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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유창 명창, '유성화'를 부르고 깜짝 ‘한량무’를 추다

4일 남인사마당서 전통문화예술진흥원 주최 ‘종로음악이야기’ 열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어제 11월 4일 낮 3시 서울 인사동 남인사마당에서는 (사)전통문화예술진흥원(이사장 유창)이 주최하고, 종로구가 후원하는 <2023 종로음악이야기>가 열렸다. 동국대학교 김세종 교수가 사회를 본 공연은 문굿으로 시작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으로 이어지며 세상을 노래했다.

 

 

우선 문 여는 공연에서 눈에 띈 것은 한채호 등 11명의 초등학생이 나와 송서 <천자문>과 <소년이노학난성>을 소리한 것이었다. 그 어린 학생들이 낭랑한 목소리로 천자문을 외움에 관객들은 크게 손뼉을 쳤다. 선비의 낭랑한 글 읽는 소리’는 갓난아이의 울음소리, 다듬이소리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의 하나”라고 했지만, 여기 아이들이 힘찬 목소리로 <천자문>을 외우는 소리는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소리가 아니던가?

 

이후 산타령과 양승미류 진쇠춤 군무로 봄을 표현하고 여름을 묘사하는 공연으로 서울시무형문화재 장대장타령 예능 보유자 최영숙과 김혜영 명인이 나서 장대장타령을 불렀으며, 윤선아 외 7인의 쟁강춤과 남성 소리꾼 김형근ㆍ김태수ㆍ김재휘의 장기타령이 이어졌다. 특히 “한수한자(漢水漢字) 유황숙(劉皇叔)이요, 초나라 초자 조맹덕(曹孟德)이라. 이 차(車) 저 차 관운장(關雲長)이요, 이 포(包) 저 포 여포(呂布)로다.…”로 이어지는 남성 소리꾼들의 장기타령은 청중들이 흥미롭게 들었다.

 

 

 

 

 

한해의 농사를 거두는 가을에 들어서자, 김혜란 명창 외 5인의 ‘우리비나리’, 전예주 명창의 판소리 수궁가 가운데 별주부 산신제 지내는 대목‘, 고수자 외 12인의 풍년가 등 민요가 남인사마당을 꽉 채운 관객들을 꼼짝 못 하게 했다. 그런 다음 겨울에 들어서자, 정경숙ㆍ이기옥ㆍ남은혜 명창의 한오백년ㆍ창부타령은 민요의 진면목을 보여주었고 계속해서 이어진 유은자 조정숙 소리꾼이 민요 산염불과 자진염불은 관객들의 흥을 한껏 돋우었다.

 

이윽고 공연의 절정은 서울시송서율창무형문화재 예능 보유자 유창 명창과 제자 김형근ㆍ김태수의 송서 공연 ’유성화(有聲畵)‘였다. 우리 국악 가운데 <송서율창(誦書律唱)>이라고 하는 장르, 이는 글(文)・말(言)・소리(聲)를 하나로 어우러지게 한 예술이다. 단순히 글방에서 글을 읽는 것과는 달리 멋 곧 음률을 넣어서 읽는 아름다운 전통문화 유산이다. 유창 명창이 제자와 함께 마음을 맞춰 <송서>를 외우는 동안 소란스럽던 남인사마당은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유창 명창을 일어서서 민요 정선아리랑을 뽑은 다음 깜짝 전통무용 ’한량무‘를 추었다. 유창 명창은 송서율창의 뛰어난 가객이면서 경기민요에도 명창으로 불리지만 춤까지 섭렵했으리라고 아무도 생각지 못한 탓에 관객 사이에서는 탄식까지 흘러나왔다. 옛 예인들은 악(樂)ㆍ가(歌)ㆍ무(舞)를 아울렀다고 하지 않는가? 이제 진정 유창 명창은 옛 예인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 아닐까?

 

이날 공연은 참으로 매끄럽게 진행되었고 음향 또한 흠잡을 데 없었다. 또 송서, 민요, 판소리에 더하여 전통춤이 남인사마당을 꽉 메운 관객들을 한껏 들뜨게 했다. 주최측에서 마련한 의자는 앉아서 편히 공연을 감상하려는 관객들로 쟁탈전을 벌여야 했다. 이날 인사동을 찾았다가 공연을 보게 된 외국인까지 횡재를 만났다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양천구 목동에서 가족들과 인사동 나들이하러 왔다가 우연히 공연을 봤다는 우상혁(42, 회사원) 씨는 “인사동 나들이에 국악 공연이라는 상여금을 탄듯해서 우리 가족 모두가 신이 났다. 특히 아이가 재미있어서 하는 모습을 보니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쉽게 접할 수 없는 유창 명창의 송서를 들을 수 있었고, 남성 소리꾼들의 흥미로운 민요 장기타령 공연과 12발 상모돌리기 등 사물판굿도 무척 재미나게 봤다.”라고 소감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