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공간’, ‘기억’ 이들은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좀처럼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어린이 체험전시《솔솔, 색깔바람》은 분명 우리 세계에 존재하지만 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대상에 호기심을 품게 하는 전시이다.
바람・공간・기억 등은 고정된 실체가 없다. 다시 말하자면 감성적이고 주관적인 영역의 것이다. 이들은 감상자의 경험과 상태에 따라 서로 다르게 해석되고 읽혀지기에 다채로운 모습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전시는 이처럼 정신적인 무형의 개념을 예술과 놀이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인지하고 상상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참여 작가 이지연은 아련한 기억의 조각을 공간의 형태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그는 평평한 벽에 선과 색을 이용하여 공간을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끝없이 이어가며 사라져가는 공간의 기억을 새롭게 재구상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동일한 주제를 다양한 색감의 천을 이용하여 흥미롭게 풀어낸다.
전시장에는 하늘거리는 색색의 노방 천이 천장에서부터 길게 내려와 공간을 재미있게 구획한다. 여러 색의 노방 천은 공간과 통로를 형성하는 동시에 천과 천이 중첩, 배색되며 풍성한 색의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아이들은 천으로 만들어진 아늑하고 유연한 공간을 헤치고 가로지르며 재미를 넘어 신비한 예술적 체험을 하게 된다.
뛰노는 아이들 사이로 천들이 나부끼며 오색빛깔의 색깔바람을 만들어낸다. 천위로는 아른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실루엣으로 그려지고 색 천으로 만들어진 공간은 움직임에 따라 호수 위 물결처럼 일렁인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그간 지각하지 못하였던 무형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전시는 눈에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지만 우리 세계를 구성하는 소중한 것들을 놀이를 통해 상기시키며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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