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신안의 명물 '동백파마 벽화', 그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암태도를 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벽화 때문이다. 목포에서 배를 타지 않고 승용차로 신안군 천사의 섬(1004개의 섬을 비유해서) 을 둘러볼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신안군 암태도는 일제강점기 농민들의 소작료 인상과 노동력 착취에 저항하여 악덕 지주의 탄압에 맞서 싸운 곳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항일농민운동은 1923년부터 1928년까지 5년 동안 암태도, 지도, 도초도, 자은도, 매화도, 하의도 지역에서 일어났으며 이 지역의 소작쟁의는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기폭제가 되었다.
‘동백파마 벽화(다른 이름 기동삼거리 벽화)’ 는 암태도 기동 삼거리에 있는 손석심 할머니와 문병일 할아버지 댁 담장에 그려져 있다. 주인공인 부부의 담장 안에는 동백 두그루가 나란히 서 있는데 그것을 머리로 삼고 벽에 두 부부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동백나무가 파마 모습으로 응용된 것으로 동백이 피는 겨울이 아닌 계절에는 빨간 조화가 달려 있어 무척 화려하다. 이 벽화는 신안군의 요청으로 화가들이 협업해 작업한 설치벽화라고 한다.
신안의 섬들을 연육교를 통해 승용차로 달리다 보면 거의 '섬'이라는 느낌이 없다. 논과 밭이 있는 그저 평범한 시골마을 풍경이지만 암태도의 '동백파마 벽화' 를 보니 차를 멈추고 싶어진다. 그러나 정작 차를 세울 공간이 없다. 시골 마을 작은 집 담장에 그려진 벽화 앞은 2차선 도로로 차들이 심심찮게 다니 바람에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 한장을 찍고 싶어도 위험을 감수해야한다. 그렇다고 차를 타고 지나면서 벽화를 감상하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벽화다.
벽화 찍는다고 무심코 도로를 건너다가는 아찔한 사고가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동백파마 벽화'가 있는 기동삼거리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유각마을 입구 벽화'도 마찬가지다. 도로가에 차를 잠시 세우고 벽화를 감상하거나 사진을 찍어야하는 것 역시 '위험'이 따른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 벽화를 찍어 각종 매체에 알력서 그런지 검색창에 '신안 가볼만한 곳'이라고만 쳐도 이 벽화가 소개되고 있는데, 벽화 찍는다고 도로를 건너다 다치는 일이 발생할까 노파심이 든다. 명물을 감상하기 위한 안전한 조치가 지금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동백파마 벽화 : 전남 신안군 암태면 기동삼거리 앞
*유각마을 입구 벽화: 전남 신안군 자은면 유각리 입구, 두 벽화 거리는 7.6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