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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렬횡대로 명지바람이 불어온다네

변경서, <우수 무렵>
[겨레문화와 시마을 17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수 무렵

 

                                                     - 변경서

 

     쑥물 드는 을숙도엔 여백이 남아있다

     스스로 몸 낮추며 드러누운 저 강물

     나란히 일렬횡대로 명지바람* 불어오고

 

     쓰다듬고 매만지면 상처도 꽃이 된다

     떠났다가 때가 되면 다시 드는 밑물

     썰물 웃을 일 슬픈 일들이 찰랑찰랑 뒤척인다

 

     돌리면 공든 탑도 모래성 되는 세월

     겨울은 정이 들어 떠나기가 어려운지

     갈대발 하구를 따라 멈칫멈칫 걷고 있다.

 

 

 

 

모레 2월 19일은 24절기 둘째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다. ‘우수(雨水)’라는 말은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말로 이제 추운 겨울이 가고 이른바 봄을 맞게 되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봄꽃이 피어나기 전 마지막 겨울 추위가 선뜻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아직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 이 무렵이다. 하지만, 봄은 이제 코앞에 다가와 있다. 이제 봄이 저 남녘에서 서서히 올라오고 있을 거다.

 

이때쯤 되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물이라며 한양 상인들에게 황소 60 마리를 살 수 있는 4천 냥을 받고 대동강을 팔았다는 김선달이 생각난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이 땅을 휩쓸고 지나간 뒤 조선의 위정자들은 민생을 외면했고 백성은 고통 속에서 살아갔다. 이때 사회 현실을 풍자하고 조롱하는 이야기들이 퍼져나갔는데 평양의 김선달, 서울의 정수동, 영일의 정만서 등이 그 주인공이다. 그 가운데 김선달은 특히 기발한 착상과 허를 찌르는 행동으로 사람들을 농락하면서 당대 유명 인사로 자리 잡았다. 이제 대동강물도 풀리니 봉이 김선달이 활개 칠 날이 온 것일까?

 

여기 변경서 시조시인은 그의 시조 <우수 무렵>에서 “쑥물 드는 을숙도엔 여백이 남아있다”라면서 봄이 아직 성큼 다가오지 못했음을 얘기한다. 하지만, “나란히 일렬횡대로 명지바람 불어오고”라고 노래한다. 여기서 명지바람이란 ‘보드랍고 화장한 바람’을 뜻하는 토박이말이다. 명주실처럼 부드러운 봄바람이 일렬횡대로 불어온단다. 다만, 아직 겨울은 “갈대발 하구를 따라 멈칫멈칫 걷고 있다.”라고 이즈음의 정경을 그린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