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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새만금, 아직 매립되지 않은 52% 관광자원으로

한국해양연구원 연구, 갯벌은 농경지에 견줘 3.3배나 경제성 높아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91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새만금 해창 갯벌에서 진행된 세계 잼버리 대회가 폐영식 뒤에도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입지 선정에서부터 시작하여 예산 지원, 업자 선정, 지원 체계, 책임 소재 등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계속 보도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총체적인 부실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새만금 사업은 필자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추적해 온 사업이다. 이 글에서는 새만금 사업의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검토해보고 새만금 갯벌의 미래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2005년 어느 날, 전북발전연구원(현 전북연구원)에 근무하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당신은 고향이 전주인데 왜 그렇게 새만금 사업을 반대하느냐? 애향심을 발휘해서 새만금 사업이 완성되도록 도와 달라.” 나의 답변은 이랬다. “내가 고향을 사랑하기 때문에 새만금 사업을 반대한다.”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사업이라는 새만금 간척 사업은 1987년 12월 11일에, 대통령 선거를 불과 5일 앞두고 노태우 후보가 전라북도 도민들의 표를 의식하여 선거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탄생하였다. 새만금(새萬金)이라는 이름은 김제평야의 다른 이름인 만금평야(만경평야의 ‘萬’과 김제평야의 ‘金’을 붙인 이름)의 만금에 새롭다는 뜻의 ‘새’를 붙여서 만들었다.

 

 

 

새만금 사업은 규모가 컸다. 방조제를 막아 새로 만들어지는 국토면적 (409km2)은 서울시의 2/3, 프랑스 파리의 4배에 해당하며,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에게 3평의 땅을 나누어줄 수 있는 크기라고 했다. 1980년대 당시만 해도 식량이 부족한 시기였다. 갯벌을 간척하여 만든 논에서 쌀을 생산하면 식량부족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새만금 방조제의 모양이 특이하다. 방조제를 막을 때에는 만(灣)의 양쪽 끝을 직선으로 잇는 형식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새만금 방조제는 바다를 향해 돌출하는 형태로 만들었고, 우리나라 10대 강에 포함되는 동진강과 만경강의 하구를 막고 있다.

 

왜 이런 형태가 되었을까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1등을 좋아한다는 국민성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새만금 방조제의 길이는 33.9km로서 길이 32.5km인 네델란드의 쥬다찌(Zuiderzee) 방조제보다 길어서 기네스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라는 인증서를 2010년에 받았다.

 

 

노태우 후보는 새만금 사업으로 전북도민의 지지를 얻어내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환경단체에서는 갯벌을 파괴한다는 이유로 새만금 사업을 반대하였다. 경제부처에서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새만금 사업을 반대하였다. 필자가 조사해보니 갯벌의 경제성이 농지의 경제성보다 훨씬 높았다.

 

한국해양연구원에서는 우리나라 갯벌의 경제적 값어치를 구체적이고 종합적으로 평가한 첫 연구를 1997년에 수행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대부도, 군장지구 등 4개 지구를 골라 갯벌의 수산물 생산 값어치, 어류 서식지 값어치, 오염 물질 정화 기능, 심미적 기능 등을 돈으로 환산하였다. 그리고 갯벌을 농지로 바꾸었을 때의 쌀 생산량과 판매 가격을 곱하여 농업적 값어치로 환산하였다.

 

한국해양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같은 면적의 갯벌은 농경지에 견줘, 쌀 생산성과 수산물의 생산성만으로 견주면 1.5배, 그밖에 갯벌의 다른 기능까지 고려하여 견주면 3.3배나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하면 갯벌을 농지로 만드는 것은 경제성을 견줘 보면 크게 손해를 보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은 유권자의 표를 바라보지, 학자의 연구 결과를 존중하지 않는다.

 

노태우 정부 임기 말인 1991년 11월에 새만금 방조제 공사 착공식을 거행하였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부터 환경단체와 종교계, 그리고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새만금 반대운동이 일어났다. 김대중 정부 때에 새만금 반대운동은 더욱 활발해졌다. 2001년에 시민 단체에서는 새만금 매립 면허를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동안 쌀 생산량이 늘어나고 쌀의 소비량은 줄어서 기존의 논에서만 쌀을 생산해도 해마다 쌀이 남으므로 더 이상 간척이 필요 없다는 것이 소송의 근거였다.

 

2003년에 노무현 대통령은 “새만금 갯벌이 농지로서의 값어치는 없지만 간척 사업은 중단하지 않겠다”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문규현 신부와 수경스님을 중심으로 종교인들이 단합하여 2003년 3월에 해창 갯벌에서부터 서울까지 305km를 절하면서 걸어가는 3보 1배 순례를 하였다.

 

2003년 7월 서울행정법원에서는 방조제 공사를 임시 중단하라는 판결을 해 공사가 중단되었다. 그러나 최종 2006년 3월에 새만금 사업은 합법적이라는 대법원판결이 나와서 공사가 다시 진행되고 2006년 4월에 물막이 공사가 완공되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4월에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완공되어 군산과 부안을 잇는 해상도로 겸 방조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방조제를 만드는 데에만 무려 19년이 걸렸다. 방조제 안쪽으로 갯벌을 매립하고 홍수를 대비하여 방수제를 만들고 기반 시설을 갖추어 이용가능한 토지로 만들려면 얼마나 시간이 흘러갈까? 전라북도 도민들은 5년 이내에 새만금 사업이 끝나고 금방 풍요로운 전북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새만금의 기본계획을 변경하여 농지 대 비농지의 비율을 7:3에서 3:7로 바꾸었다. 농지를 줄이고 산업단지와 관광단지 등을 개발할 수 있는 비농지 면적을 크게 늘렸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9월에 국토교통부 산하에 새만금개발청을 만들어 새만금 관련 모든 개발 업무를 일원화하였다.

 

 

 

새만금개발청 누리집에 있는 새만금 개발 청사진을 보면 새만금 공항을 새로 만들고, 격자형 도로를 새로 만들고, 새만금 항만을 만들고, 기업을 유치하고, 인구 27만 명의 아리울이라는 이름의 신도시까지 만드는 장밋빛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1월 새만금 공항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 그리고 잼버리 행사를 이유로 예비타당성 조사 (쉽게 말해서 경제성 분석) 면제 대상이 되었다. 경제성이 없더라도, 새만금 공항을 만들겠다는 개발만능의 정책이다. 새만금 국제공항의 비용 편익 분석 결과는 0.479로서 완공되면 적자 공항이 될 것이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전라남도 무안국제공항의 전철을 밟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방조제 북쪽 끝 가까이 군산항이 있는데, 새만금 항구가 왜 또 필요한가? 우리나라 인구가 이제는 매년 줄어드는데, 새만금에 27만 명이 사는 신도시를 만들 수가 있을까?

 

2022년 6월 1일 당선된 김관영 전라북도 지사는 “새만금을 싱가포르 센토사섬과 아랍에미레이트의 두바이처럼 개발하겠다”라면서 구체적으로 “새만금에 디즈니랜드 같은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라고 공약을 내걸었다. ‘황금알을 낳는 새만금’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선거 때가 되면 정치인이 소뼈처럼 우려먹는 단골 메뉴가 될 것이다.

 

그러나 갯벌을 메우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에 갯벌을 메우겠다는 나라 안팎 기업이 나타나지 않는다. 기업들은 갯벌을 메워 땅을 만드는 사업이 경제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결국 국가 예산으로 갯벌을 메울 수밖에 없다. 잼버리 대회 사고는 ‘돈 먹는 하마’가 된 새만금 갯벌을 빨리 매립하고, 부수적으로 새만금 공항과 새만금 항만까지 건설하려던 행정 당국의 성급한 욕심이 일으킨 재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경제성이 없는 새만금 사업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까? 2023년 현재 새만금 전체 개발 면적 291km2 가운데서 48%만이 매립을 마쳤거나 매립 중이다. 나머지 52%나 되는 151㎢는 아직도 갯벌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갯벌을 그냥 놔두고 이용하면 되지 않겠는가!

 

갯벌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자원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서해안 갯벌은 조수간만의 차가 높아서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서해안 갯벌은 어업 말고도 관광 자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다. 요즘에는 관광지를 개발하더라도 생태 관광이 대세다. 갯벌에서 게와 낙지와 조개를 잡고, 갯벌에 날아드는 철새를 관찰하는 생태 체험 관광은 특별한 시설물을 설치하지 않고도 선택할 수 있는 훌륭한 관광 상품이다.

 

더 이상의 매립을 중단하고 남아있는 갯벌을 생태관광지로써 이용하려면 해수 유통이 원활해야 한다. 지금은 새만금 방조제가 부안 쪽에만 수문이 두 개 있는데, 군산 쪽으로도 수문을 만들어 새만금호를 해수호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새만금 갯벌을 인공적으로 개발하지 말고 자연 상태로 그냥 놔두자는 제안은 노자가 말한 무위자연(無爲自然)과 일맥상통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