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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전략의 장 37회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운(命運)이 점차 흐려지고 있다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곽재우가 황망히 물었다.

“남해 바다는 어떻소?”

“도도 다카토라 (とうどう たかとら)를 총대장으로 와키자카와 구루시마, 가토 등이 수군 3만에 대형, 중형, 소형 배 1,000 여 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함정에 빠져서 조선 수군이 칠천량에서 참패를 당하고 말았지요.”

그러자 원균장군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왜적과의 전쟁을 통하여 이 사람이 가장 많은 장병들을 죽게 하였소. 이제 내 육신은 나의 것이 아니외다. 그 이 만의 혼으로 일본 놈들을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으니 부디 나를 선봉으로 삼아 주시요!”

“아닙니다. 통제사 이 장군님, 아버님은 연로 하시니 일당백(一當百)의 원사웅을 선봉에 삼으시는 것이 옳은 줄 아옵니다.”

원균의 두 눈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네 이노옴! 아직도 비린내가 가시지 않은 놈이 감히 누구를 능멸하려 드는 것이냐? 썩 물러가라!”

노장의 음성에서는 쇳소리가 울렸다. 바다의 노한 파도가 집채가 되어 중인들을 일거에 덮쳐오는 것만 같았다. 원균은 아들 원사웅에게 양보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현실을 직시하옵소서. 일본의 장수들은 하나같이 젊고 혈기 왕성한 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자에게 맡겨주옵소서.”

“당장 물러나지 못하겠느냐? 왜놈들이 날뛴다고 너도 어른을 무시하는 것이냐? 애비를 늙은이 취급하는 것이냐 말이다!”

원사웅의 호안(虎眼=범의 눈)에 그렁한 눈물이 맺어졌다. 사실 원균은 58세로 적은 나이가 아니었다. 보통은 손자들의 재롱을 바라보며 노년을 마감해야 할 때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칠천량에서 대패를 당한 원균은 오로지 복수의 일념으로 펄펄 끓고 있는 것이다. 원균이 통제사에게 직접 읍소하였다.

“장군, 굽어 살피소서. 이 사람은 잠을 잘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으며 숨을 쉴 수조차 없소! 판옥선의 난파(難破) 소리와 원귀(寃鬼)로 변한 병사들의 아우성이 지금도 날 부르고 있나이다. 일본 왜적들의 가소로운 웃음이 귓가에 쟁쟁하여 견딜 수가 없소이다!”

이순신은 장수 원균의 애절한 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다. 자신조차도 죄 없이 산화(散花)한 조선 수군들만 생각하면 울화가 목젖을 타고 올라와서 견딜 수가 없었다. 서러움이 백 리요, 억울함이 천 리에 달했다.

“약속하외다. 원장군에게 반드시 기회를 드리겠소이다. 고정하시고 정도령의 전술전략에 대해서 우리 모두 집중해 봅시다.”

 

   
 
이순신은 분위기를 일신 시키며 정도령을 좌중에게 소개 시켰다. 정도령은 단아한 몸짓으로 일어나 좌중에게 가벼운 묵례를 보내고 남해바다를 중심으로 한 수군 지도를 펼쳐보였다. 이어서 그의 청량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칠천량에서 대승을 거둔 일본은 그 여세를 몰아서 대대적 공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목표는 이순신 함대의 종말을 고하는 것이지요. 바다를 장악하게 된다면 일본은 서해바다를 이용해서 조선의 한양과 중국 명나라를 바로 공격할 수 있게 됩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야심이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운(命運)이 점차 흐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명운이 흐려진다는 것은 죽음이 임박 했다는 겁니까?"

전승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 정도령은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계곡에 청량수가 흐르는 것처럼 경쾌하고 유연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