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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탄소중립을 위해 ‘기후미식’을 실천하자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61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기독교 내에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열심히 환경운동을 하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라는 단체가 있다(아래 ‘기환연’이라고 줄여 부름). 기환연에서는 환경부와 기후환경네트워크의 후원을 받아 ‘한국교회 탄소중립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기환연에서는 2021년 지구의 날인 4월 22일부터 세계환경의 날인 6월 5일까지 7주 동안 누리집과 유튜브를 통해 기후위기 비상 행동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운동을 진행하였다.

 

기환연은 “탄소중립을 위한 일곱 가지 실천으로 창조세계를 온전히 회복합시다”라는 구호 아래 기독교인이 따라야 할 행동 지침으로 7가지(생명경제, 녹색서재, 그린에너지, 녹색교통, 기후미식, 슬로우패션, 미니멀라이프)를 내보였다. 그 가운데서도 ‘기후미식’이라는 말이 생소하다.

 

 

기후미식이란 무엇인가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다. 기후미식(氣候美食, Climate gourmet)은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식생활”을 뜻한다. 기후미식이 필요한 근거로서 기환연에서 제시하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식품의 생산과 운송, 보관, 폐기 과정에서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되고 있다. 특히 육류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전체 탄소 배출량의 약 22%를 차지한다. 우리의 밥상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면 건강을 살리고 지구를 살릴 수가 있다.

 

구체적으로 기후미식의 실천방안으로서 기환연에서는 채식을 제시한다. 기환연은 기독교 단체답게 채식이 필요한 이유를 성경에서 찾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창세기는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의 먹을거리가 되리라.”(창 1:29)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이미 하느님은 채식만으로도 우리가 먹고 살아가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이 세계를 창조하신 것이다. 다니엘서에는 느부갓네살 임금의 왕궁에 머물던 다니엘이 채식만으로 육식하는 다른 사람들에 견줘 “더욱 아름답고 살이 더욱 윤택”(단 1:15)하게 보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기 전 제자들과 마지막으로 나누신 성만찬의 식탁 역시 떡을 가지고 축복(마가 14:22)하셨고 음식상에는 떡과 포도주로 차려진 소박한 채식 식단이 차려져 있었음을 기억해볼 필요가 있다.

 

채식이 기후위기를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곡식을 재배하여 가축을 먹이고 사람이 가축의 고기를 먹는 육식은 사람이 곡식을 직접 먹는 채식에 비해 에너지 낭비적이다. <작은 행성을 위한 식사>라는 책에서 저자인 라페는 인류의 식사 방식에 따라 필요한 경작지의 면적을 비교하였다. 한 사람이 완전 육식을 한다면 10,000㎡의 경작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 사람이 완전 채식만을 한다면 200㎡의 경작지만이 필요하다. 육식은 채식에 견줘 많게는 50배나 많은 경작지가 필요한 것이다.

 

에너지 소비량으로 볼 때 축산은 비효율적이다. 인간이 곡식이나 채소를 먹을 때에 비해 달걀이나 우유를 먹고 싶어 하면 2배나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쇠고기를 먹으려면 채식에 견줘 7배나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고 운반하고 포장하고 판매하는 전과정에서 60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인류가 소고기를 많이 먹을수록 기후변화가 심각해진다는 이야기는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다.

 

2019년 8월에 유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는 특별 보고서를 발표했다. 에너지 생산방식과 운송수단 전환만으로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으며, 육류와 우유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IPCC는 전 세계 온실가스의 22%가량이 가축 생산과 소비로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소를 키우기 위해 밀림이 파괴되고,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토지와 물, 화석연료가 쓰이며, 방귀와 트림을 통해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훨씬 큰 메탄가스가 다량으로 발생한다.

 

인류의 식사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극복은 난관에 부딪힐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오랫동안 육식에 길든 인류가 기후위기를 막아내기 위하여 육식을 중단할 것 같지는 않다. 종교적인 이유에서 육식을 하지 않는 스님을 빼고 일반인이 채소와 곡물만 먹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류의 역사를 보더라도 채집과 함께 수렵은 식량 확보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육식을 중단하자고 외치는 것보다는 육식을 줄이자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채식과 육식의 비율은 어느 정도가 바람직할까?

 

사람 몸의 구조에 답이 있을 것이다. 사람의 이빨을 보면 채식을 위한 어금니의 수는 육식을 위한 송곳니의 4배나 된다. 그러니까 채식과 육식의 비율은 4:1로 하는 것이 정상적인 식생활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이 육식을 많이 하자 성인병이 늘고 있다. 육식을 많이 하면 혈관에 노폐물이 쌓인다. 콜레스테롤이 많아지는 것도 육식이 원인이다.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늘리는 일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지구를 위해서도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 제안한 기후미식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자 하는 독자는 아래 유튜브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youtu.be/GIXv9-GVdw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