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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삼킴곤란​’이란 고통의 터널서 빠져나오기

책 표지의 모래시계 모양의 도형, 삼킴곤란의 고통을 잘 표현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194]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이 《삼킴곤란,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라는 책을 냈습니다. 우리문화 지킴이인 김 소장님은 인터넷신문인 <우리문화신문> 발행도 하면서, 그동안 《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 《아무도 들려주지 않는 서울문화 이야기》 등 우리 문화에 관한 책들을 많이 내셨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낸 책은 제목부터 독특합니다. ‘삼킴곤란’이라니? 《삼킴곤란,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은 김 소장님이 자신의 투병기를 책으로 낸 것입니다. 김 소장님은 지난해 9월 11일 뇌졸중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었는데, 후유증으로 음식물을 삼키지 못하는 장애 곧 ‘삼킴곤란(연하장애)이 왔습니다. 그리하여 대학병원에서 그해 10월 25일까지 치료를 받다가 재활병원으로 옮겨 같은 해 12월 23일까지 거의 100일 가까이 입원치료를 받았지요. 그리고 올해(2022년) 3월 3일까지 집에서도 열심히 치료를 하여 삼킴곤란을 극복하였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치료받기에 급급한데, 소장님은 그때그때 치료일지를 기록하였다가 이를 책으로 내셨네요. 역시 매일 매일 독자들에게 <얼레빗>이라는 번개글(이메일)을 보내주시는 분이라, 이러한 투병생활도 허투루 넘기지 않으시네요. 책 표지의 그림에서는 모래시계 모양의 도형에서 방울 하나가 겨우 구멍을 빠져나와 아래로 떨어지려 하고, 그 방울 밑에서는 한 남자가 쪼그려 앉아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있습니다. 남자의 모습이 검은 실루엣으로 처리된 것이 모래시계 도형과 함께 삼킴곤란의 고통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병에 걸리면 당연히 인터넷 등에서 자기 병의 원인과 예후 등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겠지요? 김 소장님도 전혀 생각지도 못하던 병을 앓게 되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터넷을 뒤져보았답니다. 그런데 뜻밖에 ‘삼킴곤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음은 물론 이해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가까스로 발견한 '삼킴곤란' 책이 눈에 띄어 주문하여 보았는데, 이 책 역시 일본서적을 번역한 것으로 학술용어의 남발은 물론 일본 한자를 그대로 한글화하여 도통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더랍니다. 이게 바로 김 소장님이 책을 내려고 결심한 동기입니다. 곧 자신이 경험한 삼킴곤란 치료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 이 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지요.

 

김 소장님이 삼킴곤란으로 치료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저도 치료 잘 받으시라고 위로문자를 보내긴 했지만, 사실 소장님이 이렇게 큰 고통 속에 있었다는 것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소장님이 얼마나 큰 고통 속에 이를 극복해나가셨는지 잘 이해하게 되었네요.

 

소장님은 5인용 병실에 있으면서 식사 시간이면 여기저기서 음식 씹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부럽다 못해 비참한 생각이 들었다고 하고, 처음으로 요플레 반 통을 먹을 수 있었을 때는 감개무량하다 못해 눈물이 날 뻔하였다고 합니다. 저도 이를 읽으면서 ‘과연 그렇겠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리게 됩니다. 그러면서 제가 의례적인 문자만 보내고 제대로 위로도 드리지 못하여,  소장님에게 죄송한 생각이 듭니다.

 

책을 보면 의료진의 무신경함이 곳곳에 나옵니다. 그 가운데 두 가지만 얘기하면, 레지던트가 코를 통하여 위까지 들어가는 콧줄(엘튜브)을 끼다가 3번 내리 실패하고는 다음에 내시경 보면서 다시 껴보겠다고 하고는 가버립니다. 그런데 그날이 금요일이라 주말에 콧줄을 통한 영양식 주입을 할 수 없어 소장님은 주말 내내 수액으로만 버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퇴원할 때 처방한 약 속에는 아직 삼킴곤란이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환자에게 알약 처방을 하기도 합니다. 그 바람에 소장님은 처방한 알약을 일일이 약절구에 빻느라고 또 다른 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무신경 외에 무엇보다도 삼킴치료에 대한 설명이나 앞으로의 치료 일정과 같은, 환자가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전문가인 의사가 알아서 치료하는 것이니, 너는 그냥 따르기만 하라는 것이겠지요. 오히려 재활치료사가 소장님의 고통에 공감해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더랍니다.

 

어느 책에선가 환자는 단순한 치료의 객체가 아니라 완치를 위해 의사와 협력하는 치료 주체라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환자를 치료 객체로만 생각하는 의사들이 많군요. 이러한 치료가 환자에게는 자신의 생명과 건강이 걸린 중요한 일이지만, 의사에게는 자신이 늘 하던 업무 가운데 하나이긴 하겠지요. 그러니 늘 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자칫 매너리즘에 빠져 자신의 업무가 다른 업무와 달리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업무라는 것을 소홀히 생각할 수 있습니다.

 

소장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도 반성하게 됩니다. 나도 의뢰인들에게 전문가인 내가 알아서 소송 진행하니 그냥 따라오기만 하라고 한 것은 아닌가?

 

소장님은 평소 고혈압이 좀 있긴 하였지만 건강 관리를 잘하여 왔습니다. 술, 담배도 안 하고 걷기 운동도 열심히 하고요. 그렇기에 이번에 이런 병으로 처음으로 입원도 하여 장기간 치료를 받게 되니, ‘도대체 내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리하여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아무래도 코로나 백신 후유증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 후유증 신고도 하였답니다. 요즘 백신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소장님도 당연히 그럴 수 있겠네요.

 

그리고 소장님은 재활치료 받는 동안 병원 옥상에 올라가 주변을 돌아볼 때 맘대로 무엇을 먹는다는 기쁨을 병이 나기 전에는 몰랐었다면서, 특히 음식점 간판이 유독 그립더랍니다. 그 얘기를 하니까 저도 생각나는 것이 있군요. 오래전에 한달 동안 효소 단식을 할 때 주위에 웬 음식점 간판만 그렇게 눈에 띄던지...^^ 마지막으로 소장님은 책을 이렇게 맺습니다.

 

처음 발병을 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듯 고통을 느꼈지만, 아내와 자식들, 주변 지인들은 물론 의료진들 특히 삼킴곤란 치료사가 보살펴 주고, 지켜봐 준 덕분에 그 긴 터널을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모두에게 한없는 고마움의 마음을 바친다.​

 

김 소장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굳은 의지로 다시금 맛있는 음식세계로 돌아오신 것 축하드립니다. 또한 그렇게 재활치료 받는 힘든 투병생활 동안에도 얼레빗 번개글 계속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번 일을 딛고 앞으로 더욱 건강하게 우리문화 지킴이로 우리에게 계속 우리문화를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