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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을 초월한 제왕들의 인사 교과서 《인물지》 나와

시공사, 여전히 사이비 인재에게 미혹된 우리에게 《인물지》가 건네는 이야기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시공사가 시공을 초월한 제왕들의 인사 교과서 《인물지》를 펴냈다. 현명하고 유능한 인재를 찾는 일은 야심 있는 지도자들에게는 항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와 같다. 사실 인재가 아닌 사람을 등용하려는 지도자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재와 인재가 아닌 사람을 알아볼 것인가? 그리고 어렵게 찾은 인재를 어떻게 적재적소에 배치할 것인가?

 

원전 《인물지》는 조조의 인사참모인 유소(劉邵)가 조조의 능력주의를 포괄하면서 다양한 인물들을 판별해 내고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한 용인(用人)술과 지인(知人)술을 집대성한 책이다. 공원국, 박찬철 두 저자는 이 책 ‘인물지: 시공을 초월한 제왕들의 인사 교과서’에서 유소가 쓴 원전을 현대적으로 해설하고 중국 고대 상ㆍ주시대부터 명ㆍ청시대까지 100여 명의 인물을 뽑아 그들의 이야기를 용인과 지인의 관점에서 살펴봤다. 《인물지》가 전하는 ‘인물 파악의 방법’과 ‘사이비 인재를 감별하는 방법’, ‘인재 자신이 경계해야 할 일’ 등은 2000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임을 이 책의 저자들은 이야기한다.

 

조조의 인재 활용술을 집대성한 《인물지》

용인과 지인의 묘를 이야기하다

 

 

《인물지》는 조조가 세운 위나라의 명신인 유소가 쓴 인사 교과서다. 원소처럼 대단한 배경도 없이 오직 자신의 능력과 순욱으로 대표되는 뛰어난 신하들의 힘에 의지해 나라를 세운 조조는 “능력이 있으면, 도덕적인 하자가 있어도 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나라 대에 만연했던 허명만 갖춘 인사들의 폐단을 목도했기 때문일 것이다. 유소는 이러한 조조의 능력주의를 포괄하면서 인재 감별과 등용을 위한 체계를 정리했는데 그것이 바로 《인물지》다.

 

유소는 《인물지》에서 사람마다 타고난 자질과 성정이 다른 까닭을 규명하고,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를 파악하며, 그 자질에 따라 그 인물을 어떻게 평가해 쓸 것인지 등 지인과 용인의 방법을 △구징(咎徵, 하늘이 내리는 큰 재앙이 있을 조짐) △체별 △유업 △재리 △재능 △이해 △영웅 △접식 △팔관 △칠류 △효난 △석쟁 등 열두 개의 주제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공원국, 박찬철 두 저자는 유소의 ‘인물지’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풀이하면서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과 그들의 ‘인사’를 살펴본다. 과거의 사례가 현재의 교훈이 되는 당연한 까닭 때문이다.

 

제갈량도 피하지 못한, 인재를 감별할 때 범하는 일곱 가지 잘못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사람을 쓴다’라는 말은 비단 인사 관련 업무에 몸담은 사람이 아닐지라도 누구나 다 공감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원칙을 안다는 것이 곧 실천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단 사람들의 서로 다른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일이 어렵고, 여기에 인사권자 개인의 주관적인 좋고 나쁨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사권자 자신은 적재적소에 사람을 썼다고 생각하고 그에 맞는 결과를 기대하지만, 현실은 종종 기대하는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재 등용의 오류는 제갈량의 고집으로 총대장이 된 마속의 사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이 인재를 감별할 때 흔히 범하는 잘못을 《인물지》는 일곱 가지로 구분해 설명한다. △명성으로 실력을 가늠한다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한다 △포부의 크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성취의 빠르고 늦음으로 평가한다 △자신과 다르다고 배척한다 △지금 처한 상황으로 평가한다 △보이는 것으로 판단한다가 그것인데, 이를 ‘회사가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일곱 가지 이유’로 바꾸어 살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역대 중국 제왕들의 인사 교과서이기도 했던 《인물지》가 지금도 여전히 읽히는 여러 까닭 가운데 하나다.

 

인재 등용의 변함없는 원칙,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사이비 인재 판별법

 

《인물지》는 시종일관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는 것’과 ‘사이비 인재 판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유소에 따르면 사람의 타고난 성정과 재질은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뛰어난 인재는 누구나 알아볼 수 있으니 등용하기 쉽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그것은 바로 인재인 줄 알고 등용했으나 사실은 ‘그럴듯하지만, 진짜가 아닌 재질을 가진 사이비 인재’이기 때문이다.

 

동서고금, 모든 지도자가 인재에 대해 고민하는 까닭은 좋은 인재를 찾아 쓰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사이비를 가려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사이비는 드러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바로 겉으로 넘친다는 것이다. 《인물지》에서는 말한다. 사이비들은 대체로 ‘막힘없는 듯’, ‘박식한 듯’,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듯’ 하다가, 막상 궁지에 몰리면 ‘응답하지 않거나’, ‘이해했다고 하거나’, ‘물타기’를 시도해서 비기려고 한다. 이런 사이비들은 내실이 없는데도 말이 화려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을 마치 유능한 사람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특히 이들에게 현혹돼 중책을 맡겼을 경우 그 폐해는 예나 지금이나 상상 이상이다. 이 책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혹세무민하는 사이비의 다양한 유형은 《인물지》가 선사하는 또 다른 재미다.

 

《인물지》는 다음과 같은 얘기도 한다. “사람을 알아보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것인데도,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사람을 잘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관찰한 내용을 보고는 그가 사람 볼 줄을 모른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유형인 사람의 장점은 쉽게 알아보지만, 종종 자신과 다른 기량을 가진 사람의 장점은 놓쳐버리기 때문이다.” 새겨들어야 할 귀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