니다. 제가 읽어보니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는 소설적 색깔만 입혔을 뿐 거의 다 사실로 보입니다. 마지막 X. Z. Yang 판사 이야기만 빼놓고요. 양 선배는 X. Z. Yang 판사 이야기는 절반 정도만 사실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름도 앞의 판사들과는 달리 영어로 그것도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공자의 제자는 3,000명을 헤아리지만, 그 가운데서 가장 사랑했던 제자는 안회였습니다. 그와 관련된 일화 하나를 소개하지요. 하루는 안회가 시장에 들렀는데 포목점 앞에서 주인과 손님이 시비가 붙었습니다. 손님은 3x8은 23인데 당신이 왜 24전(錢)을 요구하느냐고 따졌습니다. 안회는 이 말을 듣고 “3x8은 24입니다. 당신이 잘못 계산한 겁니다.”라고 말했지요. 손님은 주변에서 가장 똑똑한 공자님께 판단을 받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내기를 걸지요. 손님이 지면 목숨을 내놓을 것이고 안회가 지면 관(冠)을 내놓으라고 말이지요. 공자는 말을 다 듣고 나서 안회에게 웃으면서 말하기를 "네가 졌으니 이 사람에게 관을 벗어주거라" 안회는 스승인 공자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뒤에 공자는 이야기하지요. “한번 잘 생각해보아라. 내가 ‘3x8=23’이 맞는다고 하면 너는 그저 관하나 내어주면 그뿐이지만 만약에 ‘3x8=24’가 맞는다고 하면 그 사람은 목숨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느냐?” 관이 중요하냐, 사람 목숨이 중요하냐?“ 공자의 인본주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공자의 제자 가운데 학자ㆍ정치가ㆍ웅변가로서 뛰어난 사람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조선일보 2021년 12월 6일 자 인터넷판에 매우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올랐다. 제목: 그린피스 창립자 ”한국 탈원전은 폰지 사기극“ ”‘태양광이나 풍력만으로 에너지 전환을 할 수 있다고 세뇌하고, 친환경이라는 구실로 국민에게 값비싼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라고 하는 것은 주식시장으로 치면 ‘폰지 사기’와 같습니다.‘ 세계적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 창립자 중 한 명인 패트릭 무어(74) 박사는 최근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탈원전 정책에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폰지 사기는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가 벌인 사기 행각에서 유래된 말로, 이윤 창출 없이 신규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컫는다.“ 이 기사가 나왔을 때는 12월 초로서 양당의 대선 후보가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와중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선언한 탈원전 정책이 시험대에 올라와 있었다. 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조선일보 기사는 야당 후보의 탈원전 포기 정책을 지원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과거에 견줘 조선일보의 영향력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아침마다 집 주위 둘레길을 돌면서 언제부터인가 나의 시선은 자꾸 땅 쪽으로 내려가 있다. 둘레길에서 스치는 분들 가운데 마스크를 하지 않은 경우가 제법 있어 그들이 내뿜는 공기 속에 혹시나 바이러스가 있지나 않은가 하는 걱정 때문에 아예 공기를 들이마시는 방향을 다르게 해서 모면하자는 나의 얄팍한 계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우리는 산행을 하거나 길거리를 걸을 때도 나도 모르게 타인을 멀리하고 자기 몸을 사리기 위해서라도 점점 땅 밑으로, 발끝으로 시선이 내려가는 경향이 어느새 생긴 것이 아닌가? 아니면 우리들 삶에 자신이 없어져 그런 것인가? 퇴직하고 매일매일의 뉴스에 신경을 안 쓴다고 하면서 살다가도 쏟아지는 뉴스를 보면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끝없이 길어지는 코로나19 사태로 고객을 놓치는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하늘을 찌르는데 방역의 고삐를 늦추니 곧바로 다시 확진자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고, 이런 와중에 누구는 아파트 분양으로 수 천억이란 돈을 챙겼다는 소식, 그 동네에서 잇달아 벌어지는 자살 소식,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푼돈이라도 벌어야 하는 사람들이 많고 취직을 위해 수없이 자기소개서를 썼다가 찢어버리는 젊은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만덕의 성은 김 씨니 탐라국 양가의 딸이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의탁할 곳이 없어서 기생집으로 가게 되고…(중략) 번암 채상국(채제공)이 78세에 충간의 담헌에서 쓰노라.” -머릿말 중에서- 김만덕.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이름이다. 흔히 우리나라 역사 속 여성 인물을 이야기할 때 신사임당, 허난설헌, 유관순 등을 첫손에 꼽는 사람은 많아도, 김만덕을 떠올리는 이들은 여전히 드물다. 그러나 김만덕은 우리나라 역사 속 어떤 인물보다 더 대단한 일을 해낸, 추사 김정희의 표현 그대로 ‘은혜의 빛으로 온 세상을 물들인’ 여인이다. 그녀는 4년 동안 이어진 혹독한 기근 가운데 자신의 전 재산을 풀어 곡식 오백 석을 마련했고, 죽어가는 수많은 백성을 살려냈다. 이 책 《제주의 빛 김만덕》은 그런 김만덕의 삶을 쉽게, 그러나 깊이 있게 풀어낸 책이다. 마을을 휩쓸고 간 역병으로 갑자기 고아가 된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모두가 칭송하는 ‘만덕 할머니’가 되기까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그녀의 삶을 오롯이 담아냈다. 그녀는 본디 기생과는 관련이 없는, 양인의 딸이었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자상한 부모, 오라버니 만적, 동생 만재와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장충식 총장님께서 – 총장을 그만두신 지 오래되셨지만, 저는 지금도 총장님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 《학연가연》이라는 책을 내셨습니다. 1967년에 36살의 나이에 전국 최연소 대학 총장이 되어 평생을 단국대 부흥을 위해 애쓰셨던 총장님께서 2018년 7월부터 1년 반 동안 학교 누리집을 통해 연재했던 글을 책으로 내신 것입니다. 《학연가연(學緣佳緣)》이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평생을 교육자로 사시며 맺은 인연 가운데 아름다운 인연을 글로 쓰신 것이지요. 글을 쓰게 된 동기를 총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 세월의 무게를 더욱 실감하면서 나의 옛일을 반추하는 시간이 잦아졌다. 그 시간 속에서 나와 배움터이자 삶터인 대학에서 맺은 인연을 정리해 보자는 생각을 했다. 대학에서 맺은 인연들 가운데 선하고 좋은 매듭을 맺은 일들을 정리한 글이니 《학연가연(學緣佳緣)》으로 연재 제목을 정했다." 총장님께서 이 책을 제게 보내신 것도 제가 총장님과 한국예술종합대 최고지도자과정(CAP) 8기를 같이 다닌 인연이니, 저도 일종의 학연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책에서 총장님은 모두 20꼭지의 글로 사람들과의 인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매일 아침 산책을 하는 북한산 둘레길 8구간은 구름정원길이란 별칭이 있을 정도로 산자락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구름 속을 걸어가는 착각을 하게 하는 멋진 구간인데 이 가운데 뉴타운 폭포동 아파트 쪽에는 물길이 모이는 작은 계곡이 있다. 향로봉 서쪽 암반에 난 길을 타고 폭포를 이루며 쏟아져 내려와 평지를 흐르는데 큰비가 오면 물은 콸콸콸 멋지게 흐르지만 동시에 모래도 깎여 내려가며 계곡을 메우는 것이 골칫거리였다. 그래서 지난봄에 구청에서 대대적인 사방공사를 하는 바람에 전에 보던 자연적인 계곡은 판석이 깔린 물길로 바뀌었다. 당연히 예전 자연스러운 골짜기를 즐기던 우리들에게 아쉬움이 없을 수 없었다. 그 전에 사람들은 물길 옆에 하나둘씩 작은 돌탑들을 많이 쌓아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어 즐기곤 했는데 공사 이후에는 다 없어지고 만 것이다. 그러다가 두 달쯤 전에 작은 돌탑 하나가 생겼다. 돌탑이라고 해야 작은 돌들을 위로 쌓아 무릎에 찰까 말까 하는 정도인데, 무미건조한 판석의 물길로 바뀐 것을 약간이나마 보완해주는 효과가 있어 어느새 사람들은 쳐다보면서 좋아하곤 했다. 예전의 돌탑만큼은 아니지만 아슬아슬하게 쌓은 돌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