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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한 말, '재테크'와 '이벤트'(이대로)

괴상한 말, '재테크'와 '이벤트' 남의 나랏말이 이 땅에 퍼지는 본보기 이대로 / 우리말살리기 겨레모임 공동대표 요즘 우리나라에서 ‘재테크'란 이상한 말이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 미국말도 아니고 일본말도 아니고 더욱이 우리말도 아닌 괴상하게 생긴 말이다. 이 말은 일본 사람들이 한자와 미국말을 섞어서 만든 말인데 10여 년 전에 이 땅에 들어왔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이 우리말처럼 쓰고 있다. 이 재테크란 이상한 말이 어떻게 이 나라에 들어와서 퍼지고 자리 잡게 되는 지 한번 살펴보자. 지금부터 10여 년 전에 나는 '재테크'란 말을 신문에서 처음 보았다. 나뿐이 아니라 거의 모든 일반 국민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는 그 때 신문을 두 가지 사 보고 있었다. 아침에 나오는 한겨레신문과 저녁 때 나오는 중앙일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중앙일보 경제 쪽에 “기업들 재테크 열중"이라는 큰 제목이 눈에 번쩍 띄었다. 그렇지 않아도 외국말을 쓰는 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나는 태어나 처음 보는 낱말을 신문기사 제목으로 크게 쓴 걸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신문사 편집국에 바로 전화를 했다. "방금 신문을 받았는데 ‘재테크'란 낯선 말이 있다. 이게 무슨 뜻이고 어디 말인가?"고 물었더니 그 기자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신문 기자도 모르는 말을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써도 되는 겁니까? 이거 잘못된 거 아닙니까?"라고 따졌다. 그는 “저는 사회부 기자라 잘 모르겠습니다. 경제부 기자가 쓴 글인데 제가 보기에도 잘못된 거 같습니다. 다음에 알아서 알려드리겠습니다."라며 미안해했다. 다시 경제부로 전화를 해서 ‘재테크'란 말뜻을 물으니 전화를 받은 경제부 기자는 “기사의 본문을 보면 대충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있지 않으냐?"며 무얼 그렇게 따지느냐는 식으로 짜증스럽게 말을 했다. 그래서 “나는 전국국어운동대학생 동문회 회장이고 내 이름은 이대로입니다. 기자님 이름은 어떻게 되십니까? 나는 이런 걸 보면 꼭 알아보고 내 일기에 쓰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니 자기 이름은 밝히지 않고 바로 공손해지면서 “죄송합니다. 그 기사를 쓴 기자에게 물어 알아놓겠으니 다시 전화해주시지요."라며 제 이름도 밝히지 않고 쩔쩔매며 말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아침에 한겨레신문을 보니 똑 같은 내용의 기사인데 “기업들 돈 굴리기 열중"이라는 제목으로 나와 있었다. 한겨레신문답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중앙일보 경제부로 전화를 해서 전날 그 기사를 쓴 기자를 찾아 ‘재테크'란 말뜻을 물으니 ” '재'는 한문 財자, ‘테크'는 영어 테크닉인가 테크니컬인가에서 머리글자를 따다가 일본인이 만든 말로 보이나 우리말로는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모르겠다. 기업이 생산에 돈을 투자하지 않고 부동산 투기나 돈놀이에 투자하는 걸 뜻하는 말로 보인다. 정부기관(한국은행)에서 나온 보도자료를 보고 급히 기사를 쓰다보니 그대로 쓰게 되었다.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가 당황하지 않고 자세하고 친절하게 답변하는 걸 보니 내가 항의전화를 했었다는 걸 알고 답변을 준비한 거 같았다. 그래서 “자세히 알려주어서 고맙다. 신문기자도 국어학자도 모르는 말을 신문이 마구 쓰면 안 된다고 본다. 한겨레신문은 ‘돈 굴리기'라고 우리말로 바꿔 썼더라. 그런 노력이 필요하지 않는가?"라고 말하니 앞으로 그렇게 힘쓰겠다고 대답했다. 신문이나 방송이 외국말을 마구 섞어 쓰는 것을 보고 돌아가신 허웅 한글학회회장이 “평생을 국어 공부와 연구를 한 나도 신문에 나온 말을 모르겠으니 다른 분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내가 학생들을 헛 가르쳤어!”하시며 한탄하시며 당신이 대학 교수로서 학생들을 잘못 가르쳐서 우리 말글살이가 어지럽게 된 거로 한탄하던 일을 떠올리며 한마디 한 일이 있다. 그 뒤 한 동안 한겨레신문과 중앙일보는 ‘재테크'란 말 대신 '돈굴리기'란 말을 썼으나 정부 관리나 잘난 학자들이 그 말을 자꾸 쓰고 다른 신문과 방송이 그 말을 계속 선전하니 일반 국민까지 따라서 쓰고 있었다. 그래서 ‘재테크'란 외국어가 이제 외래어나 우리말처럼 자연스럽게 쓰는 말이 되었다. 한술 더 떠서 '재테크'란 말이 본래 일본인이 만들 때 뜻을 넘어 경제에 관련된 곳엔 여기저기 더 넓게 변질되어 쓰는 이도 있다. 또 그 말을 흉내 내어 어떤 방송 진행자는 ‘시테크'란 말까지 만들어 쓰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남의 말을 잘 흉내 내어 쓰는 재주가 많은 듯하다. 이제 ‘이벤트'란 말을 살펴보자. 내가 ‘이벤트'란 말을 처음 본 건 1990년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이 취임 정책 발표 신문기사에서였다. 그 말이 전부터 있던 외국말이지만 우리 일반인들이 우리말 속에 섞어 쓰진 않았는데 언론이 보도하면서 온 국민에게 퍼졌다. 나는 그 때 문광부 ‘까치소리’란 건의 전화통에 장관이 그런 말을 쓰면 온 나라에 퍼질 거라며 그 잘못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말글정책 책임자가 쓰니까 써도 되는 좋은 말인 줄 알아서인지 얼간이 지식인과 언론인들이 너도나도 따라서 쓰니 방금 온 나라에 퍼진 것이다. 이제 교수나 언론인뿐 아니라 회사도 개인도 모두 행사나 잔치는 하지 않고 이벤트 하기 바쁘다. 여기서 외국어가 어떻게 누가 퍼뜨리고 우리말을 더럽히는 지 알 수가 있다. 우리말 공부를 많이 하지 않은 농민이나 공장 노동자 같은 일반 국민이 우리말을 더럽히고 잘못되게 하는 게 아니다. 외국인도 아니다. 이 나라의 똑똑하다는 교수나 정치인, 언론인이 주범이다. 일본 사람이나 다른 외국 사람이 쓰는 걸 보고서 그대로 정부 관리나 학자들이 따라 쓰고, 그 낱말을 신문과 방송이 퍼뜨리고 있다. 다른 외국어도 이와 비슷한 흐름으로 퍼지고 있다. 외국 책을 보고 외국을 많이 나다녀서 보고 배운 게 많으면 괜히 혀 꼬인 소리로 말하지 말고 쉬운 말로 그 지식과 정보를 우리 국민이게 알려주는 게 옳다. 또 언론인은 정부 발표문이나 관리들 말속에 자신도 모르는 외국말이 있으면 자세히 묻고 우리말로 바꾸던가 그들의 잘못을 꾸짖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나랏말이 뒤틀리면 국민정신도 뒤틀리고 나랏말이 혼란스러우면 나라도 혼란스럽게 된다. 학자, 정치인,, 공무원, 언론인과 작가 들, 지식인이고 지배층이란 사람들이 남의 나랏말을 함부로 쓰지 말고 쉬운 우리말로 글을 쓰고 말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옛날엔 낱말만 퍼트렸는데 요즘엔 아예 미국말을 우리 공용어로 하자고 하고 미국말로 교육을 하고 논문을 써야 한다니 어쩐단 말인가! 우리나라 가장 큰 자치단체와 일류 대학과 가장 큰 회사가 우리말은 천대하고 외국말 섬기기에 앞장서고 있다. 회사 이름도 상품이름도 그 광고문도 외국말이 자연스럽게 되었다. 그러니 우리말이 살수가 없고 몸살을 앓고 있다. 저 얼빠진 정치인과 공무원, 학자와 기업인들의 생각을 바꿔놓지 않으면 이 나라말도 살지 못하고 여러 가지 골치 덩어리가 풀리지 않을 것이다. 참말로(www.chammalo.com) 2004-11-16 12:3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