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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104쌍 부부독립운동가 이름을 조용히 불러봅니다

《동고동락 부부독립운동가 104쌍 이야기》, 이윤옥, 얼레빗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238]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열정과 집념의 여인, 이윤옥 교수님이 《동고동락 부부독립운동가 104쌍 이야기》를 펴냈습니다. 제가 열정과 집념의 여인이라고 하니까, 아부성 발언을 한다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벌써 십수 년 동안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을 새롭게 조명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작업을 시작하여 첫 작품으로 낸 것이 《서간도에 들꽃 피다》입니다. 그리고 꾸준히 작업을 계속하여 <서간도에 들꽃 피다>는 10권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 《여성독립운동가 300인 인물사전》, 《46인의 여성독립운동가를 찾아서》, 《경기의 얼, 여성독립운동가 40인의 삶》, 《여성독립운동가 100분을 위한 헌시》를 냈고, 시화집 《나는 여성독립운동가다》도 냈습니다.

 

이 정도면 제가 ‘열정과 집념의 여인’이라고 하여도 전혀 과장된 말이 아니지 않겠습니까? 사실 전에는 ‘독립운동’하면 남성들을 먼저 떠올렸고, 실제 독립운동사도 남성들 위주도 되어있던 것은 부인할 수 없지요. 이교수는 이에 여성독립운동가를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역사학자도 아니면서 이 일에 뛰어들었던 것입니다.

 

그동안 이 교수님 책들을 읽다 보면 많은 여성독립운동가 옆에는 남편 독립운동가들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이 대부분 남성, 여성 독립운동가를 따로따로 알지 부부로서 같이 알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부부를 같이 모아놓고 설명해줘도 좋겠다’라고 생각하였었는데, 이번에 이 교수님이 드디어 이런 책도 냈네요.

 

책에는 박자혜ㆍ신채호 등 국내에서 항일운동을 펼친 부부독립운동가 23쌍, 이회영ㆍ이은숙 등 만주지역에서 활약한 부부독립운동가 13쌍, 지청천ㆍ윤용자 등 광복군으로 활약한 부부독립운동가 23쌍, 이상룡ㆍ김우락 등 임시정부에서 활약한 부부독립운동가 24쌍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물론 네 분야의 독립운동가들이 각자 그 분야에서만 활동한 것은 아니고, 이들 중에는 국내에서 항일운동을 하다가 만주로 건너갔다는 등으로 활약 분야가 겹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 가운데에서 분야별로 한 부부만 말씀드릴까 합니다.

 

먼저 국내에서 항일운동을 펼친 부부독립운동가 중에 부부가 함께 자결 순국한 이명우ㆍ권성 부부가 있습니다. 이들 부부는 고종황제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상기(喪期)가 끝나던 날인 1920. 12. 19. 부부가 함께 자결하였답니다. 저는 여성이 자결하였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데, 실제로 일제강점기 자결 순국한 유일한 여성이랍니다.

 

책을 보니 아내 권성의 자결 소식은 그동안 안동지역에서 입으로만 전해져왔네요. 그러다가 손자 이일환 씨가 집안에서 내려오는 옛 서한들을 정리하다가 90년 묵은 유서를 발견하면서 밝혀졌습니다. 그렇지만 뒤늦게 증거가 나와서인지, 아직 서훈이 되지 않고 있다네요. 하루빨리 서훈이 되기를 바랍니다.

 

만주지역에서 활약한 부부독립운동가 가운데는 만주의 대표적인 무장 투쟁가 신팔균ㆍ임수명 부부가 있습니다.

 

 

   마적의 급습으로 순국한 남편

   차마 홀로 보내지 못해

   함께 따라나섰는가

 

   애달픈 광복의 찬가

   넋 되어

   저 하늘에서도 함께

   불렀으리

 

임수명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이 교수의 시입니다. 이 교수는 각 부부독립운동가에 대한 얘기를 이렇게 시로서 시작합니다. 이렇듯 이 교수는 다른 책에서도 대부분 자신의 자작시로 글을 시작합니다. 이 교수는 단순히 아마추어 시인이 아니라 잡지 《문학세계》 시 부문으로 등단한 시인으로, 세계문인협회 정회원이기도 하지요. 그러니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해 글을 쓰면서 몸속에 꿈틀거리는 시어를 밖으로 토해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신팔균(1882~1924) 독립운동가는 육군무관학교를 졸업한 장교였는데, 1907년 대한제국 군대가 강제해산 당하자 1909년 대동청년단에 가담하면서 독립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시에서도 언급하듯이 임수명(1894~1924) 독립운동가는 남편이 전사하자, 넉 달 뒤 딸과 함께 자결합니다. 당시 나이가 서른 살이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죽음입니다.

 

광복군으로 활약한 부부독립운동가로는 오광심ㆍ김학규 부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광심(1910~1976) 독립운동가는 1940년 9월 중경에서 한국광복군 총사령부가 창설될 때부터 대원으로 활동하여 여자 광복군의 맏언니로 불리고 있고, 김학규(1900~1967) 독립운동가는 광복군 창설 때 사령부 참모로 가입하여 다음 해에는 제3지대장으로 한국인 학병과 지원병을 포섭ㆍ훈련시켜 광복군에 편입시키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책에는 이들 부부의 시와 가사도 실려있습니다. 각각 1연과 1절만 소개합니다.

 

 

님 찾아가는 길 - 오광심

 

어두운 밤길에 준령을 넘으며

님 찾아가는 이 길은 멀기만 하여라

님 찾아가는 이 길은 멀기만 하여라

 

전우 추모가 - 김학규

 

언제나 우리 동지 돌아오려나

애가 달아 기다린 지 해가 넘건만

찬바람 눈보라 휘날리는 들

눈물겨운 백골만 널려있구나

 

 

1934년 이들 부부는 만주 독립군의 특명을 받고 남경 임시정부로 멀고도 험한 길을 떠났는데, 당시 부부는 안전을 위해 김학규는 농부로, 오광심은 남루한 농촌부인으로 변장하였다고 합니다. 오광심은 그때의 험난한 과정을 시로 남긴 것입니다. 어두운 밤길에 고산준령을 넘는 이들 부부의 모습이 가슴 저리게 다가오네요.

 

임시정부에서 활약한 부부독립운동가로는 안미생ㆍ김인 부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안미생(1915~2008) 독립운동가는 우리가 잘 아는 안중근의 동생 안정근의 큰 딸입니다. 안미생은 임시정부와 재중경 애국부인회에서 활동하다가 1045년 3월 29일 남편이 죽자 백범 김구의 비서로 활동합니다. 그런데 안미생과 부부는 단순히 독립운동가로 만난 것이 아닙니다. 바로 며느리와 시아버지 관계입니다. 이 말은 안미생의 남편 김인(1918~1945)이 김구의 아들이란 얘기겠지요? 예! 큰아들입니다.

 

김인 독립운동가는 한국광복진선 청년공작대에서 활동하고, 1940년에는 <청년호성>을 발행하여 민족정신 함양에 이바지하는 활동 등을 하였는데, 안타깝게도 조국 광복을 얼마 앞두고 폐병으로 죽었습니다. 당시 김인은 페니실린만 구하면 살 수 있었으나, 백범은 특별히 자기 아들에게만 값비싼 페니실린을 구해줄 수 없다고 며느리의 청을 거절하였습니다. 당시 백범은 임시정부가 나라 밖 동포들의 성금으로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독립자금을 사사로운 일에 쓸 수 없었던 것이지요. 그렇게 아들을 떠나보냈으니, 아들의 주검 앞에서 백범은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겠습니까?

 

 

책에 실린 104쌍의 부부독립운동가에 대해 좀 더 말씀드리고 싶으나, 직접 책을 보며 104쌍 부부독립운동가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그만 줄여야겠지요? 책을 내려놓으면서 다시금 우리는 이러한 독립운동가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의 차례를 펼치고 104쌍의 부부독립운동가들 이름을 조용히 입에 담아봅니다.

 

‘여공의 생존권을 통한 독립의 투지 강주룡ㆍ최전빈’, ‘북간도에서 조선혼을 심은 정창빈ㆍ이인순’, ‘갓난아기 업고 뛴 광복군 김봉식ㆍ황영식’, ‘상해일본영사관에 폭탄 던진 김예진ㆍ한도신’ 등등... 한 쌍, 한 쌍마다 조국 독립을 향한 그들의 치열한 삶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고동락한 부부독립운동가들이여! 이 후손 그대들 앞에 큰절 올립니다. 꾸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