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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마이산(馬耳山)은 산의 모습이 말의 귀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마이산은 본래 바다밑에 돌맹이들이 굴러다니다가 굳어져 바위가 되었고, 그 바위암반이 수억년의 지각변동으로 차츰 차츰 땅이 되더니 이제는 한국의 남부지방 진안고원의 중심에 우뚝 솟아난 산이 된 것이다. 이렇게 생겨난 마이산이지만, 그 주변이 온통 험한 산지인지라 농사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여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늘 살기에 힘들었다.
그런데 마이산에 이갑룡(1860~1957)이라는 사람이 살면서 평생을 쌓은 돌탑이 있은 후 마이산은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되었다. 이갑룡 처사는 조선의 말기 외세들이 넘보던 때인 25살 되는 해(1885년) 뜻한 바가 있어 입산수도하게 되었는데, 수도를 마친후 산신령의 계시를 받아 평생동안 공을 들여 이곳 주변에서 얻은 돌들을 모아 돌탑을 쌓기 시작하였다. 작은 것은 1m 정도부터 큰 것은 10m에 이르는 높은 탑까지 시간만 되면 돌을 주워다 하나씩 쌓았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고 보니, 이곳 마이산 계곡에는 120여개의 돌탑이 쌓여져 사람들이 찾게 되었고, 이제는 마이산 하면 누구나 떠오르는 명물이 되었다.
그렇게 쌓은 탑은 대부분 이곳 주변에서 주워 모은 돌들이지만, 천지탑을 비롯한 큰 탑들은 팔도의 명산에서 일부러 가지고 온 돌들을 2~3개씩 섞어서 팔도의 정기를 모으고자 쌓았다고 한다. 마이산 돌탑은 한국의 절들에서 보이는 반듯하게 다듬은 건물형식의 탑이 아니라, 자연석 막돌을 모아서 허튼층으로 쌓은 탑으로 그 높이는 다양하지만 층은 나누어 볼 수가 없다. 그가 쌓은 탑중에도 특별히 이름을 붙이고 그 높이를 다른 탑들에 비해서 높게 쌓은 탑으로는 천지탑, 오방탑, 약사탑, 일광탑, 월광탑, 흔들탑 등이 있는데, 이들 주요 탑들의 주변에는 신장탑들이 배열하고 있어 주요탑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80여기의 탑들은 높이 솟아 있어 언듯 가냘프고 위태로워 보이지만, 한국에 몰아친 수많은 태풍과 비바람, 벼락에도 전혀 손상됨이 없이 그대로 서있는 모습이 정말 경이롭기 그지 없다. 이갑룡 처사가 쌓고, 그가 세상을 뜬 지 어느덧 60 해가 되었지만 탑을 보수하는 일은 없다. 그런데 특이한 일들이 지금도 일어나는데, 겨울철이 되면 탑의 기단에 깨끗한 정안수를 떠놓고 기도하면 정안수 물이 역고드름이 되어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이다. 그러면 그가 원하는 소원도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또 탑사의 신비함을 전하는 유물로는 이갑룡 처사가 마이산 산신령의 계시를 받아 적은 30권분량의 책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중 2권만이 전하고 있다고 한다. 그 책의 내용을 보지 못하여 아쉽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원력과 그 원력의 실천으로 이루어진 신비한 돌탑들을 보면서 사람이 마음을 크게 먹는다면 혼자서라도 정말 큰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고 느끼는 좋은 본보기가 바로 이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구석구석 수많은 조상들의 유적들이 있고, 명산에는 반드시 대찰이 있었으니, 명산 마이산의 탑사 또한 이에 벗어나지 않는 훌륭한 한민족의 보배가 되었다. 그런데 그 좋은 유적을 둘러보고 오는 길에 만난 음식점들은 기자의 눈에는 너무 아쉬움이 컸다. 절은 깨달음을 추구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곳으로, 그 무엇보다도 살생을 금하는 것을 으뜸으로 삼는 종교인데,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그져 경치나 구경할 뿐 그 안에 품고 있는 좋은 가르침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 했기 때문이다. 이왕에 온 산이고 절이라면 그저 눈으로 만족하고 입만 즐겁게 하는데 그치지 말고, 마음속 좋은 양식까지 담아간다면 이 얼마나 더 좋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