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노자의 도덕경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강과 바다가 수많은 계곡의 임금이 되는 까닭은 수많은 계곡의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성인이 백성들의 앞에 있는 것은 자신을 뒤로하기 때문이며, 통치자가 백성들 위에 있는 것은 그 말을 낮추기 때문이다. 성인은 싸우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천하가 그와 다툴 수 없는 것이다."
강과 바다는 모든 물이 모여드는 곳입니다.
그 까닭은 자신을 낮추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넓은 품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곧 낮춤으로써 모든 것을 얻는다는 것이죠.

이는 지도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지도자는 모든 구성원을 아우르고 이끌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낮추어야 합니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들의 처지에서 생각하며, 겸손한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겸손은 신뢰를 얻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높이 세우고 자랑하는 사람보다는 겸손하고 낮추는 사람에게 더욱 쉽게 마음을 열고 신뢰를 갖습니다. 그리고 낮춤은 곧 존경으로 이어지지요. 스스로 낮추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존경을 받게 됩니다.
겸(謙) 자는 言(말씀 언) + 兼(겸할 겸)의 합성입니다.
‘兼’ 자는 고개 숙인 벼(禾) 다발을 겹쳐서 손에 쥐고 있는 모습입니다.
곧 겸(謙)은 능력이 있음에도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공손한 말(言)로 자신을 낮추어
거듭(兼)해서 사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 ‘겸(謙)은 경(敬)이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곧 겸손은 공경이라는 것이지요.
호에 경(謙) 자가 들어간 사람은 겸재(謙齋) 정선(鄭敾)이 있습니다.
겸재(謙齋)란 겸손을 실천하는 서재라는 뜻이 있으니, 그의 소박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노자의 '강과 바다' 비유는 인간 사회의 모든 관계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진리입니다.
낮춤은 단순히 자신을 낮추는 것을 넘어, 더 큰 성장과 행복을 위한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