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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한양 천도 동전 던져 결정

[서울문화 이야기 2]

[그린경제=김영조 문화전문기자] 한 나라의 서울이 되려면 첫째 군사적으로 방어하기 편리한 곳, 둘째 강과 해상을 통하여 물자를 수송하기가 편리한 곳, 그리고 셋째는 사방으로 거리가 균등하여 교통이 편리한 곳인데 한양은 이 세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한양의 인문지리적 위치의 중요성과 그에 따른 역사적 사실들은 조선 초 한양천도의 여러 원인 중에서도 하나의 배경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들보다 더욱 중요한 요인들이 있었다. 태조가 한양 천도를 서둘렀던 까닭 또는 천도론의 배경은 다음 세 가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 18세기에 나온 <도성대지도>

2-1.  한양 천도 과정 

첫째는 새 왕조를 열려면 임금과 신하들 모두 심기일전하여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고려왕조의 서울이었던 송도는 그에 충성하던 무리가 똬리를 틀고 있는 곳이어서 고려왕조에 대한 미련이 많을 수밖에 없다.

둘째는 전부터 있어 오던 풍수도참설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 고려조에서도 일찍부터 송도의 기운이 다했기 때문에 무신난과 몽고전란 등의 환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믿음이 팽배했다. 이에 태조는 즉위와 함께 천도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조선왕조를 열면서 생긴 여러 가지 일들이 태조로 하여금 고려 왕조의 서울 송도에 있기를 꺼리게 했다. 곧 조선왕조는 일시적인 유혈혁명으로 우왕, 창왕 그리고 최영, 정몽주 같은 충신을 죽였기 때문에 심리적 불안감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울을 옮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먼저 태조는 고려의 황궁인 송도 수창궁에서 임금 자리에 오른다. 말하자면 조선왕조의 첫 번째 서울이다. 그러다 태조 2년인 1393315일 마침내 나라 이름을 "조선"이라 하고 이듬해인 1394년인 태조 3년에 지금의 서울인 한양으로 천도했다. 조선왕조의 두 번째 서울인 것이다. 그 후 제1차 왕자의 난, 이른바 무인정사로 이방원이 정국의 실세로 부상하게 되면서 1398년 태조가 양위를 하고 정종이 임금에 오른다.

형제간의 골육상쟁에 회의를 느낀 정종은 그래서 1399년 다시금 개성으로 서울을 옮긴다. 이래서 송도는 다시 조선왕조의 세 번째 서울이 되었다. 그리고 조선의 세 번째 임금 태종이 등극하면서 조선은 다시금 서울을 옮긴다. 조선왕조의 네 번째 수도인 셈인데 이후 한양은 1910년 조선이 멸망할 때까지 한 나라의 서울로서 그 위상을 갖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태종이 한양으로 다시 옮길 때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서려 있다. 

태종실록 4106일 조에 있는 글이다. 여러 신하를 거느리고 예배(禮拜)한 뒤에, 조상의 혼백을 모신 묘당(廟堂)에 들어가, 향을 피우고 꿇어앉아, 이천우에게 명하여 밥상 위에 동전을 던지게 하니, 새로 정한 서울은 2() 1()이었고, 송경(松京)과 무악(毋岳)은 모두 2() 1()이었다. 이에 임금이 한양으로 서울을 천도하기를 결정하고, 땅의 생김새를 보고 길흉을 판단하여 향교동(鄕校洞) 동쪽 가에 이궁(離宮, 태자궁)을 짓도록 명하고…….” 

나라의 중대사인 도읍지를 결정하는데 왜 태종은 동전을 던지는 척전(擲錢)”이라는 방법을 썼을까? 아마도 이는 천도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보다는 명분과 정당성을 내세우려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종묘에 모신 영령의 뜻이 한양에 있다며 한양으로의 천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행위인 것이다.

이처럼 정치적 행위에는 뜻밖에 엉뚱함이 있다. 그리고 아무리 막강한 힘을 가진 태종이라도 무리하게 밀어붙이지는 않았음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 이  내용은  아무도 들려주지 않는 서울문화이야기, 김영조, 도서출판 얼레빗≫에서 볼 수 있습니다.