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오냐 나는 죽어도 뭉우리돌 정신을 품고 죽겠고, 살아도 뭉우리돌의 책무를 다하리라” 이는 백범 김구 선생이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되어 일제순사로부터 ‘지주가 전답에서 뭉우리돌을 골라내는 것이 상례’라며 고문과 함께 자백을 강요받았을 때 한 말이다. 《백범일지》에 나오는 ‘뭉우리돌’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풀이하길 ‘모난 데가 없이 둥글둥글하게 생긴 큼지막한 돌’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백범이 말한 ‘뭉우리돌’을 찾아 전세계를 찾아 헤맨 남자가 있다. 사진작가 김동우(40) 씨다. 그는 왜 카메라 하나를 들고 전세계를 헤매었을까? 바로 세계에 흩어진 독립운동의 흔적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우리가 미처 챙기지 못했던 나라밖 곳곳에 남아있는 독립운동사의 현장을 달려가 사진으로 찍어 《뭉우리돌을 찾아서》(류가헌 출판) 라는 책으로 우리 앞에 선보인 김동우 작가의 사진전 겸 출판기념회가 어제(26일) 저녁 5시, 서울 종로구 류가헌 화랑에서 있었다.



김동우 작가를 사랑하는, 아니 김동우 작가가 추진하고 있는 ‘나라밖 독립운동의 흔적’이 궁금한 사람들과 지인들이 모인 조촐한 출판기념회였다. 출판기념회 겸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화랑 ‘류가헌’ 지하 계단을 내려가며 기자는 금세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전세계에 흩어진 독립운동 사적지를 돌아다니며 카메라에 담고자 했던 작가의 열정은 3.1만세운동 100돌을 맞이하는 오늘도 여전히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안타까웠다.
크고 화려한 화랑이 아니라서가 아니다. 수많은 언론의 취재 열기가 없기 때문도 아니다. 뭐라 할까? 밖의 크고 화려한 곳에서는 3.1만세운동 100돌 행사를 위한 이벤트성 행사들이 착착 진행되고 있지만 음지에서 묵묵히 “독립투사들의 작은 흔적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젊은 작가의 지난한 노고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기자 역시 아무도 관심이 없는 여성독립운동가 기록을 위해 지난 10년간 집필의 시간을 보낸 사람으로 사진작가 김동우 씨의 지난한 시간을 누구보다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제 열린 출판기념회는 내빈들의 테이프 자르기에 이어 박남수( 3·1운동 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상임대표)대표의 축사가 있었다. 박남수 대표는 “김동우 작가가 중국, 중앙아메리카, 멕시코, 인도, 쿠바, 미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네덜란드 등 9개국의 100여 곳에 흩어진 독립운동 유적지를 찾아 사진에 담은 것은 단순히 지난 과거 100년의 역사를 기록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 작업은 새로운 100년의 역사를 여는 작업이며 뭉우리돌로 대표되는 독립운동의 선구적인 일이라고 확신합니다. 그 노고를 참석한 모든 분들과 함께 치하합니다.”라고 김동우 작가의 노고를 치하했다.
“김동우 작가를 알게 된 것은 로스앤젤레스 유적지를 찾아 왔을 때였습니다. 젊은 사진작가가 독립운동 유적지를 찾아 기록하는 모습에 감동했으며 최대한 협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그러나 매우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김동우 작가의 출판기념회 소식을 듣고 비행기표를 앞당겨 사서 달려왔습니다. ”




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김동우 작가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배국희(대한인국민회 전 이사장) 씨의 말이다. 배국희 이사장은 KBS해외동포상 수상자로 오는 3월 5일 시상식을 위해 방한 예정이었으나 김동우 작가의 출판기념회 개관식에 참석하고자 남편 김부운 교수와 단걸음에 달려와 책잔치 자리를 빛내주었다.
“진짜 힘들었습니다. 이 말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이번 사진 전시도 3.1운동 100주년추진기념사업회의 도움으로 가능했습니다. 힘이 들지만 교과서에서 가르치지 않는 역사를 알린다는 자부심으로 도전하고 있습니다.” 김동우 작가는 이번 사진전과 사진집 출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숨겨진 독립운동사를 기록하고 발굴하려는 사진가 김동우의 행보를 응원해 주세요. 1전 모금운동 동참은 한 푼 한 푼 모아 독립군을 후원했던 100여 년 전 그 마음을 되살리는 일입니다. 후원금은 《뭉우리돌을 찾아서-만주편》 제작에 쓰입니다. 후원해주신 분들의 이름은 만주편 책 제작 시에 고마운 마음을 담아 이름을 실어드릴 예정입니다.”
전시회장 입구 전단에 적힌 글귀가 가슴을 울린다. 기자도 이날 38,000원 하는 사진집 한권을 샀다. 김동우 작가의 꿈이 이뤄지도록 많은 관심과 후원이 있길 빈다.
*책: 《뭉우리돌을 찾아서》 류가헌 출판, 38,000원
*전시회: ‘뭉우리돌을 찾아서’ 3월 10일까지이며 종로구 효자동 사진전문화랑 류가헌 지하 1층에서 열린다.
*또 다른 전시회: 3.1절 100주년 특별전,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2월 21일부터 7개월간
*김동우 작가 후원: 기업은행 010-9971-3150(김동우)
*문의: 사진전문 화랑 류가헌 : 02-720-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