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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조선후기 관직을 강매했던 가짜 공명첩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483]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조선시대에 관원에게 품계와 관직을 내릴 때 주는 임명장을 교지(敎旨)라고 합니다. 교지는 관원을 임명할 때뿐만 아니라 임금이 시호(諡號), 토지, 노비 등을 하사할 때도 발급되었는데, 대한제국 때에는 황제가 내려주는 칙명(勅命)이라는 문서가 이를 대신하게 되지요. 그런데 여기 국립고궁박물관에 교지도, 칙명도 아닌 교명(敎命)이란 이상한 문서도 있습니다. 더구나 임명되는 사람 이름이 쓰여 있어야 할 부분은 공란으로 비워두고, 누군지도 모를 사람에게 경기전(慶基殿)의 행(行) 수원참봉(水原參奉)인 관직을 임명하는 문서입니다.

 

 

문서를 발급한 때는 대한제국 때인 광무 6년 3월 아무개 날로 날짜는 기록하지 않았으며, 황제의 옥새인 ‘칙명지보(勅命之寶)’가 날인되어 있지요. 문서의 마지막에는 문서 발급자의 직함과 이름인 ‘궁내부 대신 육군부장 심상훈’이 적혀 있고, ‘궁내부대신인(宮內府大臣印)’이라는 인장이 날인되어 있습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이 문서는 가짜 임명장입니다.

 

조선후기부터 빈곤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하여 나라에서는 관직을 주고 돈을 받았습니다. 이때 발급한 임명장은 이름을 비우고 발급한 문서라는 뜻으로 ‘공명첩(空名帖)’이라고 하지요. 공명첩을 산 사람들은 관직을 받고, 역(役)에서 면제되었습니다. 하지만, 위 문서는 어설프기 그지없는데 ‘칙명’도, 교지도 아닌 왕비ㆍ왕세자 등을 책봉할 때 내리는 ‘교명’입니다. 더구나 여기에 찍힌 도장들도 조잡스러워 가짜 문서임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이 문서는 지방 수령이나 그 아래 아전들이 만들어서 백성들에게 강매했을 가능성이 큰 가짜 공명첩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