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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021년 3.1절의 새로운 과제

코로나로부터 새로운 독립운동을 하라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86]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2년 전(2019년) 우리는 3.1절을 크게 기렸다. 일제의 압제 속에서 신음하던 우리 민족이 막힌 숨통을 트기 위해 우리나라 전역에서 비무장 평화운동을 일으킨 지 100년이 됐음을 기리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때의 3.1운동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이번에는 공교롭게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 때문. 3.1만세운동이 번져나가던 그때 우리나라에도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이 크게 유행했었다는 사실이 다시 알려지면서부터다.

 

그것이 스페인 독감이었다고 한다. 1918년에 가장 창궐해서 전 세계적으로 몇천 만 명이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 독감이 우리나라에서도 엄청 피해를 주었는데 그때 1차, 2차 유행에 이어 3차 유행이 마침 3.1만세운동이 일어날 때 밀려와 피해가 가중됐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1918년 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가을로 접어들면서 변종이 생겨 9월 이후 세계에서 사망자가 3,000만 명 넘게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2005년에 미국 알래스카에 묻혀 있던 한 여성 스페인 독감 희생자의 폐 조직을 채취한 뒤 여기서 이 바이러스의 8개 유전자 배열을 재구성해 냄으로써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를 재생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렇게 다시 찾아낸 스페인독감 바이러스의 구조가 전염성이 강한 H5N1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요즘 바이러스와 같은 종류인 것이다.​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창궐하던 독감이었기에 우리 한반도는 무풍지대였을 것 같지만 미국과 유럽처럼 그해 1918년 일제 강점 하에 있던 우리나라도 9월부터 크게 번졌다고 한다. 1918년 12월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충남 서산 한 개 군에만 8만 명의 환자'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실렸고, 심지어는 중국 상해에 있던 백범 김구 선생도 1919년 20일 동안 스페인 독감으로 고생하셔서 중국에서 저격받아서 입원 치료한 때 빼고는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갔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아시아 지역의 1918년 인플루엔자 유행에 대한 통계 조사자료는 매우 드물고 자료마다 그 피해 상황을 각각 다르게 보고하고 있어서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90년대 초반의 한 조사연구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1918년 10월에서 12월 사이에 인플루엔자가 가장 기승을 부렸고 전 인구의 1/3이 걸렸다고 한다. 사망자는 25만 명이 넘었고 인플루엔자에 의한 사망률은 4.25명으로 보고되었다. 그 이후에도 1919년 9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약 6만 6천 명이 더 사망한 것으로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1918년 조선총독부 통계연감에 총인구 1,670만 명 가운데 44%인 742만 명의 독감 환자가 발생해 14만 명이 죽은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식민지 정부의 통계보다도 더 많은 백성이 죽었을 것은 분명하다. 1919년 기미년 3.1만세운동 직전의 상황은 매일신보에 따르면 각급 학교는 일제히 휴교하고 회사는 휴업했다. 농촌에서는 들녘의 익은 벼를 해가 지나도 거두지 못할 정도로 상여 행렬이 끊이질 않아 조선 팔도의 민심이 흉흉했다고 한다(배진건 칼럼니스트 조사)​

 

이렇게 스페인 독감이 한반도를 덮은 직후에 3.1만세운동이 일어났는데 이런 모진 상황에서도 우리 백성들이 독립을 외치며 분연히 일어난 것을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 총독부 발표를 보면 3.1만세운동 이후 전국을 휩쓴 시위운동은 집회 횟수 1,542회, 참가 인원수 202만3.089명, 사망자수 7,509명, 부상자 1만5,961명, 검거자 5만2,770명, 불탄 교회 47곳, 학교 2개교, 민가 715채나 됐다고 한다. 전국에서 교회와 집을 불태웠다는 이야기이다. 그만큼 다른 나라의 강압 정치에 대해 우리 선조들은 일치되어 궐기했다. 마음이 하나로 모인 것이다.​

 

그때 일어난 독감이 스페인 독감이라고 하지만 사실 스페인에서 발생한 것도 아니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더 일찍 발생했지만, 영국은 전쟁 중이라 언론이 통제됐지만 스페인은 통제가 느슨해서 관련 보도를 열심히 한 것이 거꾸로 스페인 독감이란 이름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고 그때에도 중국이 발원지라는 추측도 있었지만, 확인되지 못했는데, 100여 년 만에 거의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발원지가 어디냐는 문제를 넘어선 것 같다.

 

 

이런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1918년 봄에 일어난 독감이 2년 이상 여러 차례 거듭 밀려와 큰 피해를 낸 것에서 보듯 지금 우리가 겪는 이 미증유의 코로나19라는 독감도 다시 3차, 4차 유행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것이 지난 해 상반기 이후라고 하면 올해도 코로나는 여전히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는 것이 정상이다. 전 세계가 막 백신을 찾아내어 이를 보급하고 있어 희망에 차게 되었지만, 변이바이러스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금방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이다.

 

바이러스를 맨손을 싸워 이길 수 있느냐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서 백신 다음으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곧 접촉을 줄이고 바이러스의 유통을 막는 일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싸움에서 이기려면 다시 3.1만세운동 때처럼 국민이 마음을 합쳐 더 참고 필요한 방역수칙을 모두 지켜주어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지난 설 명절에 부모도 못 만나고 가족도 못 만난 채 보내야 했던 우리지만, 그러기에 직계가족은 만날 수 있도록 완화가 되었다고 하지만, 이때 우리가 비상한 경계심을 갖고 특히 집단시설이나 집합시설에서 지켜주지 않으면 다시 엄청난 유행이 올 수 있고, 그렇게 더 길어지면 정말로 많은 분의 생계가 무너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다시 하루 4~ 500명을 오르내리는 신규확진자가 여전히 나오고 있고 가족, 지인의 전파가 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과거 100년 전 3.1만세운동 때 2년으로 끝난 독감의 주기가 더 길어질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더 솔직해져야 한다. 구차한 변명이나 엄포 대신 방역 부분에 잘못이 있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에게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백여 년 만에 다시 맞는 3.1절이 그렇게 일제로부터가 아니라 이제는 코로나로부터 새로운 독립운동을 하라는 명령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