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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역사적 기억을 상기시키는 돌팔매

이세현 사진전 <어떤 지점>, 11월 30일부터 류가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풍경을 향해 무언가가 던져졌다.

돌멩이일 때도 있고 깨진 벽돌, 한 줌의 흙이거나 풀이기도 하다. 그냥 두었으면 그대로 그저 오늘의 풍경이었을 그곳에 팔매질이 되자, 고요하던 표면에 파문이 인다. 때로는 돌멩이에 맞은 유리창처럼 풍경이 깨진다. 그리고는 깨진 풍경의 틈새로 어떤 기억들이 스며 나온다.

 

능선 너머에 갈 수 없는 북녘땅을 감추고 있는 DMZ 산들에서는 6.25 전쟁의 공포와 그 전쟁이 남기고 간 수 많은 상흔이, 광주 금남로 5.18 민주광장에서는 옛 전남도청 분수대 앞에 모여든 군중들의 함성이, 푸른 바다에 떠 있는 일본 나가사키의 섬에서는 강제노역에 시달리는 군함도 조선인들의 신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2021년 현재의 풍경이 걷히면서, 1940년대, 50년대, 80년대 지난 과거 ‘어떤 지점’의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팔매질을 한 작가는 사진가 이세현이다.

 

그는 근현대사에서 사건의 중심에 있던 장소이면서 현재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안고 있는 역사적 공간들을 찾아다녔다. DMZ, 광주 5·18민주광장, 군함도 외에도 일제강점기의 강제노역과 여순사건의 아픔이 지척에 자리 잡은 마래 제2터널, 118명 광부의 안타까운 사연이 서린 해남의 옥매광산 등이 그곳이다.

 

그리고 그 풍경을 향해 돌멩이, 벽돌, 흙과 풀 한줌으로 시각화한 ‘질문’을 투척한 것이다. 돌과 흙 등은 ‘옛 전남도청 건물 외벽의 벽돌’처럼, 모두 실재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서 채집한 것들로서 그날의 사건 현장을 지켜본 관찰자들이기도 하다.

 

 

 

 

작가는 말한다.

“장소는 어떤 역사가 실재했었다는 것의 물리적 증거입니다. 저는 그 장소에 돌을 던지는 행위를 통해서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적 사건들이 다시 상기되고 그 안에 은폐된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를 바랍니다.”

 

모두 32개의 역사 속 ‘어떤 지점’이 드러나는 이세현 사진전 <어떤 지점>은 11월 30일부터 12월 12일까지, 사진위주갤러리 류가헌 전관에서 열린다.

 

문의 : 02-720-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