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신부용 교수] 훈민정음은 성리학의 원리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필자는 부끄럽게도 그간 공학도라는 핑계로 성리학이 무엇인지, 그리고 훈민정음 창제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크게 관심 두지 않았으며 그래서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중고교 국어 시간에 제대로 배웠으면 기억이라도 날 텐데 그런 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훈민정음이 성리학의 원리로 만들어졌다는 말에 그저 하는 소리이겠지, 당시 학자들은 모두 성리학에 빠져 있었으니 뭐든 성리학과 연관 지었겠지, 더구나 중국이 우리 고유의 문자를 만드는데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볼 것을 걱정해 성리학을 내세웠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혹시 독자들께서는 제대로 아시는지 궁금합니다. 이미 다 잘 아신다면 필자를 꾸짖어 주시고 혹시 그렇지 못하시다면 이 글을 읽으며 같이 생각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틀린 말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꼭 제게 알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함께 토론하여 옳은 방향으로 나가도록 하십시다. 훈민정음 예의편 제자해(制字解)에 보면 ‘천지의 이치는 하나의 음양과 오행뿐이니. (가운뎃줄임) 사람의 말소리도 다 음양의 이치가 있는데 다만 사람들이 살피지 못할 따름이다. 이제 훈민정음을…
[우리문화신문=신부용 교수] 《훈민정음》 해례의 서문은 세종대왕이 직접 쓰신 글이라 합니다. 그 첫 문장 “國之語音 異乎中國 與文字不相通”은 언해본에 “나랏 말쌈이 중국에 달아 문자와로 서로 사맛지 아니할 쌔”로 뒤펴(번역) 있습니다. 이는 600년 전 말이니 현대어로 옮기면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로는 서로 통하지 않는다.”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슬옹 교수는 그의 책 《세종대왕과 훈민정음학(2010, 지식산업사)》에서 지금까지 발표된 30여 편의 논문과 책은 서문을 구절별로 나누어 비교 분석하였는데 이 부분의 해석은 모두 비슷하며 교과서에도 ‘우리나라의 말이 중국말과 달라서 한자로는 서로 잘 통하지 못하므로’로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공역 시안으로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는 서로 통하지 않으므로’를 제시합니다. 이 표현은 자칫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첫째, 서로 통하지 못한다는 대상이 누구일까요? 예문을 들어 판단해 보겠습니다. 1) 너의 옷 색깔은 나와 달라 들어가지 못한다. (나와 옷 색깔이 같은 사람만 들어간다) 2) 네 것은 나와 달라 바꿔 줄 수 없다. (내 것과 같은 것만 바꿔준다) 위 문장에서…
[우리문화신문=신부용 교수] 세종대왕은 그야말로 하늘이 낸 사람이었습니다. 세종임금 때의 일을 기록한 《세종실록》의 분량은 전체 조선왕조실록의 10분의 1을 차지하며 현재 400쪽짜리 40권으로 번역되어 있다고 하니 세종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많은 업적 가운데 훈민정음 창제는 다른 모든 일을 합한 것보다 더 크고 더 중요했다는 것이 역사가들의 해석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온갖 환난을 이기고 세계 유수의 부강한 나라로 발전한 것은 세종대왕이 닦아 놓은 기초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글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을 이끌어갈 원동력이 되리라 믿습니다. 이같이 위대한 훈민정음의 창제는 어떻게 이루어졌을까요? 전번 네 번째 이야기에서 우리 조상들이 1만여 년 전부터 한반도에서 살면서 우리 말을 가꾸고 이를 글자로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과 정성을 들였는지를 엿보았습니다. 이 염원은 세종대왕으로 이어져 백성들이 글을 읽지 못해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심지어는 알지도 못하는 법을 어겨 벌을 받게 되는 것을 세종대왕은 한없이 안타깝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1418년 22살의 나이로 즉위한 세종은 즉위 첫해부터
[우리문화신문=신부용 교수] 우리는 매일 한글의 덕을 보며 살고 있습니다. 참 좋은 글자구나 하고 느끼고 이에 대한 자부심도 큽니다. 그러나 혹 외국인이라도 만나면 한글을 누가 어떻게 해서 만들었는지, 글자로서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 소리를 표기하는 원리는 무엇인지 등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직접 서문을 쓴 《훈민정음해례》라는 책이 있어 이런 문제가 없는데 한글에 관해서는 마땅한 책도 없습니다. 앞에서 인류가 5,500년 동안 문자를 어떻게 발전시켜 왔는지를 보았는데 이 글에서는 우리 조상들이 어떤 문자생활을 해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훌륭한 훈민정음을 갖게 되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구의 마지막 빙하기가 2만 년 전에 정점을 찍고 그 뒤 1만 년 동안 온도가 차차 회복되었다고 합니다. 이 기간에 인류는 해를 쫓아 따뜻한 동쪽으로 이동하여 결국 한반도에 정착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들은 주로 북쪽의 중앙아시아와 남쪽의 인도 남부로부터 왔다고 합니다. 그 뒤에는 1만 년이 넘는 이 긴 세월을 더 이상 큰 이동 없이 한반도와 인근에서 농사나 수렵으로 살면서 하나의 문화권을 이루어 살아 온 것입니다. 그리고 자연
[우리문화신문=신부용 교수] 앞에서 훈민정음은 인간의 말소리를 가장 정확히 그리고 가장 쉽게 표기할 수 있는 글자라 하였습니다. 문자의 목적이 말을 기록하는 것이라면 훈민정음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훈민정음은 문자 발전과정의 끝판왕이라 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라틴 알파벳은 소리를 적을 수가 없고 두 번째로 많이 쓰이는 한자는 상형문자의 태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세 번째로 많이 쓰이는 아랍문자는 상형문자에서 겨우 한 단계를 발전한 미숙한 문자라 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문자인 데바나가리는 소리를 적지만 여러모로 훈민정음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인류가 훈민정음 같은 문자를 만들기 위해 오늘날까지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 그 얼개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시 인류가 힘도 약하고 재빠르지도 못했지만 맹수들을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돌도끼나 활 같은 무기를 사용했기 때문이랍니다. 역사가들은 이러한 물건을 만들 때 여럿이 의견을 모아야 했으며 결국 말을 필요로 했다는 것입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토마스 몰간 교수는 이러한 논리로 인류는 2백만 년 전부터 일종의 말을 했을 것이라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말만 가지고
[우리문화신문=신부용 교수] 첫 번째 이야기에서 한글은 직접 소리를 적는 글이고 알파벳은 단어를 만들어야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하철로 비유하자면 한 번 갈아타야 목적지에 갈 수 있다는 얘기이지요. 그리고 한자는 갈아타는 문제는 없지만, 정거장까지 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한자도 발음이 있어 소리를 표현하지만, 글자 자체가 뜻을 갖는다는 것이 다른 글자들과 다릅니다. 그래서 한자는 뜻글이라 하고 한글이나 알파벳은 소리글이라 분류합니다. 한글을 소리글이라 하여 알파벳과 한 부류로 보는 것은 한글을 제대로 몰라서 하는 소리입니다. 유명한 언어학자 영국 써섹스 대학의 쌤슨교수는 한글을 제대로 배웠나 봅니다. 그는 한글을 ‘자질문자(featural character)’라고 하여 따로 분류하였습니다. 1944년생이니 최근에 일어난 일이지요. 그러나 이 주장은 이미 널리 받아들여져 이제 모르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남아있습니다. ‘자질(資質)’이라는 말도 그렇고 ‘featural’ 이라는 말도 그렇고 언뜻 와 닿지 않는 어휘입니다. 명사형인 feature는 사전에서 특징이나 특성이라고 설명되지만, 우
[우리문화신문=신부용 박사] 앞으로 공학박사의 한글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이어싣기(연재)하려 하는 신부용입니다. 왜 한글이야기를 하면서 공학박사를 내세우냐고 하실 것 같아 미리 말씀드립니다. 저는 토목공학과를 나와 캐나다에 가서 교통공학을 전공하여 학위를 받았습니다. 80년 말에 KIST에 유치과학자로 귀국하여 교통연구원을 만들고 원장을 지냈습니다. 당연히 한글이나 언어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은 일이 없습니다. 아는 것이 있다면 중고등학교 국어교실에서 배운 것, 그리고 궁금한 점을 인터넷 검색이나 공개 세미나에 가서 얻은 것입니다. 이러한 지식은 상식 수준을 넘지 못하겠지만 제 한글이야기는 강단에서 전문교육을 받은 분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그리고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게 될 것입니다. 지식을 전달하려 하기보다는 의문점을 제시하고 토론을 유도하여 함께 해답에 도달하도록 해 볼 것입니다. 물론 정확한 해답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소득도 중요하리라 기대합니다. (글쓴이 말) 첫 번째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이 과연 한글이 세계 으뜸 문자인지입니다. 누구든 한글을 조금이라도 알고 나서 다른 문자와 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