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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국립중앙박물관, 영산(靈山) 모임-진천 영수사 괘불

서화관 불교회화실(상설전시관 2층), 5월 1일(수) ~ 10월 13일(일)
보물 <진천 영수사 영산회 괘불탱> 1건 1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2024년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여 충청북도 진천군 영수사(靈水寺) 소장 보물 <진천 영수사 영산회 괘불탱>(아래 영수사 괘불)을 소개하는“영산(靈山)의 모임-진천 영수사 괘불(24.5.1.~10.13.)”을 연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괘불전은 사찰 소장 괘불의 문화적 값어치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2006년부터 선보여 온 전시로 올해로 열아홉 번째를 맞이한다.

 

가장 오래된 괘불 가운데 하나, 보물 <영수사 괘불>

괘불(掛佛)은 죽은 자의 영혼이 부처의 정토에 태어나기를 기원하는 천도재(薦度齋)와 같은 불교의식에 쓰인 불화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끝난 17세기 이후 불교의식이 활발하게 열리면서 본격적으로 제작되었다. 1653년(효종 4)에 제작된 <영수사 괘불>은 현전하는 괘불 117점 가운데 조성시기가 이른 괘불로 값어치가 크다.(도1) 괘불 화면 아래쪽에 다양한 인물군이 등장하는데, 이는 18세기 이후 정형화된 괘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요소로 이른 시기 괘불의 양상을 보여준다.

 

 

가장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괘불

<영수사 괘불>은 전체 높이 919㎝, 너비 570.5cm, 무게 76㎏에 달하는 규모이며, 현전하는 괘불 가운데 가장 많은 인물인 140명이 등장한다. 이들은 고대 인도 왕사성(王舍城) 영산(靈山)에서 열린 석가모니불의 설법 모임에 참여한 청중(聽衆)들이다. 이 영산회상(靈山會上) 모임은 괘불을 비롯한 불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재이다. 수많은 인물 가운데 화면 중앙 높은 연화대좌 위에 앉은 석가모니불과 그를 향해 무릎을 꿇고 앉아 가르침을 청하는 사리불존자(舍利弗尊者)가 눈길을 끈다.(도2·3) 부처의 제자 사리불존자는 승려의 차림으로, 보살이 아닌 승려 모습의 청문자(聽聞者, 부처에게 법을 청하고 듣는 사람)가 불화에 등장하는 첫 번째 사례가 <영수사 괘불>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석가모니불과 사리불존자의 주변으로 부처의 가르침을 듣기 위해 모여든 여러 보살, 제자, 사천왕 등 다양한 성중(聖衆)이 있다.(도4·5) 화면 아래쪽에는 다른 괘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부처를 향해 절을 하는 인물들, 악기를 연주하는 천녀(天女) 등이 등장한다.(도6·7) 다른 괘불에서는 점차 청중이 생략되기 때문에 다양한 인물로 가득한 <영수사 괘불>의 웅장한 구성은 더욱 특별하다.

 

 

 

 

 

161명의 정성을 모아서 만든 괘불

화면 가장 아래 화기(畫記)에 괘불 제작자 12명과 후원자 149명의 이름과 제작에 소요된 물품이 적혀 있다.(도8) 괘불 조성 불사를 담당한 승려 중 괘불을 그린 화승(畫僧)은 네 명으로 명옥(明玉), 소읍(少揖), 현욱(玄旭), 법능(法能)이다. 이 중 명옥과 법능은 불화 제작 말고도 대규모로 경전을 간행할 때 판화를 새기는 각수(刻手)로 활동하고, 왕실 장례를 준비하는 데 참여하는 등 역량이 뛰어났다.

 

 

괘불 조성 후원자 이름 뒤에 대부분 “양주(兩主)”, “양위(兩位)”가 쓰여 있어서 부부가 함께 불사(佛事)에 참여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괘불 바탕천에서부터 안료, 복장물(腹藏物)로 쓸 물품, 소금, 후추, 장과 같은 식재료, 물품화폐인 삼베에 이르기까지 여러 물품을 시주했다. <영수사 괘불>은 이렇듯 161명의 정성이 모여 완성된 괘불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괘불전은 거대한 괘불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1653년의 여름 어느 날,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 영산의 세계를 펼쳐 보였던 <영수사 괘불>이 2024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걸음 한다. 이번 전시에서 박물관에 펼쳐진 장엄한 영산의 풍경을 만나 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