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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하나 남은 단관 극장에 보내는 사진가 김지연의 헌사

류가헌, ‘안녕하세요, 광주극장’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안녕하세요, 광주극장’

 

‘광주극장’ 앞에 놓인 이 ‘안녕하세요’는 강세에 따라 여러 의미가 된다. 우선은 어르신에게 하듯이, 1930년대에 문을 열어 한 세기 가까운 세월을 지나온 극장에 건네는 반가운 인사다. 강세를 어절의 뒤에 두면, 멀티플렉스가 일반화된 환경에서 어떻게 스크린이 한 개인 극장이 지속 중일 수 있는지 오늘의 형편을 묻는 질문이 된다. 다른 한 가지는, 앞으로도 사라지지 말고 우리 곁에 있기를, 계속 안녕하기를 바라는 간곡한 기원의 목소리가 된다.

 

사진가 김지연이 광주극장을 사진 찍고, <안녕하세요, 광주극장>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여는 마음에는 이 강세에 따라 달라지는 세 가지 뜻이 모두 담겨있다.

 

 

 

<정미소>, <근대화상회>, <낡은 방>, <삼천원의 식사>에서 최근 전시 <남광주역>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에서 잊히고 사라지는 것들에 꾸준히 시선을 두어 온 사진가 김지연이고 보면, 80년 된 국내 유일의 단관극장인 광주극장을 기록한 일이 적이 자연스럽다.

 

사진은 2014년부터 한 해 동안 찍은 것으로, 사진가로서뿐만 아니라 기록물관리사(아키비스트)로서의 면모가 그대로 드러난다. “광주극장은 한 마리 늙은 호랑이 같았어요. 노쇠하고 이빨도 빠졌지만, 지난날의 권위와 용맹을 간직한 한 마리 맹수요. 단일건물을 대상으로 어떻게 작업할지 고민을 많이 하다, 시각적으로 또는 대중에게 드러나 보이는 부분 이외에도 할 수 있는 한 광주극장의 모든 구석구석을 다 기록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우선 저부터, 늙은 맹수의 속을 샅샅이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1층과 2층, 3층, 영사실을 비롯해 당시 폐허 상태로 남아있던 초창기 건물인 안채와 사람이 올라다닐 수 없는 구조의 천정도 들락였다. 또 안채로 들어가는 문처럼, 광주극장의 극장지기 김형수 씨가 의미를 두고 있는 부분들도 놓치지 않았다. 소소한 일상을 기억하고 있는 미화원 김양금 씨와 영화관의 상징인 간판을 오랫동안 그려온 간판예술가 박태규 씨도 대담해 동영상에 담았다.

 

 

 

 

작업 연도인 2014년은, 진안의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의 운영과 함께 기획자이자 관장 김지연으로 전주에 <서학동사진관>을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무렵이다. 진안과 전주를 오가면서 광주까지 동선을 이었으니, 광주극장 작업에 대한 그녀의 열정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좀 더 오래 잊히지 않고, 아직도 좋은 영화를 상영하는 귀한 장소라는 것을 많은 분께 알리고 싶다’ 한 작가의 말처럼, 많은 분이 ‘안녕하세요’ 하고 광주극장에 인사를 건네기를.... 김지연 사진전 <안녕하세요 광주극장>은 5월 1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갤러리 류가헌에서, 6월 4일부터 19일까지 전북 진안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에서 이어진다.

 

전시문의 : 류가헌(02-720-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