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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치를 따뜻하게 키우고 싶은 얼음

박남준, <따뜻한 얼음>
[겨레문화와 시마을 173]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따뜻한 얼음

 

                                                               - 박남준

 

     옷을 껴입듯 한 겹 또 한 겹

     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은

     버들치며 송사리 품 안에 숨 쉬는 것들을

     따뜻하게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철모르는 돌팔매로부터

     겁 많은 물고기들을 두 눈 동그란 것들을

     놀라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얼음이 맑고 반짝이는 것은

     그 아래 작고 여린 것들이 푸른빛을 잃지 않고

     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겨울 모진 것 그래도 견딜 만한 것은

     제 몸의 온기란 온기 세상에 다 전하고

     스스로 차디찬 알몸의 몸이 되어버린

     얼음이 있기 때문이다

     쫓기고 내몰린 것들을 껴안고

     눈물지어본 이들은 알 것이다

     햇살 아래 녹아내린 얼음의 투명한 눈물 자위를

     아! 몸을 다 바쳐서 피워내는 사랑이라니

     그 빛나는 것이라니

 

 

 

 

일주일 뒤면 24절기의 마지막 ‘대한(大寒)’으로 이때쯤이면 추위가 절정에 달했다. 아침에 세수하고 방에 들어가려고 문고리를 당기면 손에 문고리가 짝 달라붙어 손이 찢어지는 듯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뿐만 아니다. 저녁에 구들장이 설설 끓을 정도로 아궁이에 불을 때 두었지만 새벽이면 구들장이 싸늘하게 식었고, 문틈으로 들어오는 황소바람에 몸을 새우처럼 웅크리고 자게 된다. 이때 일어나 보면 자리끼로 떠다 놓은 물사발이 꽁꽁 얼어있고 윗목에 있던 걸레는 돌덩이처럼 굳어있었다.

 

소설가 김영현은 그의 작품집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에서 "도시에서 온 놈들은 겨울 들판을 보면 모두 죽어 있다고 그럴 거야. 하긴 아무것도 눈에 뵈는 게 없으니 그렇기도 하겠지. 하지만 농사꾼들은 그걸 죽어 있다고 생각지 않아. 그저 쉬고 있을 뿐이라 여기는 거지. 적당한 햇빛과 온도만 주어지면 그 죽어 빠져 있는 듯한 땅에서 온갖 식물들이 함성처럼 솟아 나온다 이 말이네”라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 박남준 시인은 그의 시 <따뜻한 얼음>에서 “옷을 껴입듯 한 겹 또 한 겹 / 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은 / 버들치며 송사리 품 안에 숨 쉬는 것들을 / 따뜻하게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라고 노래한다. 김영현의 “그저 쉬고 있을 뿐”이라는 것에서 박남준 시인은 한발 더 나아가 “햇살 아래 녹아내린 얼음의 투명한 눈물 자위”라며, ‘몸을 다 바쳐서 피워내는 사랑’을 얘기하고 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