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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분, 세월에 금을 긋고 잠은 짧아졌어라

정양, <추분>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10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추 분

 

                            - 정양

 

   밤이 길어진다고

   세월은 이 세상에

   또 금을 긋는다

 

   다시는 다시는 하면서

   가슴에 금 그을수록

   밤은 또

   얼마나 길어지던가

 

   다시는 다시는 하면서

   금 그을수록

   돌이킬 수 없는 밤이 길어서

   잠은 이렇게 짧아지나 보다

 

 

 

 

어제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秋分)이었다. 그런 뜻으로 우리는 추분을 중용(中庸)의 도를 생각하게 하는 날로 받아들인다. 더함도 덜함도 없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해가 진 뒤에도 어느 정도의 시간까지는 빛이 남아 있어서 낮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게 느껴진다. 이때 우리가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것은 추분 이후부터 동지까지 양기보다는 음기가 점점 더 성해져 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마음속에 따뜻한 모닥불을 지펴나가야만 한다.

 

추분 무렵 고구마순은 물론 호박고지, 박고지, 깻잎도 거둔다. 또 목화를 따고 고추도 따서 말리며 벼를 거두고 그 밖에 잡다한 가을걷이도 한다. 이때 농촌을 가보면 붉은 고추, 노란 호박고지, 검은깨 등을 말리느라 색색이 아름답다. 또 추분이 지나면 날이 쌀쌀해지므로 예전엔 이불솜을 트기 위해 솜틀집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겨울나기 채비를 서두를 때인 것이다.

 

이 추분을 정양 시인은 노래한다. 그는 밤이 길어진다고 세월은 이 세상에 또 금을 긋는단다. 세월이 금을 긋지만, 사람이 금을 긋는 것이리라. 세월은 자연 속에 무심코 흘러갈 뿐이다. 정양 시인은 해마다 “다시는 다시는 하면서 / 가슴에 금 그을수록 / 밤은 또 / 얼마나 길어지던가”라고 읊는다. 그 탓에 잠이 짧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음인가? 아니 밤이 길어져서가 아니라 생각할 것이 많아졌음에랴.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