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5 (금)

  • 맑음동두천 18.1℃
  • 맑음강릉 17.9℃
  • 맑음서울 16.4℃
  • 맑음대전 17.8℃
  • 맑음대구 20.0℃
  • 맑음울산 19.8℃
  • 맑음광주 17.1℃
  • 맑음부산 17.6℃
  • 맑음고창 15.4℃
  • 맑음제주 17.9℃
  • 맑음강화 15.2℃
  • 맑음보은 16.5℃
  • 맑음금산 17.1℃
  • 맑음강진군 18.0℃
  • 맑음경주시 20.6℃
  • 맑음거제 16.4℃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씨나락이 솔가지 틈새로 늦봄 간을 본다

류병구, <곡우(穀雨)>
[겨레문화와 시마을 21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곡우(穀雨)

 

                                                     - 류병구

 

        요 며칠 새

        온통 벚꽃에 눈들을 파는 사이,

        고약한 황사에 데어 봄이 좀 눌었다​

 

        좁다란 가마니 속에서

        긴 잠을 잔 씨나락이 졸음을 문 채,

        솔가지 틈새로 늦봄 간을 본다​

 

        진달래가 참꽃을 흉내 내는 개꽃한테

        온 산을 비워 주고

        느릿느릿 퇴거짐을 꾸린다

 

 

 

 

내일은 24절기 여섯째며, 봄 절기의 마지막 ‘곡우’다. “곡우(穀雨)는 봄비(春雨)가 내려 백곡(百穀)을 기름지게 한다.”라고 하여 붙여진 말인데 곡우 무렵이면 못자리를 마련하기 시작하여 본격적으로, 농사철로 접어든다. “곡우에 모든 곡물은 잠이 깬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와 같은 농사와 관련한 다양한 속담이 전한다.

 

옛날에는 곡우 무렵에 못자리할 준비로 볍씨를 담그는데 볍씨를 담은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두었다. 밖에 나가 부정한 일을 당했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집 앞에 와서 불을 놓아 악귀를 몰아낸 다음에 집안에 들어오고, 들어와서도 볍씨를 볼 수 없게 하였다. 만일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게 되면 싹이 트지 않고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믿음이 있어서 그랬다. 볍씨를 담그면 항아리에 금줄을 쳐놓고 고사를 올린다. 이는 개구리나 새가 와서 모판을 망칠 우려가 있으므로, 볍씨 담근 날 밤에 밥을 해놓고 간단히 고사를 올리는 것이다. 또 이날은 부부가 잠자리를 함께하지 않는데 땅의 신이 질투하여 쭉정이 농사를 짓게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류병구 시인은 그의 시 <곡우(穀雨)>에서 “좁다란 가마니 속에서 / 긴 잠을 잔 씨나락이 졸음을 문 채, / 솔가지 틈새로 늦봄 간을 본다.”라고 노래한다. ​곡우 무렵 볍씨를 담근 풍경을 잘 묘사하고 있다. 또 이어서 “진달래가 참꽃을 흉내 내는 개꽃한테 / 온 산을 비워 주고 / 느릿느릿 퇴거짐을 꾸린다”라고 속삭인다. 이즈음 정경에 참꽃인 진달래가 자기를 흉내 내는 개꽃 철쭉에게 질투하지 않고 온 산을 내어준다고 말한다. 자기가 봄의 시작을 화려하게 수놓았지만, 자연의 섭리에 따라 자기 시대가 갔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