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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사진이 포착한 ‘즉흥연주’ 같은 일상의 순간들

이재형 사진전 , 5월 4일부터 류가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하루를 걸으면 수백 장의 사진이 쌓인다. 사진만이 아닌 사진들. 그 당시 들었던 음악이 사진에서 들려온다. 사진을 찍을 당시 피사체 건너편에서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있던 신문가판대의 목소리들도 담겨있다. 그 수백 장, 수천 장에서 다시 몇 장을 고르기까지 내 머릿속에는 수만 번의 네가, 우리가 그리고 내가 다녀가는 것이다.’

 

사진가 이재형은 일본에서 예술학을 공부한 학예사이기도 하다. 유학에서 서울로 돌아온 이후 6년 동안 ‘매일매일’ 자신의 일상생활 반경과 주변부에서 마주치는 우연 또는 필연의 풍경과 상황들을 사진에 담았고, ‘그 수백 장, 수천 장에서’ 몇 장을 골라 첫 전시를 연다. 이재형 사진전 <DAY BY DAY>다.

 

 

 

특별한 장소나 주제를 정해놓고 피사체를 찾아다닌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어떤 순간이 드러날 때를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이를테면,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는 중이던 용산구 보광로 60길 위에 잠시 잠깐 펼쳐진 풍경. 체리색 바탕에 파란 줄무늬가 그려진 셔츠를 입은 남자는 가운데에서 왼쪽으로 나가는 중이고 왼쪽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남자는 차도에 그려진 우회전 화살표처럼 우측을 향해 가고 있다. 귀퉁이에서 들어오는 중인 흰 트럭은 밝은 셔츠를 입고 머리에 태양볕을 받은 사내와 함께 화면 오른쪽의 명도를 높이는 중이다.

 

매일매일 벌어지는 일상의 대수롭지 않은 거리 풍경이지만, 선과 색과 형태가 만나고 섞이고 흐르다가 셔터를 누른 그 순간에 정지해, 즉흥연주와도 같은 하나의 장면을 구성한다.

 

작업노트에서 스스로 ‘풍경에 입혀진 찬란한 색들에 취해 정신없이 두리번거린다’라고 했듯이 멀리서 본 빨갛고 파란색에 반해 다가갔다가, 파란 셔츠 위에 무엇인가를 반대한다는 스티커를 등에 붙인 빨간 조끼를 걸친 사람을 한 자의 사진에 담기도 했다. 화려할수록, 눈에 띌수록 외롭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 사유까지 사진에 담겼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사진에는 찍던 순간의 자신이 있고, 피사체의 이야기 또한 영원히 그 순간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서로 마주 보고 있다가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는 순간 사라져버린 얼굴처럼. 길바닥에 벌려진 싸구려 성화의 광배 위에 쏟아져 내리쬐는 햇빛처럼. 즉흥적으로 연주되던 그 순간들이 사라지지 않고 그가 구축한 사진 공간 안에서 끊임없이 재생되는 것이다.

 

이재형 사진전 <DAY BY DAY>는 5월 4일부터 2주간 류가헌 2관에서 열린다.

 

전시 문의 : 02-720-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