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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하는 대화 / 서울대 권재일 교수


배려하는 대화


사람과 동물을 구별해 주는 가장 확실한 특성은 사람만이 말을 통하여 대화를 한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의 한 언어에서 이러한 사실을 재미있게 보여 준다. 그 말에서는 ‘쿤투’는 사물을 뜻하고 ‘문투’는 사람을 뜻한다. 그런데 태어나서 말을 배우기 전까지는 아이를 ‘쿤투’라 부르고, 말을 배워서 쓰기 시작하면 비로소 ‘문투’라 일컫는다. 사람과 사물의 구별 기준을 말의 사용에 두고 있다. 이는 말이란 인류사회에서 본질적 요소임을 확인하게 한다. 이러한 말을 일상생활에서 구체화한 것이 대화다. 대화란 말하는이와 듣는이가 말을 주고받는 활동이다. 그런데 대화에서 이 둘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말하는이와 듣는이가 서로 말하며 듣고, 들으며 말하는 활동이 순환한다.

그러나 사람은 늘 자기 위주여서 말하는 쪽에 설 때와 듣는 쪽에 설 때 태도가 달라진다. 말하는이는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말하려 하고, 듣는이는 자기가 듣고 싶은 것을 들으려 한다. 심지어는 들리는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듣고 싶은 말만 가려 듣기도 한다. 이런 둘 사이의 서로 다른 관점이 대화의 기본 속성이기도 하다. 그래서 바람직한 대화는 자기 위주로 하려는 기본적인 속성을 효과적으로 조절하여 상대의 마음을 충족시킬 수 있는 쪽으로 바꾸는 데 있다. 곧, 가장 이상적인 말하는이는 듣는이의 관점을 가장 잘 고려하는 ‘말하는이’고, 가장 이상적인 듣는이는 말하는이의 관점을 가장 잘 고려하는 ‘듣는이’다.

상대 관점에서 말하고 듣는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더 바람직한 대화로 가득할 것이다. 요즘 같은 때는 상대를 배려하는 정치인들의 바람직한 대화 태도가 썩 아쉽다.


권재일/서울대교수·언어학
한겨레신문,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