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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란 말 즈믄 해 우리 곁에 있었다

나태주, <가을날 맑아>
[겨레문화와 시마을 16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가을날 맑아

                             - 나태주

 

     잊었던 음악을 듣는다​

 

     잊었던 골목을 찾고

     잊었던 구름을 찾고

     잊었던 너를 찾는다​

 

     아, 너 거기

     그렇게 있어 줘서

     얼마나 고마운가 좋은가​

 

     나도 여기 그대로 있단다

     안심해라 손을 흔든다.

 

 

 

 

지난 9월 말 우리 겨레의 가장 큰 명절 한가위를 맞았다. 그런데 온갖 펼침막이나 광고판에는 ‘한가위’보다는 ‘추석’이란 말이 많이 보였다. 심지어는 ‘秋夕’이라고 한자로 써 놓기도 했다. 그 유래가 어디서 왔건 버릇처럼 ‘추석을 되뇐다. 늘 하는 말이지만, ‘추석’이라는 말은 5세기 송나라 학자 배인의 《사기집해(史記集解)》에 나온 “추석월(秋夕月)”이란 말에서 유래한다. 여기서 “추석월”은 천자가 가을 저녁에 달에 제사를 지낸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명절과 잘 맞지 않는 말이 아니던가?

 

그에 견주면 ‘한가위’는 ‘크다’라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라는 말이 합쳐진 것으로 8월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다. 또 '가위'라는 말은 신라에서 유래한 것인데 《삼국사기》의 기록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나라 안 부녀자들을 두 편으로 갈라 음력 7월 열엿새 날부터 8월 보름까지 길쌈을 짠 뒤 짠 베로 승부를 가름하고 이날 달 밝은 밤에 길쌈을 한 부녀자들이 밤새도록 ‘강강술래’와 ‘회소곡’을 부르며, 춤을 추고 흥겹게 놀았다. 이것을 그때 말로 ‘가배→가위라고 하였다.”라는 내용이다. 새롭게 나온 말이 아니라 즈믄해(천년)을 고즈넉이 우리 겨레가 쓰던 말이었다.

 

여기 나태주 시인은 그의 시 <가을날 맑아>에서 “잊었던 음악을 듣는다​ / 잊었던 골목을 찾고 / 잊었던 구름을 찾고 / 잊었던 너를 찾는다​”라고 읊조린다. 또 “아, 너 거기 / 그렇게 있어 줘서 / 얼마나 고마운가 좋은가​”라고 노래한다. 내가 잊었지만, 그동안 음악이, 골목이, 구름이, 네가 그대로 있어 줘서 고맙단다. 그처럼 ‘한가위’란 말은 우리 겨레가 잊었어도 여기 그렇게 있어 줬다. 그래서 우리 겨레에겐 고마운 말이다. 그래서 이젠 추석이란 말을 쓰지 말고 ‘한가위’란 말을 쓰는 데 정성을 쏟아야만 한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