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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리고 우리말

새 상설전시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 계획>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실, 개관 8돌 맞아 개편 개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한글박물관(관장 황준석)은 2022년 1월 21일부터 새로운 상설전시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 계획>을 연다. 2014년 10월 9일 한글날에 개관한 국립한글박물관은 개관 8년 차를 맞아, 상설전시실을 전면 개편했다. 한글문화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훈민정음》의 서문을 바탕으로 기획한 전시장에서는 한글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문자 자료부터 현대의 한글 자료까지 191건 1,104점의 한글문화 관련 유물을 만나볼 수 있다.

 

벽면과 바닥면을 동시에 활용한 실감 영상, 인터렉티브북(글자와 그림이 움직이는 책), 투명디스플레이 영상 등 다양한 ICT(정보기술과 통신기술의 총칭) 미디어를 사용해 전시 내용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노후화된 전시장 내 시설 및 로비 공간 전체를 개선함으로써 보다 양질의 전시 관람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세종이 직접 쓴 《훈민정음》 서문을 바탕으로 기획한 상설전시

 

 

‘한글박물관’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유물은 무엇일까? 아마 많은 사람이 《훈민정음》을 떠올릴 테지만, 애석하게도 한글박물관에는 《훈민정음》이 없다. 국내 유일본으로 알려져 있던 《훈민정음》은 간송미술문화재단에 소장돼 있으며(붙임 2-1), 2008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상주본 《훈민정음》은 소유권 분쟁에 휘말려 유물의 소재지와 보존 상태조차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새로 개편한 한글박물관의 상설전시는 우리의 대표 문화유산이자 한글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훈민정음》을 바탕으로 한글의 역사를 풀어낼 수 있도록 기획했다. ‘나랏말싸미 중국에 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새’라는 문장은 많은 사람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세종이 쓴 《훈민정음》 머리글의 첫 문장으로 새 글자를 만든 배경과 새 글자로 세종이 꿈꾼 세상이 담겨 있다.

 

이번 상설전시는 세종이 쓴 이 글귀를 통시적으로 재해석하여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1부)’, ‘내 이를 딱하게 여겨(2부)’,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3부)’, ‘쉽게 익혀(4부)’, ‘사람마다(5부)’, ‘날로 씀에(6부)’,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7부)’ 등 모두 7개의 공간으로 구성했다(붙임 1). 전시실 전체가 하나의 《훈민정음》을 상징하는 공간이 되는 셈이다.

 

새롭게 발견된 ‘15세기 한글금속활자’, ‘정소사 원정’ 등 새 한글 문화재급 소장 자료 한자리에

 

이번 전시에서는 한글박물관이 소장한 다양한 문화재급 소장 자료와 관 내외에서 새롭게 발견된 한글 자료들이 소개된다. 《유가사지론(13∼14세기)》, 《선종영가집언해(1495년)》, 《간이벽온방언해(1578년)》, 《곤전어필(1794년)》, 《말모이 원고(1910년대)》 등의 보물 자료를 비롯해 《무예제보언해(1714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훈맹정음(1926년, 국가등록문화재)》, 송기주타자기(1934년, 국가등록문화재) 등 다양한 등록문화재들이 나왔다(붙임 2-2).

 

 

이뿐만 아니라 지난 2021년 6월 서울 인사동에서 출토된 15세기 한글금속활자 가운데 330여 점도 전시된다. 한글금속활자는 더욱 면밀한 조사를 위해 올해 4월 3일 이후로는 조사기관으로 돌아간다. 이후 꽤 오랫동안 전시관에서 보기는 어려워지기 때문에 한글금속활자의 실물을 직접 관람할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붙임 2-3).

 

 

 

이 밖에도 조선의 22대 왕 정조가 쓴 한글 편지를 모아 놓은 정조한글편지첩과 양반 송규렴이 노비 기축이에게 쓴 한글 편지(붙임 2-4), 과부 정씨가 어사또에게 올린 한글 청원문(붙임 2-5), 조선의 마지막 공주 덕온공주가의 한글 자료(붙임 2-6), 일제 강점기 발명가 최윤선이 한글 교육을 위해 만든 조선어 철자기(붙임 2-7)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품은 유물들이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다양한 체험형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

 

전시장 도입부에서는 《훈민정음》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훈민정음》은 모두 33장(66면)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33장 원형의 이미지를 아크릴 모형으로 만들어 선형적으로 나열한 것이다. 어두운 공간에서 빛나는 길과 같이 보이는 《훈민정음》 조형물은 우리 글자가 없었던 어둠의 시대를 밝히는 빛인 한글을 상징한다(붙임 2-11). 전시장 내에는 《훈민정음》의 전체 내용을 쉬운 현대말로 풀이한 정보를 볼 수 있는 영상, 한글의 창제 원리와 세종의 일대기를 살펴볼 수 있는 인터렉티브북(글자와 그림이 움직이는 책)이 설치되어 있어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이 밖에도 조선 시대 여성들의 아름다운 한글 서체를 대형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정보 영상, 제사상 차리는 법을 익히는 놀이판 ‘습례국’(붙임 2-8) 놀이와 한글 점책 《평생생일길흉법》(붙임 2-9)으로 평생의 운수를 점쳐 볼 수 있는 체험 영상은 전시 관람에 재미를 더한다. 특히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이 만든 국어사전 원고인 ‘말모이원고’(붙임 2-10)와 투명디스플레이로 연출한 영상은 유물을 더욱 새롭고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내 손에서 즐기는 상설전시, 손말츨(휴대폰)용 전시 안내

 

이번 전시는 개인이 휴대한 전자기기를 활용하여 전시를 관람할 수도 있다. 박물관에 방문한 시간에 정기 해설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나, 혼자 조용히 관람하면서 전시 설명을 듣고 싶을 때 이용하면 좋다. KBS 엄지인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제공되는 손말틀용 전시 안내에는 7개의 전시 공간별 설명과 전시실 내 주요 유물 60여 건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다. 한글 말고도 영문, 중문, 일문 설명을 함께 제공하고 있어 외국인 관람객도 전시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손말틀용 전시 안내는 박물관 2층 안내데스크 또는 상설전시실 입구에 비치된 정보무늬(QR코드)를 카메라로 찍으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기존 상설전시실에서 유물의 이름 정도까지만 제공되었던 영문 번역을 전시ㆍ중국어ㆍ일어ㆍ태국어ㆍ베트남어ㆍ아랍어ㆍ스페인어 등 7개 나랏말로 뒤쳐(번역) 제공함으로써 외국인들이 전시 관람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였다.

 

전시 기대감을 높이는 현대적인 감각의 로비 공간

 

 

 

상설전시실 개편과 함께 상설전시실이 있는 2층 로비 공간도 전면 개편되었다(붙임 2-11). 이 작업에는 공간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건축가 양태오(태오양스튜디오)가 참여하여, 기존의 로비를 현대적 감각의 세련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전시실 입구로 이어진 로비 곳곳에는 한글의 조형성과 서체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다양한 영상 미디어들이 설치돼 있어, 전시를 보기 전 관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또 전시실 출구 쪽에 새롭게 마련된 휴게 공간에서는 박물관 앞 잔디마당과 용산 가족 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기분 좋은 휴식과 전시 관람의 여운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세종이 만들었던 스물여덟 개의 글자는 오늘날 스물네 개가 됐다. 다음 세대의 한글은 우리말의 변화에 따라 또 어떻게 달라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글을 사용하는 주체인 우리의 두 손에 한글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 속에 함께해 온 살아 있는 존재인 ‘한글’을 조명한 이번 전시를 통해 《훈민정음》에 담긴 세종의 위대한 문자 계획이 더욱 오랜 시간 빛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