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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코리아타운의 '왕인박사노래비'를 찾아서

오사카 츠루하시역 주변 근처 코리아타운 내
<맛있는 일본이야기 713>

[우리문화신문=오사카 이윤옥 기자] “이 지역은 이카이노(猪飼野)라고 불리어 고대로부터 일본과 조선반도의 사람들이 교류해 왔습니다. 약 1600년 전 미유키모리신사(御幸森神社)의 제신(祭神)인 닌토쿠왕(仁德天皇)의 즉위를 축하하여 백제(百濟)에서 도래한 왕인박사(王仁博士)가 ‘나니와즈노우타(오사카의 노래)’란 와카(和歌: 일본 시)를 보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에도시대(江戶時代)에 일본과 조선의 선린·우호의 사절단인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12회(오사카에는 11회) 왔습니다. 이 통신사의 방문을 축하하여 쓰시마번의 통역관인 운메이(雲明)가 고대 왕인박사가 쓴 ‘나니와즈(오사카)의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 매화꽃이 피었습니다.’라고 지은 시를 한글로 써서 조선통신사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이 자료는 1994년 조선통신사 연구가 신기수(辛基秀)에 의해 효고현 다츠시의 구가(舊家) 야세가(八瀬家)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일본과 한국·조선과의 우호·공생시대가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며 이 가비(歌碑)를 오사카 이카이노 땅에 건립합니다.” -2009년 (평성 21년) 10월 길일, 왕인박사 ‘나니와즈(오사카)의 노래’, 일본어·한글 노래비 건립위원회-

 

 

 

이는 오사카 츠루하시 코리아타운 입구에 있는 미유키모리신사(御幸森神社) 안에 세워진 ‘왕인박사난바나루터의 노래(아래, 왕인박사노래비) 안내문에 새겨진 글귀다.

 

“오사카 코리아타운은 한해 200여 만 명이 찾을 정도로 큰 규모의 시장이 있는 곳입니다. 특히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교포는 물론이고 일본인들도 많이 몰려드는 곳이지요. 한류 붐 이후 코로나19도 끝이 나서 이곳 코리아타운은 그야말로 문전성시입니다. 그럼에도 코리아타운 안에 ‘왕인박사 노래비’가 건립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는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이 한 말이다. 어제 (4월12일, 금) 오전 기자는 김길호 (시인ㆍ소설가, 민단오사카부 이쿠노남부지부 전 지단장) 선생과 코리아타운 일대의 역사 유적지를 둘러보았다. 제주출신인 김길호(75) 선생은 50여 년 전 일본으로 건너가 동포사회의 애환 및 고향인 제주의 4.3 관련 시와 글을 한국어와 일본어로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중견 작가다.

 

왕인박사노래비는 2009년 10월 31일, 일본에 논어와 한자를 전해준 백제인 왕인(王仁) 박사를 기리기 위해 재일동포와 일본인들이 힘을 모아 코리아타운 입구에 있는 미유키모리신사(御幸森神社) 안에 노래비를 세운 것이다. 노래비에는 왕인박사가 일본 16대 왕인 닌토쿠(仁德)의 즉위를 축하하며 지은 것으로 알려진 ‘나니와쓰(難彼津) 나루터의 노래’가 이두식 표기로 된 원본과 한글 번역본, 일본어 해석이 나란히 새겨져 있다.

 

 

 

비문에 새겨진 노래의 번역을 보면, '나니와쓰에 피는구나 이 꽃은 / 겨울 잠자고 지금을 봄이라고 피는구나 이 꽃은’이라는 내용으로 또 다른 해석으로는 ‘나니와쓰(오사카)의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 매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번역문도 있다.

 

이 시는 12세기 말의 《고금화가집(古今和歌集)》의 필사본에 수록돼 있으며 1811년 조선통신사가 오사카에 왔을 때 일본 측 통역관이 써준 한글 묵서(墨書)가 현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왕인박사노래비는 당시(2009) 지역문화 연구회인 ‘이카이노 탐방회’ 소속 재일동포의 주도로 추진되었으며 교토대 명예교수인 역사학자 우에다 마사아키(上田正昭) 등 일본인들도 다수 참여하여 6달 동안 오사카 지역에서 모금 활동으로 건립 비용 360만 엔(약 4,600만 원)을 모아 세웠다.

 

왕인박사노래비를 건립한 당시 건립위원회장 강신영 씨는 제막식에서 “난바나루터의 노래는 과거 긴밀했던 한일 관계를 드러내는 한편 옛날 한반도의 선조들이 일본 문화의 발전에 얼마만큼 크게 이바지했는지 잘 보여준다. 일본에 사는 한인들과 일본인들이 힘을 모아 노래비를 건립한 만큼 양국 간 우호의 상징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어제 이곳을 안내한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은 “한일 우호는 둘째치고 이곳에 왕인박사 노래비가 세워져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노래비가 세워져 있는 신사에는 발걸음하지 않은 채 신사 입구 계단에 앉아 코리아타운 시장에서 산 떡볶이 등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많아 신사가 ”계단에서 음식을 먹지 말라는 팻말을 놓아둘 지경이다.”라고 했다.

 

 

 

고대에 난바나루터(難波津) 자리에 세워진 왕인박사노래비가 있는 코리아타운 주변은 현재 츠루하시역(鶴橋驛) 근처로 이곳에서 10여 분 거리에는 지금은 없어진 나루터를 기념하기 위한 석비가 서있다. 이곳에 있던 강 이름은 5세기 무렵에는 입강(이리에강, 入江)이었으며 이후 백제천(구다라강, 百濟川)으로 바뀌었다가 현재는 평야천(히라노강, 平野川)으로 바뀌었다. 참고로 일본어의 천(川)은 강(江)을 의미한다.

 

“현재 코리아타운은 해방 전부터 제주도 출신자들을 중심으로 한 도일(渡日) 한인들의 집중 거주지였다. 그들은 이카이노와 그 주변에 거주하며 오사카 지역에서 발달한 고무공업의 하청노동에 다수 종사하였으며, 그 외 토목 노동자, 노점상 등도 적지 않았다. 1930년대 말에는 이미 이카이노에 조선시장이 형성되어 있었고, 명태, 고춧가루 같은 식료품부터 혼수용품까지 거주 한인의 생활용품을 파는 점포가 약 200개에 달할 정도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와 2005년경부터 본격화된 ‘한류 붐’의 영향으로 관광객이 늘어나자 츠루하시역의 서쪽까지 코리아타운이 확산되었다. 2009년부터는 ‘이쿠노 코리아타운 공생 축제’를 개최하며, 지역 전체의 활성화를 기하고 있다. ”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요약-

 

 

오사카의 코리아타운을 찾는다면 미유키모리신사(御幸森神社) 안에 있는 왕인박사노래비와 근처에 있는 나니와나루터 기념비(고대 백제강 나루터) 등도 함께 둘러보면 의미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 나니와나루터 기념비(고대 백제강 나루터)는 다음 기사에서 다룰 예정이다.

 

<코리아타운 입구에 있는 왕인박사노래비(미유키모리신사 안) 찾아가는 길>

JR오사카 칸죠센(大阪環状線) 츠루하시역(鶴橋駅)에서 내려 츠루하시역 상가를 따라 걸어가면 약 5분 거리에 코리아타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