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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꽃 활짝 핀 강릉 오죽헌의 봄빛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산첩첩 내 고향 여기서 천리

꿈속에도 오로지 고향 생각뿐

한송정 언덕 위에 외로이 뜬 달

경포대 앞에는 한줄기 바람

갈매기는 바다 위를 오고 가겠지

언제쯤 강릉 길 다시 밟아가

어머니 곁에 앉아 바느질 할꼬  –신사임당-

 

신사임당은 서울 시집에서 늘 고향에 홀로 계신 친정어머니를 그렸다. 지금처럼 보고 싶으면 단숨에 달려 갈 수 있었던 시대가 아니었으니 ‘한송정 위에 뜬 달’도 외로워 보였으리라.

 

 

 

어제(20일)낮, 봄이 한창인 강릉 오죽헌을 찾았다. 율곡 이이(1536~1584)와 그의 어머니 신사임당(1505~1551)의 생가가 있는 오죽헌(烏竹軒)은 보물 제165호로 지금 오죽헌 뜰에는 탐스런 꽃송이를 자랑하는 모란과 명자꽃, 진달래가 활짝 피었고, 줄기가 까만 대나무(오죽,烏竹)가 파릇파릇하다.

 

화창한 봄날을 즐기려는 듯 주말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많이 눈에 보였다. 신사임당과 율곡의 체취가 느껴지는 안채와 사랑채, 문성사 등에는 문전 성시를 이룰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아 왔다. 지금으로부터 483년전, 율곡이이가 태어난 오죽헌 몽룡실(夢龍室) 툇마루에는 율곡 이이가 평생 신조로 삼았던 글귀가 적혀있다.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 예가 아니면 듣지도 말고 / 예가 아니면 말하지도 말고 / 예가 아니면 행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니 / 이 네 가지는 몸을 닦는 요점이다” - 율곡의 《격몽요결》 -

 

 

 

 

오죽헌 안,  문성사 뜰 안의 귀퉁이에는 신사임당과 율곡 때부터 있던 600년된 매화나무가 있는데 어제 찾았을 때는 이미 매화는 지고 대신 매화나무에 파란 싹이 돋고 있었다. 나무나이 600년을 자랑하는 이 나무는 율곡매(栗谷梅)라 불리며 3월 중순에 가야 활짝 핀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율곡매의 꽃을 못 보았다면 가까이 있는 율곡송(栗谷松)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일이다. 푸르른 소나무 곁에는 사임당 배롱나무도 있는데 아직 배롱나무는 앙상한게 겨울 모습 그대로다. “사임당과 율곡 모자(母子)가 어루만졌을 이 배롱나무는 율곡송(栗谷松), 율곡매(栗谷梅)와 더불어 오늘날 오죽헌을 지켜주는 수호목이다”라고 표지판에 적혀 있다. 그래서일까? 배롱나무는 강릉시의 시꽃(市花)이다.

 

오죽헌을 둘러보고 나니 뜰에 탐스럽게 핀  모란꽃이 눈에 어른거린다. 문득 영랑의 시가 떠오른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뒷 줄임)

 

 

 

 

머지 않아 탐스런 모란도 그 잎을 뚝뚝 떨굴 것이다. 지난해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게 무슨 대수인가. 율곡과 사임당의 생전에도 꽃은 피고 졌을텐데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이 아름다운 모자(母子)가 여기 이 자리에서 오래도록 우리를 불러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향기로운 삶을 살고 간  어머니와 아들! 패륜이 난무하는 세상이라 그런지 두 분이 더욱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