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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원의 우리문화책방

조선시대 관청의 세계

《조선 시대에는 어떤 관청이 있었을까?》, 박영규, 주니어김영사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조선시대 공무원?!

지금보다 사회가 다원화되지 않았던 조선시대, 하지만 ‘나랏일’은 지금보다 더 거대하고 엄중한 일이었다. ‘관청’과 ‘관리’의 위상이 아주 높았고 나라의 많은 부분을 관청에서 관장했다. 그러면 조선시대 관청의 직제와 구성은 어떠했을까?

 

박영규가 쓴 책, 《조선시대에는 어떤 관청이 있었을까?》는 이런 궁금증을 한껏 풀어주는 책이다. 사극을 봐도 이런저런 관청과 벼슬의 이름이 나오지만, 따로 책을 읽지 않으면 이 부분을 자세히 알기는 어렵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조선시대 관청의 세계’를 자유롭게 노닐며 익히게 해 주는 유익한 책이다.

 

 

책의 구성은 크게 1장, ‘조선의 중앙 관청’과 2장, ‘조선의 지방 관청’으로 나뉜다. 중앙관청 편에서는 의정부와 6조, 언론 삼사(사간원, 사헌부, 홍문관)를 비롯해 세자궁의 관청, 조선의 학문 기관, 그 밖의 주요 관청, 소규모 중앙 관청 등을 소개한다.

 

2장에서는 도, 부, 목, 도호부, 군, 현 등 각 지방을 관할하던 관청과 이방, 호방, 형방, 예방, 병방, 공방 등 지방 관아에서 일하던 아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국방을 관장하던 병조의 지방 관직인 병마절도사, 병마절제사, 수군통제사와 수군절도사도 소개한다.

 

관청에서 하던 일의 면면을 살펴보면 의외의 부분도 많다. 유교국가인 조선에서 도교를 배척했을 것 같지만 도교의 제사를 맡은 ‘소격서’라는 관청도 있었다. 고려시대부터 있었던 소격전이 조선시대까지 이어진 것으로, 이곳의 관리들은 모두 도학을 공부한 문관이었고 나라에서 인정하는 도사들이었다.

 

(p.119)

왕은 원자가 탄생하면 소격서에 명하여 사흘간 아들의 복을 빌게 했습니다. 원자의 복을 비는 대표자로는 조정 대신 중에 아들이 많고 다복한 사람이 선발되었습니다. 그러면 선발된 대신과 소격서의 도사들이 도교의 상징적 인물인 노자의 동상 앞에서 절을 백 번 올렸습니다. 이때 임금도 소격전에서 노자에게 절을 하며 첫아들의 복을 기원했습니다. 대를 이을 아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 주기를 기원하며 정성을 다해 제를 바친 것이지요.

 

그런가 하면 사극에서 나오는 임금의 즉위식이나 각종 의례에서 목청 높여 절차를 외치던 관리들이 속한 관청도 있었다. 바로 ‘통례원’으로, 나라의 중요한 의식이나 예식을 맡아보던 관청이다. 임금이 문무백관과 조회를 하거나 혼례를 치를 때, 그 의례를 맡아 사회를 보았다. 그래서 이곳의 관리는 예식의 순서를 소리 높여 정확히 부를 수 있는, 목청 좋은 사람을 선발했다.

 

지방 관청도 중앙 관청과 마찬가지로 6조 체제로 만들어 운영했다. 6조에 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가 있듯이 지방 관아도 그대로 이방, 호방, 예방, 형방, 공방으로 운영하여 이들을 6방 혹은 6방 관속이라 불렀다.

 

특히 그 가운데서도 고전소설에 많이 나오는 ‘이방’은 지방 관아에서 향리들의 직책이나 상벌에 관한 일을 맡아 보던 부서, 또는 그곳의 책임 관리를 말한다. 이방은 시골 아전의 대표자로 호방, 형방 등과 함께 ‘3공형’으로 불리며 지방행정의 실권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지방행정의 총책임자는 수령이지만, 외지에서 부임한 수령이 지방 사정에 어두운 것을 이용해 3공형을 위시한 아전들이 수령을 속이는 일이 많았다. 조선 말기 탐관오리의 횡포는 부패하거나 아둔한 수령과 지방 아전들의 결탁으로 이루어졌다.

 

지은이는 책 뒷부분에 이 책을 ‘조선시대 관청 사전’이라고 생각하고 사극을 볼 때나 책을 읽을 때, 궁금할 때마다 들춰보면 좋겠다고 말한다. 지방의 행정 조직에 대해 더 자세히, 재밌게 쓰고 싶었지만, 구체적인 기록이 거의 없어 어려웠다고도 한다.

 

조선시대 국정은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지방행정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한 이라면 두고두고 참고할 만하다. 비록 모든 것이 몇백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지만, 조선시대 관청의 세계는 여전히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