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의 아리랑, 통일의 아리랑
전통, 북한, 중국의 아리랑을 중국동포가 부른 음반 나와
중국 동포에게 '아리랑‘은 어떤 의미일까?
이 음반에 들어있는 곡은 진(긴)아리랑,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강원도아리랑, 서도아리랑
등의 전통 아리랑과 함께 ‘영천아리랑’, ‘경상도아리랑’ 등의 1930년대 창작 아리랑, 그리고
‘단천아리랑’, ‘초동아리랑’, ‘랭산모판 큰애기 아리랑’ 등의 북한 창작아리랑을 아우르고,
중국 동포 창작아리랑인 ‘장백의 새아리랑’까지 매우 다층적인 성격의 아리랑들을 모았다.
반주음악 역시 중국동포들의 음악 상황이 그대로 담긴 의미 있는 편성이다. 개량젓대,
개량가야금(21현), 개량해금, 개량양금이 그렇다. 여기에 장고, 신디사이저, 콘트라베이스가
같이함으로써 민족악기와 양악기의 어울림을 꾀해 특유의 음색을 발휘했다.
콘트라베이스를 뺀 연주자들은 모두 중국에서 기량을 인정받고, 한국의 학부와 대학원에서
유학중인 전문 연주자들이다. 아리랑을 청아한 소리로 부르는 김은희는 중국 민가창법과
북한식 창법을 구사하는 성악가로 한국과 중국 양측에서 모두 인정받는 소리꾼이다.
이번 음반은 해외동포 음악을 다양성의 차원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단계를 넘어, 이제
‘우리음악으로 편입시키는 뜻 깊은 계기가 될 것이다. 단순히 음원에 의한 상업적인
발상에서가 아니라 동포음악인들에 의한 연주와 편곡에 의해 국내에서 기획, 제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 이번의 이러한 계기를 맞은 것은 그 주제가 아리랑이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그리고 우리
국악의 어려움과 아리랑의 민족 통합적 기능을 깊이 이해하고 지원하는 ‘신나라’가 아니면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작업인 것이다.
아리랑을 부른 김은희, 젓대를 연주한 김연화, 신디사이저를 연주한 박연영과의 인터뷰를
하면서 정말 우리의 전통음악을 좋아하는 순수 우리 겨레의 한 사람들이란 느낌을 받는다.
또 김은희의 맑고 청아한 소리, 옥구슬 흐르는 아리랑은 북한의 소리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내 가슴 속에 한 아름 선물했다.
‘랭산모판 큰애기 아리랑’을 듣고 있으면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아라린가 쓰라린가
염려를 마라 큰 애기 마음도 꽃동산이라오 푸르른 냉산모야 춤추지 말아 다 큰 큰애기
맘 들뜰랴” 북한의 창작 아리랑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가사가 재미있다. 이런
노래를 부르면서 모를 심는다면 그 누가 힘들어 하겠는가?
그동안 전통적인 아리랑에 식상한 사람도, 그렇다고 북한 노래에 거부감이 조금이라도 있던
사람도 이 아리랑을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깨끗하고 맑은 음색, 색다른 창법의 아리랑을
듣고 있노라면 뭔가 가슴 속에 응어리진 것이 시원하게 뚫린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모쪼록 이 음반을 통해 저항, 하나되기, 원통한 마음을 풀고 서로 살리기의 아리랑 정신에
의해 우리가 하나임을 뜨겁게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온 겨레가 함께 껴안는 대통합의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장백산 마루에 둥실 해뜨니 푸르른 림해는 록파 만경 자랑하며 설레이누나
칠색단을 곱게 펼친 천지의 폭포수는 이 나라 강산을 아름답게 단장하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리아리스리스리아라리가 났네
장백산은 라 라라라라라라 라 라라라라라라“ <‘장백의 새아리랑’ 중 1절>
<소리꾼, 연주자와의 가슴 속 인터뷰>
7월 31일 늦은 2시 소리꾼 김은희, 젓대 연주자 김연화, 신디사이저 연주자 박연영 등과
가슴을 열고 인터뷰를 한다.
- 중국 동포들에게 ‘아리랑’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는 자라면서 ‘한족사람, 조선사람 이빨이 보이면 안 됩니다. 합죽이가 됩시다. 합!’
이라고 하면서 놀이를 즐겼습니다. 아버지께 무슨 뜻인지를 여쭈었는데 아버지께서는
‘우리는 이곳 땅에서 살 뿐이고, 한족과는 동화되어서는 안 된다. 조선사람임을 명심하라는
뜻이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중국 동포들은 어렸을 때부터 김치와 된장을 먹고
아리랑을 부르며 자란 조선민족입니다.
아리랑은 그런 조선민족, 중국의 560만 동포가 모두 같이 부름으로써 모두가 같은
민족으로 하나되는 노래입니다. 그래서 아리랑은 560만 동포를 하나로 묶어주는 끈 같은
존재입니다. 중국 동포와 아리랑은 그래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아주 소중 소중한
것이지요.”
- 중국 동포로 그런 아리랑을 한국에 와서 부르는 감회는?
“우리는 전통음악을 중국에서만 배운 것이 아니라 북한에 가서도 배웠습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의 선생님이 연변에 와서 직접 가르치기도 합니다. 그런 우리가 한국에 와서
남쪽에서 발전되어온 음악을 접하고, 남한, 북한, 중국에서 따로 자리잡아온 전통음악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을 할 수 있음에 뿌듯한 자부심과 함께 이런 엄청난 작업을 우리 손으로
과연 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감히 이 일을 우리가 완벽하게 해낼 자신은 없습니다. 다만 하나의 작은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시 말한다면 저희가 하는 작업은 이 일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일 뿐입니다. 더 많은 그리고 더 훌륭한 분들이 나와서 이 일을 더욱 발전시켜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 한국에까지 건너와 공부를 하게 된 까닭은?
“저희는 조선민족의 전통음악을 공부합니다. 그런데 이 조선의 전통음악을 남의 나라인
중국에서보다 한국에 와서 배워야만 될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만일 부모님이
지원해주지 안았으면 불가능 한 일이겠지요. 여기 와서 느낀 것이지만 우리 민족은
한국에서나 외국에서나 소 팔아서라도 자식을 가르치는 대단한 교육열은 역시 같다는
생각입니다.(웃음)”
- 한국에 와서 전통음악을 공부하면서, 또 음반을 녹음하면서 느낀 점은?
“중국이나 북한에선 전통음악이 1순위였고, 대우를 받는데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돈도 안 되는 국악을 왜 하냐고 해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전통음악을 들어주고, 좋아할 사람이 많다는 것에 너무나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사실 중국에서는 들어줄 사람이 우리 동포들 밖에 없지 않은가요?
강원도 아리랑을 녹음할 때 느낀 점인데 한국인 지휘자 선생님이 북한, 중국의 아리랑을
한국적인 맛으로 지휘를 해주시어 남한 특색의 음악으로 바꿔놓았습니다. 우리만의 음악이
나왔다고 생각했으며, 음악의 통합을 시도하는 것으로 통일로 다가가는 느낌은 우리만이
가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 중국 동포음악인이 느끼는 한국 전통음악에 대한 생각은?
“한국에 와서 우리 민족의 전통음악을 들을 때 너무나 좋았습니다. 내 땅에 왔다는
느낌이 온 몸을 휩싸 안았지요. 특히 판소리를 듣고, 마당놀이를 보면서 깊이있는 음악,
깊이있는 예술이란 생각이 마음 속 깊이에서 우러나왔음을 고백합니다.”
2005-08-01 18:57 ⓒ 2005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